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학생때 잠깐 자취를 했었지만, 대학생활 기간중 반은 넘게 집에서 통학한지라.. 자취생들만 보면 엄청 부러웠습니다. 밤늦게 들어가도 뭐라 할 사람 없지~ 집에서 누구 눈치 안봐도 되지~ 친구들 불러다가 밤새 술마시고 놀던 뭘하던~ 세상만사가 자기것이 된것처럼 보였거든요. 게다가 자취생들끼리는 엄청 친하더군요. 베스트 프랜드? 저희때는 BF라고도 했었는데..  아무튼 자취하는 친구들끼리 어울리다보니 동병상련의 친구들이 많았나 봅니다.

저도 한때 친구네 자취방에서 짧게는 사나흘정, 길게는 한달 정도 머문 적도 있고, 새벽늦게 까지 술을 마셔서 집에 갈 차비가 없을때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 불쑥 찾아가 잠도 자고 했었는데요. 그날만큼은 세상만사가 내 세상이었던것 같습니다. 일탈의 기분? 하루 정도는 아무런 간섭없이 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자취를 하다보니.. 이건 뭐.. 3일이 멀다하고 돌아가면서 불쑥불쑥 찾아오는데.. 방 주인의 입장에서는 눈치를 줘야하나~ 한소리 해야하나~ 귀찮을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제가 본 자취방에 불쑥 찾아오는 친구들의 유형~ 여러 친구들중 특징적인 부분만 골라 적어봤습니다.


1. 새벽 만취형


가끔 새벽에 술취해서 찾아오는 A군. 술먹다가 차비가 없다고, 혹은 택시비가 아깝다고 자주 찾아오는 녀석입니다. 제가 딱 보기엔 이 친구도 지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지라.. 제 자취생활이 엄청 부러워 하는것 같습니다. (속사정은 알지도 못하면서 -_-; 제 속마음이 궁금하세요? 자취에 대한 환상은 이미 깨졌습니다.;)

'택시비 아끼는거 좋다 이거야~ 술냄새 어쩔꺼야~;;' 저도 술을 먹고 들어왔으면 모르겠는데, 말짱한 정신에 그 녀석의 고리타분한 알콜냄새를 맡으려니 고역이네요;


2. 주말 예약형


주말에 제 방 TV를 끼고 사는 B군, 이 후배는 집에 유선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달에 두세번은 제방에서 모든 문화생활?을 하고는 하는데요~.

'니 방에서 컴퓨터로 봐!' 라고 언질을 줘도 TV는 누워서 보는 맛이 있어야 한다나~? ㅋ.ㅋ 맞는 말이긴 하지만... 저는 1박2일을 보는데, 그 친구는 패떴 애청자인 지라.. 채널 쟁탈전을 벌이곤 하지요.

예능프로는 역시 여럿이 보며 낄낄대고 웃어야 제맛이지요.~ 근데 예능프로 끝나면, 다시 귀찮은 존재로 보이는건 어쩔 수 없나봅니다.;


2-1. 식신형


자취방에 놀러오는 친구들은 대개 빈손입니다. 여자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남자들은 대개 그냥 옵니다. TV보다가도 뭐 먹을거 없나~? 하고 제가 짱박아둔 비상식량(?)까지 축내고 가곤 하지요. 사실 그거 다 제 생활비에서 까는거거든요. 그 녀석들이 하나씩 먹는 양은 얼마 안된다고 쳐도, 한달로 치면 마트를 한번 안가도 될 정도이니까..뭐.. 먹는거 가지고 뭐라 할 수도 없고.ㅋ.ㅋ 밥한번 거하게 얻어 먹어야 하는데~


3. 장기 투숙형


이건 제 친구들이 아니라 제가 그랬었습니다. 대학생때 군입대전 자유를 만끽해보자~라며 친구 자취방에서 한달간 머물렀던 적이 있습니다. 군입대를 두달 남겨둔지라, 한달 알바해서 남은 한달 빡시게 놀고 들어가자라는 마음이었지요.

10여년이 지난후 그 친구의 속사정을 들어보니, 한마디로 저는 그다지 달가운 존재는 아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군입대라는 막연한 산을 넘기위해 애쓰는 제 모습을 보고 한달만 참아 준 것이지요. 그래도 쫓아 내지 않고 잘 참아준(?) 그 녀석이 너무 고맙네요~; 저도 그때는 눈치코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4. 가족 모방형( ! )


가끔 혼자 쉬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 중앙에서 떡하니 누워 TV를 보고 있는 B군때문에 뭘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슬슬 눈치를 주기 시작했지요.

"야~ 저녁에 여친온다고 했어.. (무슨 말인지 알지?)"

"어? 벌써, 아까 B가 그러는데, 어디 놀러갔다면서?"

"어... 어..~ 근데 오늘 온대...."

"아닌데.. 내가 듣기로는 D양,A양,U양,M양이랑 같이 놀러가서 모레 온다던데? 오늘 오는거 확실해? 전화한번 해봐~"

"....."

'천잰데?'


잠시후.. 밖에 나가 전화받고 들어오면서

"야, 조금있다가 어머니 오신단다..(헐레벌떡!~)"

방좀 치우는 척하고~ 친구 눈치를 살짝 보니..

"그럼 인사드려야지~ 오랜만에 뵙는데~? 뭐 싸가지고 오신데?"

"..."

헤르미온느, 지팡이좀 줘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