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손님이었고, 그 전에는 알바생이었던 내가 잠시 주인입장이 된것이다. 오후4시 부터 새벽 1시까지 상주하면서 기본 일당 5만원에, 매출에 따라 일정액이 추가 되는 알바면 꽤 쏠쏠한 제의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열심히 일시키려는 선배의 꼼수였을 수도~ㅎㅎ)


   "야호~! 만석이다!"


브라보~ 원더풀~


PC방의 임시사장명찰을 달고 3일째 되던 날, '만석이'가 찾아왔다. "만석(萬席)은 PC방에 빈좌석이 없을 때"를 말한다. 투명인간 '동수'처럼 '만석이' 라고 부르기도 한다. PC방 카운터에 깔린 관리프로그램에 빈칸이 없을때는 느껴지는 짜릿한 기분이란~♡

'이 상태로 10분만더 유지하자. +10분만더, +10분만더~...조금만 더~'  

사실 나는 일당 5만원은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기 때문에 매상과는 그닥 관계는 없었다. 하지만 임시사장이란 명찰을 달고나서는 매출을 올려보자는 오기도 생겼었다. 그 피시방은 전체 50석 남짓. 만석인 상태로 한시간씩만 가도 시간당 50000원씩 들어온 셈이다. 과자, 음료수류의 부가수입을 빼고 두시간만 지속돼도 10만원을 버는 셈이니, 만석은 사장의 입장에선 무조건 장땡이다.

보통 만석은 순식간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그날따라 두시간이 지나도 만석 상태는 계속 유지 되었다. 몇몇 자리는 교체되었지만 순식간에 교체된 터라 시간당 따진다면 두시간째다. 한바퀴 돌아보니 손님들은 금새 나갈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임시사장의 권한으로 요구르트 하나씩 서비스로 돌렸다. 만석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시키려는 이유도 있었고, 피시방의 서비스 질을 높이자는 생각에서 였다.

(요구르트는 처음 자리에 앉았을때 주는 서비스 인데, 괜히 기분 좋아서 겸사겸사 돌렸다.) 요구르트 빨을 받았는지.. 그 상태는 30분을 더 유지하는데 성공~. 요구르트 45개는 22500원의 값을 하고도 남는 투자였다.


   '만석'이 반갑지 않은 알바생, 당연해


넷커맨더, 세련돼졌구나~


그런데 알바생의 얼굴을 보니 죽상이다. 시간당 일정액을 받는 알바생의 입장에겐 '만석이'는 반가운 손님은 아니다. 특히 그날은 음료수, 라면, 과자 매출까지 껑충 뛰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① PC방은 카운터에 앉은 이상 카운터 금고의 액수는 한사람이 맡게 된다. 나는 일정액만 떼어 입금하고 다시 금고에 넣어둘뿐 ±되는 돈은 알바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 두시간동안 알바는 2000원 정도의 실수를 했고, 월급에서 깠다;;; 어찌보면 잔인하지만, 그것이 카운터를 맡은 사람의 책임이다. 라면, 과자, 음료수의 남은 갯수까지 몽땅 인수인계할때 확인해야 하니.. 깜빡하고 체크 안해뒀다가는 빼도 박도 못한다. 100원짜리 동전 하나도 인수인계시 철저히 넘겨야 하는게 알바의 몫이기 때문에 그 책임감은 나름 크다고 할 수 있다.

② 피시방 알바의 특성상, 고정된 공간에 8시간 넘게 있어야 하고, 반복되는 작업, 제 3자의 감시(?), 진상손님의 접대 등등.. 어찌보면 씨끌벅적한 호프집에서 여러명의 알바와 함께 일하는게 부러워 보일때도 있다. 한마디로 PC방 알바는 친구가 없으면 외로운 직업이다.

본인이 알바할때도 만석만 되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만석이 조용히 유지되면 좋으련만, 특히 10시 넘으면 사방에서 라면달라고 불러댔고, 나가는 손님 계산하랴 들어오는 손님 챙기랴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가끔 찾아오는 만석이는 알바생의 정신을 쏙~ 빼놓곤 한다. (참고로 만석일때 돈안내고 튀는 '먹튀'는 인간도 아니다.-_- 만원짜리 두놈.. 예전에 알바할때 두놈이 튀는 바람에 하루 일당을 고스란히 뱉어야 한 적도 있었다.;)


   '만석이'로 사장도 웃고, 알바생도 웃게 하는 방법



선배가 며칠 자리를 비운 사이에 1회의 만석이 있었고, 임시사장(본인)의 요구르트 서비스(?)로 인해 가뭄에 콩나는 듯 있던 2시간 이상의 만석을 달성했다. 나는 6일 알바비 30만원 이외에 +17만원을 더 받았다. 17만원은 평균매출 보다 더 올렸기에 주기로한 보너스다. 내가 플러스로 받은 보너스중 10만원은 알바생에게 주었다. 피시방 알바라는 입장이 고된 일인줄 알기에 알바생에게 보상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실제로 선배가 자리 비운기간동안 고생도 많이 했고~

그 후 선배를 끈질기게 설득을 한 후에 일매출이 일정선을 넘으면 일매출의 0.2%~0.5% 정도를 차등해서 파트타임당 알바에게 보너스를 주기로 했다. 하루매출이 50만원이라 치면 한달에 한달에 75,000원 정도 더 준다. (오픈초기 일매출은 50만원을 거의 상회하는 수준이었으니.. 저녁~새벽시간에 일하는 알바생에게는 월 10만원 정도 더 준다고 보면 된다.) 일정월급 외에 +로 알파를 가져가니, 알바들의 눈에는 손톱에 낀 때만큼(?)의 총기가 돌는듯 했다.

PC방의 손님을 끌어오는것은 PC방의 외적요인(인테리어, 컴퓨터 사양)이지만, 그 손님들을 꾸준히 잡는데에는 알바생의 역할도 무시 못한다. 컴퓨터 사양을 보고 들어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지만, 간혹 알바의 친절에 감동해서 오는 손님들도 있다. 이런 손님들은 나중에 PC사양이 떨어지더라도 꾸준히~ 방문해주는 단골고객이 되기 때문에 잘 대해 주어야 한다. 사장은 알바를 관리하고, 알바생인 손님을 관리하고, 손님이 손님을 부른다는 OO의 원칙?! 이 방법은 알바생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그 만큼 더 열심히 일하라는 당근과 채찍같은 것이었다. (믿음직한 알바를 선택하는것 필수!)

오픈발도 있긴 있었지만 그 오픈발을 몇달간 유지시키는데 이 방법이 큰 역할을 했다. "이 정도면 투자금 금방 뽑겠는걸ㅎㅎ" 이라며 싱글벙글 웃던 선배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나름대로 장사수완이 있어서 인지 PC방운영도 남들보다 훨씬 잘했다고 자부한다.

대형프렌차이즈가 치고 들어오기 전까지는[각주:1].. 더불어 참 행복했었다. 아마 이 알바생도 꾸준히 인센티브를 받았을 텐데...
  1. 다음 예약글 - 대형프랜차이즈 PC방이 치고 들어 오는게 심상치 않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