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어머니의 나이가 환갑을 바라보고 계십니다. 간혹 어머니 귀밑머리에 새치가 새로새로 올라오는 모습을 볼때 '나이는 못속이는 구나~' 라는 생각과 함게 '나는 뭘 해드렸나~'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놈의 흰머리는 염색을 해도 지워지지가 않는 세월의 흔적이네요.

세월의 흔적은 아무리 해도 지워지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간 제가 부모님을 통해 느낀 세월의 흔적에 대한 생각을 적어보려고요.


갑자기 억! 하시며 무릎과 허리를 짚으실때


부모님은 모두 산을 좋아 하십니다. 산악회 활동을 한번도 빼먹지 않을 정도로 산타는 것을 좋아 하시는데요. 작년까지만 해도 백두대간을 모두 타신 배테랑이십니다. 그런데 얼마전 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가는 등산을 안가시는 겁니다.

"오늘 산악회 가는날 아니네요?"
"가는날인데~ 무릎이 아파서.."
"어떻게요~? 병원가야 하는거 아니에요?"
"안그래도 오늘 병원가보려고..."

병원 얘기만 나오면 가슴이 철컥 내려않는 심정입니다. 무슨 큰병이라도 있으신가, 어디가 많이 아프신가? 지금 내 통장에는 얼마가 있나? 등등 보험부터 시작해서 ~ 수만가지 생각이 머리속을 휘젓고 다닙니다.

저번에는 식사를 다하시고 일어나시다가 "어윽~" 하시더니 허리를 다 펴지도 못하시고, 엉거주춤 하시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큰일 난줄 알았답니다. 중년의 몸에 자주 생긴다는 요통, 나이가 드니 몸이 고장이 나나보다~ 라고 웃으며 넘기시는 어머니의 웃는 모습은,  웃는것으로 보이지 않았거든요.


이것저것 건강식품을 찾으신다.


그러다 보니 알로에, 홍상, 인삼, 양파즙, 붕어즙 등등 몸에 좋은 보양음식을 많이 찾으십니다.

지나가는 말로 "다른 아들들은 틈틈이 보약도 지어주고, 몸에 좋은것도 다 사다 준다던데... 너는~ " 이라며 한소리 하시더군요. 갑자기 듣게 된 말이라 당황스러웠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신경좀 써달라는 이야기로 들렸답니다. 그래서 좋다는 인삼음료 한박스 사다 드렸는데.. 한동안 잠잠하시더군요.

글리고 부모님댁에 가끔 들르면 보이지 않던 건강식품들이 자주 보이네요.


가끔 허리만 편채, 8자 걸음으로 걸으시는 어머니


언제부터인가 어머니께서 쪼그리고 앉아 계시다고 일어나실때 허리를 다 펴지 못하시고, 어정쩡하게 펴고 걸으십니다. 그러다가 곧 똑바로 걸으시지만.. 허리만 펴고, 8자 걸음으로 걸으시는 모습을 보면.. 이게 남일 같지 않네요.

작년에 김장할때 부터 가끔 본 모습인데.. 이제는 그때보다 자주 그러십니다. '엄마' 라고 느꼈던 어머니가 이제는 가끔 '할머니'처럼 보이기도 하니.. 이거 참.. 괜히 마음만 급해지네요.


점점 짠맛이 강해지는 음식들


며칠전 부모님 댁에가서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요. 음식맛이 예전과는 사뭇 달랐답니다. 불과 한달전과 비교해 보자면.. 음식이 매우 짠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대부분의 음식을 밖에서 서먹거나 시켜 먹는데요.  배달 음식들도 많이 짜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 음식이 더 짜게 느껴졌습니다.

추석이라고 불고기를 해 놓으셨길래.. 아싸~ 하고 한점 집어 먹고나서는 짠맛에 깜짝 놀랐습니다.

'음식하다가 실수 하신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부침개도 먹었는데.. 이것도 역시 짜네요.~; 괜히 짜다고 말은 못하겠고 그래서 그냥 먹긴 했는데.. 나날이 짜지는 음식 맛이 씁쓸 하게 느껴집니다.

"이거 맛좀 봐라~, 맛을 봐도 맛을 모르겠다~"는 말을 요즘은 자주 하신답니다. 감각이 무뎌지신건지.. 요즘 음식을 하셔도 예전 만큼 간이 딱 맞지 않네요.

애써 외면하려해도 외면할 수 없는 부모님의 얼굴에 비친 세월의 흔적들.. 여러분들도 사는게 바빠서, 돈이 없어서 혹시, 외면하고 있지 않으신지요? 그 흔적들 중에서 반은 당신 자식들을 위해 보내신 분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