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글에 이어 오늘도 PC방글을 올립니다. 그저께 글과는 인과관계가 없으니 어제글 안 읽으셔도 됩니다.

PC방 오픈 두달째. 만석이도 자주 찾아오고, 식품매출도 쏠쏠하고, 알바는 일을 너무 잘하고 있었고.. 이대로 1년만 가면 좋겠다라며 연일 웃음짓던 선배는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PC방이라는게 한두푼가지고 차릴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원금회수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게 관건이었습니다. 하지만 말이 그렇지 PC방이라는게 처음 차리고 난 후에는 점점 하향곡선을 타는게 보통입니다. 일명 오픈발이라고 하는데, 오픈 초기에는 손님들이 많이 몰렸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줄어드는 현상(?)입니다.


중간중간 그래프가 튀는 부분은 컴퓨터나 인테리어에 좀더 돈을 투자했을때 반짝하고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 돈도 한두푼으로 해결되는게 아닌지라... 투자할때도 많은 고민들을 하시더라구요.


"여기 완전 독점이지, 여기 찾느라 엄청 고생했다자리 좋지? 그치~ ^^"


라고 말하며 기뻐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선배도 중소 프랜차이즈를 끼고 PC방을 오픈한지라, 프차에서 사람이 나와 직접 상권조사를 해보고 100% 가능성있는 자리라며 무조건 강추 했습니다. 만약 선배가 안차리면 프차 자체에서 다른 고객들에게 소개 할 수도 있는 자리라며 극찬을 했습니다.

3면이 아파트 단지인데, 그 사이에 건물 4층짜리가 딱 하나 있는 자리입니다. 1층엔 슈퍼, 2층엔 비어있었고, 3층엔 무슨 사무실이 있었나? 그랬습니다. 길 건너편 쪽에 있는 상가에는 1층에 과일집, 2층에는 당구장이 있었기 때문에 술먹고 2차로 오는 취객들도 없었고, 깔끔하면서도 몫이 좋은 곳이었지요. 4차선 도로지만 약간 외진 곳이라 차도 그리 많지 않아서 상가 앞쪽에는 주차도 가능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수익성이 있던 곳입니다. 아파트 단지내의 독점상권을 발견한 것이지요.

그래서 그 자리에 럭셔리하게 PC방을 오픈했고, 시내 중심가 못지 않을 정도의 인테리어와 PC사양을 구비 했습니다. 일부러 차를 끌고 오는 손님들도 있었고, 아무튼 손님이며, 가게며 거의 흠잡을 데 없을 정도로 잘 흘러 갔어요.


그런데.. 일이 터진 것은 오픈 2개월째...


건너편 건물에 있던 당구장이 나간답니다. 빈 상가가 된것이지요. 그 다음날 붙은 현수막은 '임대문의'..... 그 현수만은 일주일도 안되어서 떼어졌고, 한달 반정도 지나니 대형 프차 피시방이 들어왔습니다. 속전속결이었지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옵저버[각주:1]가 엄청 들락날락 했을법 하네요. (선배는 거길 C베XX 라고 불렀다는..;). C모 PC방은 최근에 오픈했으니 오픈발을 받고 있었고, 그 오픈발의 여파는 선배의 PC방 매출저하로 이어졌고요. 잠깐 이러다 말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PC방이 두곳이니 매출은 반으로 떨어졌을까요? 아닙니다. 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그 PC방 들어오고나서 한달내에 최하 20%까지 떨어진 적도 있습니다. 선배가 가게를 차리기 전 상권분석을 할때, 미처 신경쓰지 못했던 당구장이 복병이었던 것이죠. 프차도 상권분석 철저히 안해준 잘못도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어디다가 하소연 할데도 없습니다. 이제부턴 경쟁입니다.


