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한파로 인한 실직문제로 많은 글들이 눈에 띄고 있는데요. 저도 제 친구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번주에 서울에서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거라 매우 반가웠는데요. 중간에 전화연락은 자주 했지만, 얼굴을 마주보며 술한잔 먹기는 정말 오랜만입니다.

고등학교 친구는 평생친구라 했던가요? 개읹거인 생각이지만 초등학교 친구는 멋모르고 만나서 까불면서 쉽게 만나는 것 같고, 대학교 친구는 이해관계가 조금은 성립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친구는 뭐지 모르게 조심스러워 지네요.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 동창중에 제일 친한 이 친구를 만날때면, 뭔가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만큼 제게는 소중한 친구인 셈이죠.

이 친구는 작년 초, 여권 만드는 것을 대행해 주는 작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졸업후 가지게 되는 첫 직장이라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태였죠. 주변 친구들 모두 함께 모여 축하를 해주었습니다. 그 당시 초봉은 중소기업 못지 않게 받았다고 하니. 나름대로 뿌듯했으리라 믿습니다. 이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 여권 발급을 대행해 주는 일이 이윤이 제일 많이 남고, 그 다음이 중국쪽이라고 합니다. 미국 비자 발급이 총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 한다고 하니, 미쿡의 인기를 가늠해 볼만도 합니다.

'회사 경영 악화'와 '경기 악화'란 악재로 실직한 친구


그런데 갑자기 작년 말,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친구네 회사에게는 마른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는 것 마냥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말 그대로 청청벽력같은 소식이었죠. 그 소식이 발표되자 마자,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비자발급대행 건수는 거의 제로로 떨어졌습니다.

그나마 남은건 중국비자대행/... 그걸로 한달정도는 간간히 버티다가.. 경제한파로 점점 대행건수도 줄어들게 되었고, 결국에는 회사는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르자 조만간 그 친구는 회사를 나올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실직을 하게 된다면 도대체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실의에 빠진 상태입니다.


뚝심같은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제일 큰 문제


결국 그 친구는 어머님께서 운영하시는 5평 남짓한 식당에서 배달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 친구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유명한 대학에, 그 대학에서 손꼽히는 학과를 졸업한 후 잡게 된 첫 직장이었는데.. 불과 반년도 제대로 일하지 못하고 나오게 된것입니다.

그 친구의 포부는 남달랐습니다. 고등학교때 까지만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웠던 지라, 한달에 한번 밥상에 고기가 올라올까 말까 하는 정도였으니까요. 겨울이면 찬바람이 쌩쌩 들어오는 창문틀에 녹색테이프를 빙 두르고 겨울을 지냈떤 친구의 집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제대후 집안을 일으켜 보겠다며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았던 친구는 집안의 빚을 모두 청산하기 위해 새벽6시부터 밤 12시 까지 계속되는 식당일도 싫은 표정없이 1년 넘게 계속 해왔습니다. 결국 집안에 큰 짐이었던 빚은 모두 갚았지만.. 걸림돌이 되는것은 또 하나 있습니다.

한도 끝도 없는 인간의 욕심에 상한선을 긋는 일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습니다.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를 더 가지고 싶은게 인간의 욕심이 아닐까요? 친구가 집안의 모든 빚을 갚은 시점에서 그는 거기서 만족하는 것도 잠시. 그의 꿈은 또 하나 생겼습니다. "이제까지는 밑빠진 독에 물붇는것 같았는데, 이제부터는 돈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라며 매우 기뻐했었습니다.

회사에서 나온 월급의 반은 꼬박꼬박 저축을 하고, 집에도 얼마 붙이고 , 각종 보험까지 들어두면서 앞으로 살아 가는데 있어서 만반의 준비를 다 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되었네요.

물론 세상에는 이 친구보다 더 힘들게 살아 가는 분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마 제 옆에 있는 사람들중에는 이 친구가 가장 힘들게 살아왔고, 또 제일 열심히 살아왔기에.. 제 마음은 더 마음이 아프답니다.

"올해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며 새해 인사를 한것도 엊그제 같은데.. 결과는 그렇지 못해서 마음이 씁쓸 하합니다. 조만간 다시 한번 더  위로를 해 주어야 할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주변에서 안 좋은 소식만 들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