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90년도 어느 여름날..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아침 6시반에 어김없이 알람시계소리가 시끄럽게 울리고.. 밖에선 어머니께서 빨리 일어나라며 보채신다.

'음.. 조금만더, 조금만더~'

라며 1분이 한시간만 같아라~ 라는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하지만 1분은 정확히 60초였다.

아침이면 어머니는 도시락싸랴, 국끓이랴, 항상 바쁘셨다. 부억에서 '아들아~ 일~어~나~!' 라는 소리가 몇번 반복되는 소리조차도 무덤덤해질 즘~어머니는 방문을 벌컥 열면서


'야! 너 진짜 안일어 날래!!'
라며 소리를 빽! 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보다 더 무서운건..바로 어머니 손에 들린 부엌칼이다. 부엌에서 요리하다 말고 바로 내방으로 달려오신것이다. 손에 그것을 든 채로..ㄷㄷ

방문여는 소리와 어머니 목소리에 눈을 게슴츠레 뜨며 바라보니 촛점도 제대로 맞지 않아 희미하게 보이는 어머니 손에 가끔 식칼이 들려 있는 모습은 공포영화를 보는것처럼 섬뜻하게 만든다.

그런 상황이 몇번 반복이 되니, 잠결에도.... 도마소리가 다다다다닥~ 들리다가 발검음 소리가 콩콩콩~ 들리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눈이 떠지곤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때는 한번도 지각을 한 경험이 없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기 싫다고 화를 버럭 낸 적도 없다. 문이 벌컥 열림과 동시에 스프링처럼 바로 앉아버렸으니까..

어머니는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이론을 알고 계셨을까.? 어머니의 그런 무의식적 행동들은 나를 파블로프의 개가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질질 흘리는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 ㅎㅎ 어디서 들으니 아침에 사람을 깨우는데 자신들의 어머니 목소리가 제일 효과적이라고 한다. 혹시.. 이런 이유가 아닐까~? ㅎㅎ

tic-tac
tic-tac by cx33000 저작자 표시비영리

이제 자취 7개월째에 접어든다. 자취 한달째에는, 아침에 일어나는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핸드폰 알람은 5분간격으로 3회 반복되도록 설정해 두었지만, 그것도 익숙해 졌는지.. 자꾸 무의식적으로 슬립버튼을 눌러버려 지각한 적도 두어번 있다. 군기상나팔소리 나는 시계도 구입했었는데.. 그 소리만큼은 다시 듣고 싶지 않아서 바로 폐기처분해버렸다. -_-;

아침에 눈을뜨면 자꾸 잠자리가 눈에 밟히고, 좀더 자자니.. 돈줄을 끊어 먹는 일이고... 어쩔수 없이 화장실로 들어가면서 '오늘은 퇴근하자마자 이불깔고 누워있을꺼야!' 라며 다짐을 하며 찬물에 얼굴을 담근다.

그래서 요즘은 일어나는 시간을 대폭 앞당겼다. 잠을 조금 줄이더라도 그게 더 효과적인것 같다. 물론 전날 술자리를 가지면, 새벽기상도 못하지만.. 요즘은 더워서 그런지 술먹자는 얘기도 잘 안들린다.

정신없는 도마소리도 그립고, 어머니의 앙칼진 목소리도 그리운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