'이렇게 까지 하는데 계속 버틸래~?
뚝뚝 떨어지는 시간당요금, 1000원 → 500원 → 300원'


PC방 경쟁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당사자는 정말 피가 말라 버립니다. 앞집에서 음료수 공짜로 주면, 나도 줘야하고, 컵라면이 아니라 끓인 라면 갖다 주면, 나는 거기다가 계란까지 풀어줘야 하는게 PC방 장사의 이치입니다. 

그런데 C PC방 사장은 뭔지 모를 운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더군요. 예고 없이 공격한다는 점이랄까요? 그것도 크리티컬 데미지로요. 알고 뎀비는 거랑, 모르고 뎀비는게 천지차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선배도 여기저기 알아보더니 전략을 짜서 공격형 방어으로 나갔습니다. 서비스,쿠폰제같은걸 도입하면서 을 하며 1년은 대출비만 값을 정도로 근근히 보냈습니다. 한여름에 쿠폰돌리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후 제일 힘들었던 건 가격경쟁


몇달 지나지 않아 C PC방에서 진짜 공격적으로 나오더군요. '나는 지금부터 너를 쥐고 흔들거다. 너가 떨어져 나갈때 까지..' 라는 식으로 피를 말리는데 선배의 얼굴이 정말로 반쪽이 되었습니다.

그때 알바구하기 힘들어서 제가 잠시 카운터를 봤는데..매출은 말하기도 민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대형 프차에 손님이 반 넘게 넘어간 바람에 매출은 20% 밖에 못올리고 있는데.. 시간당 500원을 받는다니~.. PC방 사장을 만나 단판이라도 지어 본다고 몇번이나 찾아갔지만, 그 사장 만나기 참 힘들더군요.

선배는 가격을 내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고민 많이 했습니다. 내리지 말라는 조언들이 더 많았지만, 여기서 손님 더 뺐기면 안된다며 같이 500원으로 내렸지요. 그러니 손님은 쪼~금 늘긴 하더군요. 손님은 늘었으나 매출은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1000원 받던걸 500원 받으니 정말 장사할 맛 안나더군요~. 그냥 해가 뜨니 PC방에 가고, 해가 지니 집으로 들어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주말만 되면 이상하게도 평일 매출보다 뚝뚝 떨어지는 겁니다. 첫주는 뭔일이 있었나보다 라고 넘어갔는데 둘째 주말도 계속 그러니, 하도 수상해서 C PC방에 알바생의 여친을 보내봤는데.. 왠걸~ 이번 한달은 주말에 300원을 받는 답니다. 연타 공격을 받은 셈입니다. 

1000원에서 500원으로 내린것도 모라자, 300원을 받고 있다니, 저글링러쉬 잘 막았더니 뒤에 폭탄드랍이 떨어진 격입니다. 길을 걷다 그 간판을 볼때면 CXX pc방이 라고 써 있지만, '따라 올테면 따라와 봐~ , 너가 떨어져 나갈때 까지 쥐고 흔든하고 했지!' 라고 써 있는것 같았습니다. 결국 남은 손님들은 500원과 300원 차이에 둔감한 돈 있는 어른들이더군요.

"방망이 들고 가서 때려 부술까?"


선배는 가끔 이런 말을 했습니다.(이런식의 말투였지간 강도는 더 강했다는;; ㅂ ) 얼마나 분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요. 아마 제가 그 입장이라도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았을 겁니다. 수중의 8천에 대출 억+끼고 시작한 경험치고는 너무 호되게 당한거죠. 결국 꾸역꾸역 대출은 거의 값았고, 원금은 날린 셈이 되어 버렸네요. 3년 반동안 은행 배불려 주고, 집주인 배불려 준 셈입니다.

1. 가진자는 무섭다.
2. 돈이 무서운게 아니라 그 돈을 가진 사람이 무섭더라.
3. 남말만 듣고 섣불리 생각하지 말자.

가끔  길을 걷다 500원 받는다는 pc방 현수막을 볼때면, 옛날 생각이 나고는 합니다.

  1. 스타그래프트의 정찰유닛이랑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 다른 PC방 돌아 다니면서 관찰하는 사람입니다.~ 일종의 탐색전이지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