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나이, 서열 관계가 나름 엄격하죠. 특히 친적들 서열관계에 따른 존칭을 따지고 들면 한도끝도 없습니다.. 고등학교때 시험문제에 친척들을 부르는 명칭을 묻는 문제가 나왔었는데.. 그때 저희반의 정답율은 3?%(?)에도 미치지 못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가끔은 영어의 "Uncle" 이란 표현을 광범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울 때도 하네요.ㅋ

그리고 한국사회에서는 알게모르게 나이로 따지고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 몇살이니? 내가 위네~ 그럼 말 놔도 되지~?" 사람을 만날때는 초반에 먼저 나이를 묻고,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먼저 따지고는 하는데.. 이런 서열은 가끔 불편할 때도 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사회 안에서는 편할때가 더 많은것 같죠. 한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선 말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한살터울 사이에서는 친구가 동생도 되고 형도 되고, 동생이 친구이 될 수도 있답니다.  


바로 빠른 생일이라는 이유. 보통은 12월 31일이 지나는 시점에서 한살이 +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빠른 생일이라는 계산법은 애매모호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은 난감한 상황으로 바뀌기도 하구요. 오늘은 살아오면서 빠른생일자 때문에 겪은 난감한 상황을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어렸을때 "야~야~" 하며 뛰놀던 친구 C군은 알고보니 형?



저는 한적한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친구들과 개울가에서 멱도 감고, 겨울에는 강가에서 얼음배도 타고 놀았던 추억이 있는데요. 그때 꼭 같이 끼워 놀던 C군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보통 우리들은 그 친구를 부를때는 "야~ OO야~" 라고 보통 친구들 대하듯이 부르죠.
 

그런데 3학년때인가? 주산학원을 다니게 되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겁니다. 알고보니 C군 이었었죠. 수업시간이라 아는 채도 못하고, 쉬는 시간에 아는채 해야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1원이요~2원이요~를 셈했습니다. 잠시 후 쉬는 시간이 되어서 C군을 불렀습니다. "야~ 너 이 학원다녀? ㅋ" 라고 반말을 했는데... 그 옆에 있던 학생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더군요. 그러다 C군에게 "C군아, 쟤 OO초등학교 3학년 아니야? 내 동생 친구들이랑 같이 노는거 본것 같은데..?" ..

그때는 빠른생일이라는 개념도 잘 몰랐을 때니.. 순간 혼동이 오더라구요. "C군이 나이를 속인건가?, 이게 어찌된 영문이지?" 나중에 빠른생일자의 개념을 알고나서는 C군이 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학원에서 형들이랑 어울려 지내는 C군을 보면, 그렇게 친하게 지냈어도 어색한 감은 지울 수가 없더군요.


   친구들과 술자리에 있다던 J군, 만나러 가보니 죄다 형,누나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한 후 일입니다. 저는 지방대를 다녔었고, J군은 세종대를 다녔습니다. 파란만장(?)한 고등학교 시절을 같이 보낸 절친이었기에 대학교때도 종종 만났었죠. 한번은 미리 연락하고 간게 아니라,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일정이 남아서 J군네 자취방에서 며칠 놀다 올까? 하는 마음에 연락을 해보니 친구들과 술을 먹고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이 자리는 J군의 친구를 처음만나는 자리라 은근히 설레기도 하고, 어차피 새로운 만남?을 가질거면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는게 좋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정작 술자리에서 인사를 하다보니 이거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피플아~ 인사해. 얘들은 같은과 친구들~"
"안녕하세요~ 저~는~ OO대학교~ 9학년~ 7반~ 피~플~ 임니다~"


과속스캔들


술자리도 어느정도 무르 익은것 같고, 그래서 첫인상좀 재밌게 심어주려고 배꼽인사를 하면서 또박또박 유치원때 배운 인사법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순간 술자리를 자지러 졌고, 저쪽에 앉아 있던 J군의 女동기들이 "어머~ 쟤 귀엽다~ 일루와 여기 앉아~" 라며 옆 빈자리 의자를 톡~톡~치면서 부르더군요. 순간 배꼽잡고 쓰러져 있던 한 J군의 남자동기가 번쩍 일어나더니만, "저~는 OO대학교 9학년~ 6반~ 홍모시기 입니다~" 그러더니 이게 점점 파도타기가 되면서 유치원인사법으로 서로 통성명을 하는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분위기도 한층 업되구요~ㅋ (이래서 첫만남은 이런 술자리가 좋다니깐.ㅋ)
 

그런데 곰곰이 듣고 있자니  친구 빼고 거의 저보다 한살 많은 선배인 겁니다. J군은 그들에게 반말로 이야기 하고;; 9학년 7반이라고 소개했던 친구들은 J군에게 형이라고 존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눈치를 챘죠;


 
  'J군..;; 알고보니 빠른생일자였어 ?!'


미드 히어로즈

그들은 능력자들...


그렇습니다. J군은 빠른생일者였습니다. 어차피 대학교때는 나이가 많은 사람과 같은 학번이라는게 이상할리도 없으니... 그냥 자연스럽게 J군은 학교에서 동기들사이에서는 형,오빠라고 불렸고, 한살 많은 선배들과는 친구로 지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재치를 부리며 한 배꼽인사법이 왠지 '어리광'으로 보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군요.


이런 사실을 알고나서는 술자리에서 저는 소심한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었네요. 뭐 지금도 J군과는 터울없이 지내지만, J군의 친구들이라 불리는 선배들?과는 같은 자리를 피하게 되더라구요;;


친구의 친구는 내 친구가 되는게 원칙이지만, 친구의 친구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경우도 있답니다. 빠른 생일자라는 골치아픈 상황 때문에 정작 본인들도 손해를 보고, 주변사람들도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편하지 많은 않은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