2009년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것 같은데도.. 벌써 2월도 마지막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다. 월말 은행은 항상 바쁘다. 하루만 지나도 각종 공과금에는 몇백원, 많게는 몇천원씩 연체요금이 붙기 때문에 알뜰한 주부들은 월말 결산날이 다가오면 은행에서 길게는 한두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ATM기기.. 언제부터인가 창구수를 줄이고 ATM기기를 늘이다 보니 창구에 앉은 은행원 보다 ATM기기 수가 더 많아 졌다.

저번달, 정확히 1월 말.. 이사오기전 쌓아 두었던 아파트 공과금및 기타 공과금을 납부하기 위해 근처 농협을 찾았다. 월말이라 사람들이 어찌나 붐비는지.. 5개 ATM 기기 앞에는 기본 4~5명씩 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은행 입구에 마련된 이 공간에는 난방이 안되서 매우 춥다. 빨리 하고 돌아가고 싶지만 어쩔수 없이 서서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유리문을 밀면 안에 있는 사람이 밀릴세라, 계단 끝에서 까치발을 하고 유리문을 당겨서 안들으로 들어갔다. 눈치를 보며 짧은 줄을 찾아 섰다. 주변을 힐끗힐끗 살펴보니, 대부분 아주머니들이었고, 어느 아주머니는 연신 카드를 넣었다 뺐다~ 통장을 넣었다 뺐다~하고 있었고, 뒤에 서계신 아주머니는 시간이 없었는지 발만 동동 구르고 계셨다. 갑자기 '아~ 고장이네' 라는 맨 앞의 아주머니의 짧은 투덜대는 소리가 들린다. 군대는 줄이라 했던가? 은행도 줄이다. 지금 나는 그 줄을 잘 못 선 것이다. 다시 다른 줄에서도 10분은 족히 넘게 기다려야 할 태세이다.


이왕 이렇게 된거 커피나 한잔하며 몸이나 잠깐 녹일겸 해서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가끔 은행에서 돈 냄새를 맡는다.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은행 안에 마련된 대기석에 앉아있다 보면 세상에 돈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살짝 주춤했다. 이거 왠걸? 북적북적 대는 ATM기기 쪽과는 다르게 은행안은 정작 사람이 없다.

창구에는 은행원 두명이 앉아 있었고, 고객과 1:1 상담 중인 듯 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VIP나 상담실 같은 자리가 아니라 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창구이다. 대기표를 뽑아보니 대기 인원수를 보니 1명.

다시 유리문 밖의 ATM기기 쪽을 봤다. 그새 한줄 더 늘었다.

월말 공과금을 납부하면서 느낀점은... 가끔은 디지털 보다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좋을 때도 있다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에 점점 익숙해져서 어떨때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이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버리곤 한다. 이번달에도 공과금을 납부하러 은행에 가야한다. 이번에는 꼭 도장과 통장을 챙겨갈 셈이다.

아직 공과금을 납부 하지 않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혹시 모를 위와 같은 득템 같은 상황이 연출 될지 모르니, 통장과 도장을 꼭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가끔은 ATM기기 보다 창구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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