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짜장면만 시켜먹어봤지, 직접 중국집에 가서 먹은것은 진짜 오랜만이다. 자취를 시작하면서 짜장면이 주식이 되어 버렸지만, 어제 과음을 한터라 얼큰한 짬뽕국물이 먹고 싶었기에, 중국집을 선택한것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중국집하면 생각나는 것이 손때묻은 식탁에서 느껴지는 경겨운 풍경인데, 요즘은 현대식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중국집이 많이 보인다. 말이 정겹지.. 사실 깨끗한 가게에 눈길에 먼저 가는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친구와 들어간 그곳은 배달전문점이 아니라 홀 손님을 전문적으로 받는 곳이었나 보다. 넓은 주차장,~ 탁트인 홀~, 저렴한 가격~, XX짜장면면면~..

마지막 남은 하나.. 이런거는 그냥 먹어줘야 한다.


'난 짬뽕, 넌 짜장.' 친구와 둘이 짜장면, 짬뽕 하나씩 시켰는데 밑반찬으로 나온것은 종지에 춘장하나, 좀더 큰 그릇에는 단무지 4개와 양파 몇쪽이 들어 있다. 놀랐다.

(손님 무시해? 건장한 남정네 둘이 들어왔는데 단무지가 딸랑 4개야? 일인당 두개씩 먹으라는거? -_-?)

말이 두개지 반달모양이니 합치면 하나다. 다른것은 몰라도 중국음식에는 단무지가 기본반찬인데.. 너무 적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시킬테면 시켜보라'는 식으로 보였다. 

그런데 웬걸! 새콤과 달콤한 맛이 적당한 비율로 섞인 단무지는 과음으로 인해 무덤덤해진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반입씩 베어 먹기엔 너무 맛있었다. 음~.. 몇개 없어서 더 손이 간것일 지도 모른다. 결국 1타에는 내가 단무지 3개, 친구녀석이 단무지 1개로 마무리 지어졌다.

"여기요 단무지좀 더 갖다 주세요"
"여기도요~"

친구가 손을 번쩍 들고 단무지를 더 달라고 주문했는데, 다른 테이블에서도 단무지를 계속~ 추가하고 있다. 테이블이 4개 정도 있었는데, 테이블마다 단무지 더 달라는 소리를 한번 이상씩은 한것 같다.

물론 우리도 세번이나 더 시켜먹었다. 자꾸 시키면 모자른줄 알고 몇개 더 얹어 줄 법도 한데, 갯수는 정확히 4개다. 어쩜 크기도 그리 일정한지, 45도 각도로 겹쳐서 담으면 단무지 4개에 그릇이 꽉~ 차 보이는 착시현상까지 보인다. 다행히 단무지는 공짜다. (갑지기 피서지에서 김치 한그릇에 500원에 사먹었던 기억이...)

요즘 음식 재활용에 대해 말이 많다. 어떤 식당은 손님이 보는 앞에서 남은 음식물을 처리해주는 모습을 직접 보여준다니, 손님들 앞에서 '나 잘하죠~, 담에 또와요~'라고 은근히 자랑할만도 하다.

단무지 처럼 단단하고, 재활용해도 티가 안나는 반찬들은 부엌에서 손쉽게 가공되어 나오고는 한다. 아마 단무지를 한사발 가져도 줘도 몇개 손 안대는 손님도 있을테고 그걸 다 치워야 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법도 하다.
 
그럴때면 주인 입장에서는 고민을 하게 될것이다.

'깨끗한데? 그냥쓸까? 안돼 양심을 버리면.. 버리자. ...
...버리자니 아까운데~'

중국집 주인도 인간이다. 돈벌려고 하는 장사, 좀더 많이 벌고 싶은 마음도 있을것, 하지만 거기엔 손님들의 믿음이 깔려야 하고, 그 믿음은 주인의 양심에서 비롯된다. 이 가게의 단무지는 테이블당 아무리 많이 남겨도 4개는 넘지 않을 것이다. (가게에서 손님들이 단무지 리필하는걸 보니.. 뭐~ 남길것 같지도 않구...)

단무지 10개 줬는데 반 정도 남은 5개를 버릴까? 말까? 고민하는것 보다는 단무지 4개의 중 반먹고 남긴 2개를 속시원히 버리는 편이 가게의 입장에서도 속편할것이다. 적어도 '기본반찬 재활용'이라는 부분에서는 주인의 양심걸릴 행동은 안했으니 말이다.

그 집 단무지가 아무리 맛있어도 분명 입맛에 맞지 않아 남기는 사람들도 있을테니.. 밑반찬을 조금씩 자구 가져다 주는게 주인의 입장에서는 음식을 아끼는 방법이 될테고, 손님의 입장에서는 깨끗한 음식을 먹는 기분이 들어 안심이 될터! 게다가 주인의 입장에서는 재활용할까? 말까? 라는 고민을 할 타이밍조차도 갖지 않겠다 마음이 느껴진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단무지를 3개만 내 놓는 불상사는 없도록 하자. 단무지는 짝수로 나가야 한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