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식당에는 저녁시간만되면 일명 '껌할머니'라고 불리는 껌파는 할머니가 오신다. 허름한 옷차림에 날씨가 더운데도 긴팔을 입으시고 모자를 지긋이 눌러쓴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할머니 같다.

한간에는 이 할머니가 껌을 팔아서 건물을 샀다네~, 퇴근하면 그랜저가 와서 모시고 간다네~, 알고보면 알부자인데 운동삼아 이 일을 하신다네~ 등등 그 할머니를 둘러싼 루머는 친구네 가게에서 일하는 아주머니와 직원들 사이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직접 눈으로 본것은 없으니 그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확인할 바는 없다. 나도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그 할머니에 대한 결론은 섣불리 내리지 않기로 했다.

이 할머니는 주중에는 저녁시간에만 들어오시고 주말에는 점심타임, 저녁타임 두번에 걸쳐 들어오신다. 처음에는 손님인줄 알고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라고 물었는데. 대답이 없길래.. 민망했던 적도 있다. 

주중 점심시간에는 그리 손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식당에 일하는 직원들도 거의 쉬엄쉬엄 일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주말에는 손님이 몰릴시간엔 밥먹을 시간조차 없기 때문에 엄청 바쁘다. 정신없이 홀과 주방을 왔다갔다 거릴때면 어느샌가 이 할머니가 와계셨다. 이 할머니가 테이블을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으니.. 순식간에 들어오셨다가 순식간에 나가셔서.. 어떨때는 오셨다 갔는지 눈치도 못챌 경우도 있다.


오랜만에 찾은 식당, 껌파는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친구네 가게에 회사 직원들과 함께 간단한 회식을 하러 갔다. 오랜만에 알바생이 아니라 손님으로 가니 좀 어색하긴 어색했다. 저쪽테이블에서 "여기요~" 라고 부르면 저절로 순간 긴장된다고나 할까?

술자리가 어느정도 무르익어 일행들의 얼굴이 발그스레~질때쯤, 바람좀 쐬고자 카운터쪽에 가서 커피를 뽑아 B군과 함께 담배한대 피우러 우리들만의 아지트로 갔다.

"(나) 요즘 바뻤어? 오늘보니 손님이 없네~"
"(B군) 없어요~ 형이 일했을때(저번달)이 피크였죠~ 요즘은 그저 그래요~"
"그래? 에고.. 손님 많아야 할텐데..~"

"근데 요즘도 껌파는 할머니 오시니?"
"안오신지 꽤 됐어요~ 저번에 저희랑 같이 밥도 먹었는데.. 그 이후로 안오시던데요?"
"아... 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저번주에 직원들이 늦은 저녁을 먹으려고 고기를 굽고 있는데, 때마침 지나가는 할머니를 불러 식사 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예전부터 말하려고 했는데, 사장인 친구는 손님들 눈치도 보고, 할머니가 안쓰럽기도 해서 그냥 모른채 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그 할머니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정이 너무 딱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자식들과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고, 남편과도 사별해서 지금 독거중이시라고 하니.. 안쓰러워도 너무 안쓰러울 따름이다.

사장인 친구는 차마 "이제는 저희 식당에 뭐 팔러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라는 말은 못하고 그냥 묵묵히 식사만 대접했다고 한다. 하필 그날 저녁이 고기였는데 할머니는 치아가 안좋으신지.. 물김치에 밥말아 드시는 걸 보고 울컥 했다는 B군... (사실 고기집 물김치는 밥말아 먹기엔 너무 시고 달다.)

그 이후론 이 식당에 전혀 발을 들이시지 않으신다고 한다. 이 부근에서 가끔 보이긴 하지만, 친구네 식당 근처에는 잘 안오시나 보다. 가끔 지나가다 들리시라고, 직원들 식사할때 숟가락만 얹으면 되니, 부담 갖지 말고 들어오시라고 했는데도.. 그 이후로는 껌파는 할머니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어찌됐건 친구의 바램대로 되었지만, 왠지 마음 한구석은 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