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퇴근후 마트에서 장을 좀 보고나서...
원룸 현관문을 들어서서 계단을 올라가는데 위에서 누가 헐레벌떡 뛰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쿵쿵쿵~"

어찌나 급한것 같던지, 얇은 슬리퍼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뺨때리는것 처럼 찰싹찰싹 잘도 귀에 달라 붙는다. '그렇게 뛰면 원룸에 다 울리는데...아무리 급해도 살살 좀 내려오지....' 라며 도대체 누굴까? 하고 힐끗 쳐다보니.. 주인 아주머니셨다. 인사를 드리려는데..

"총각.. 잠깐만 나랑 OOO호에좀 같이 가자"

"네.~ 왜요~?"

"무서워서 그래.. 잠깐 따라와."


아무말도 않고 따라갔다. OOO호 앞에 서서 초인종을 눌러봐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이방에 사는 학생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애가 3일동안 연락이 안된다는 데.."


TV불빛은 현관문 틈으로 새어 나오고 소리도 들리니.. 더 의심스러운 상황.  초인종을 몇번을 눌러봐도 아무런 대답도 없었으니.. 원룸 주인아주머니의 머리속에는 최악의 상황이 그려졌을 법하다.

"총각, 여기 문좀 열어봐..."


라며 키 뭉치를 주셨다. 사실 나도 두려웠다. 문을 열고 나면 이후에 벌어질 일들이 섬광같이 머리속을 빠르게 지나갔다.

"철컥~"

@The Echo


문이 열렸다. 단숨에 문을 열었는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른다.

'킁~킁~ 무슨냄새지?' 그 냄새를 구분해 내는데에는 1초 정도의 사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자주 먹는 푸라면 냄새였기 때문!

그때 갑자기 '누구세요 !!!' 라며 안에서 사람이 나온다. -_- 그렇다 바로 그 학생이었다.

옆에 계신 주인아주머니는 가슴을 쓸어내리시면서

"학생! 방에 있었어?!  집에 전화 좀 하지~ 엄마가 3일동안 연락이 안된다고 나한테 전화가 온거야~"

"아.. 핸드폰이 고장나서..."

"초인종 눌러도 대답도 없고! 아휴 놀래라~"

"뭐 팔러 온 사람인 줄 알고....~"

라며 멋적은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청년도 놀란 기색이다. 분명 그 학생도 초인종 소리가 잡상인 인줄 알고 문을 안열어 줬을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현관문을 따고 들어오는 소리에 얼마나 놀랐을까..ㅎㅎ 나라도 놀랐겠다.

아무튼 어제 원룸에 사는 청년 연락 두절 사건은 이렇게 마무리 지어졌다. 자식을 타지에 홀로살이 시키면서 제일 걱정하는 분은 바로 부모님일 것이다. 집에 한번 다녀올때마다 쇼핑백에 그득한 반찬통은 자식에게 직접 지은 밥을 먹이려는 부모님의 마음일 것이다.

보아하니~ OOO호 자취생도 나랑 비슷한 시기에 이 원룸에 들어온것 같다. 그렇다면 대충 시기를 계산해 봤을때 그 학생도 자취가 주는 자유(?)의 바다에 푹 빠져서 헤어 나오질 못할 때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이 있지만, 부모와 자식간에 무소식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