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안은 옛날에는 할아버지 댁에 모여 모두 차례를 지냈습니다. 저희 식구들이 많아서 그당시만 해도 친척들만 다 합쳐도 30~40명 정도는 될듯.. 지금은 초등학생에 입학한 꼬맹이들까지 합치면.. 한 50명은 되는 대가족 구조입니다.

벌써 20여년 전인가요.. 흠.. 제가 어렸을때는 친척들이 모두 모여 부침개도 하고, 전도 많이 부치고 해서 차례를 지냈거든요. 병풍하나 펼쳐 두고, 그 앞에는 제 키보다 더 긴 상에 갖은 음식을 올려두고, 돌아가면서 절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그때는 또래 친척들이 많아서.. 하루종일 논과 게울가를 뛰어 다니며 놀았고, 아버님뻘 되는 분들은 고스톱을 치시며 점심시간을 보냈었죠. 저녁에는 마당에 큰 숯불을 피워두고 고기를 구워먹으면서 밤하늘의 별도 보고 그랬었는데.. 그때가 그립네요. 어렸을때만해도 추석은 친지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척이나 재미있었답니다.

그런데 언제 부터인가 추석을 쇠는 스타일이 많이 달라졌네요.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교회에 다니는 큰집에서 교회스타일로 예배를 드리겠다고 선언을 하면서 부터 친지들 간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결국엔 서로 따로 추석을 쇠게 되었죠. 전통적으로 차례상을 차려놓고 절을 드리는 유교식 추석과, 예배를 드리는 교회식 추석을 지내는 부류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저희집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지내는 방법으로 계속 지내왔던 지라.. "교회식 추석"은 어떤 식으로 보내는지 전혀 몰랐었죠.

그런데 이번에는 큰집 형님좀 만날 일이 있어서  겸사겸사 추석을 보내려고 추석때 올라가서 인사드리고,  저만 큰집에서 추석을 따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종교간의 갈등을 따지자면 한도끝도 없겠지만, 불교를 믿는 제가 가족예배를 드리는 자리에 참석을 해보니 조금 불편하긴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는, 성경책을 하나 들고 그냥 뒤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차례상도 안차리니 여러 음식을 장만할 필요도 없었고, 간단히 가족예배만 드리니 절차는 간편하긴 하더군요. 친지분들이 돌아가면서 가족들의 안부와 건강을 챙기시는 말씀에 진심어린 뜻이 가슴깊이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친척들이 따로따로 추석을 지내는 모습은 별로 보기 않좋더군요. 한국의 큰 명절인 설과 추석은 친지들이 모두 모여 만날 수 있는 기회인데.. 그런 기회조차 없어진 느낌이랄까요?

수많은 친적들이 모두 종교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추석을 지내는 방법은 모두 달라서 어느 방법이 옳다 그르다는 것을 따질 수는 없지만, 명절에는 최소한 친지들이 한곳에 모여서 서로 같은 핏줄임을 확인하는 자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큰형님께서도 시간이 좀 흐른 후.. 친지들끼리 한곳에 모여서 명절을 보내는 방법을 모색하는 고치는데 총대를 매야 할것 같다며 조용히 말씀하시더군요. 그런데 이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네요.

* 추석 잘 보내셨나요~^^ 오늘은 연휴 마지막 날인 일요일입니다.  큰집에 가 있는 동안에도 아이팟터치로 간간이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많은 이웃분들이 추석을 쇠러 가신듯.~ 아무튼 연휴가 너무도 짧아서 더 피곤했던 추석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재충전도 할겸 푹 쉬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