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사세요~' 씨끄럽다 신고 라는 뉴스가 떠서 읽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어 보니 현실이 삭막해 졌다 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제가 옥탑방에 이사 오기전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살때 겪은 일이 생각나서 몇자 적어 보렵니다.


때는 어느 여름날이었습니다.
아파트 15층에는 그나마 모기가 없어서 창문을 활짝 열어 제치고 어머니는 드라마를, 저는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죠.
아버지는 8시만 되면 주무시는 스타일이라 진작에 안방에서 주무시고 계셨죠.

8시 반 드라마가 시작할때 쯤, '함~사세요' 라는 함성이 아파트 입구에서 부터 들려오는 겁니다.
어머니와 저는 베란다 창밖으로 빼꼼히 내려다 보니 함지기가 오징어 가면에 랩을 칭칭 말아 쓰고 연신 '함 사세요'를 외치고 있었죠.


Folk Village Participants Role Play Traditional Marriage Ceremony

"아들아~ 저거 봐봐. 정말 오랜만에 본다."
"저도 저번에 함팔러 한번 갔다 왔잖아요~"

아파트 앞동에서도 함사세요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죄다 베란다 쪽에 머리만 내밀고 구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라.. 저도 5분 정도 구경하다.. 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나는데도 함사세요~ 소리는 그치질 않았고,
한 술 더떠서 여자들이 '꺅꺅~' 소리를 지르며 '빨리 오라고, 한발 더오라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합니다.
대충 상황을 보아하니, 신랑측 친구들이 아예 작정하고 온듯합니다.;;

   아파트 단지는 메아리 치는 구조.


아파트 꼭대기 층에 사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조곤조곤 대화하는 소리는 메아리를 쳐서 15층까지 또렷하게 들립니다. 특히 밤이면 더 심하죠.
그런데 쩌렁쩌렁 울리는 함사세요 소리와 한옥타브 꺽인 솔~톤으로 꺅꺅 소리까지 질러 대니 저도 슬슬 짜증이 밀려 오더군요.
루치아노 파바루치랑 조수미랑 같이 콘서트 하는 줄 알았네요.


   한시간 반 넘도록 이어진 '함사세요~' 소리는 이제 소음으로 들린다.


그래서 다시 베란다 쪽으로 나가 언제 끝나려나~ 하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왠걸.. 그 함이 저희 아파트 동 쪽으로 들어오고 있는게 아닙니까;;

'함 사세요~'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렸고, 앞 동에서는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시간 반이 넘게 이어진 '함 사세요~' 소리에 어머니께서 .. "적당히좀 하지 도대체 몇시간째야.~" 라며 TV볼륨을 높이셨고, 그 바람에 저도 덩달아 책을 덮어 버렸지요.
(8시 30분쯤, 드라마 기다릴때 함이 도착을 했고...10시에 시작하던 드라마를 보시며 볼륨을 높였으니.. '함 사세요' 소리를 들은지 한시간 반을 넘었네요~..)

이왕 이렇게 된거 언제까지 하나 구경이나 하자, 하며 옥상으로 올라가 계속 지켜봤습니다.
그런데 저쪽에서 경비원 아저씨께서 슬금슬금 걸어오시더니 뭐라뭐라 하시는데.. 대화 내용인 즉슨 '주민들 항의가 들어오고 있으니 적당히 하고 들어가 줘라.'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주민들도 몇시간째 계속되는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못견디고 관리소에 전화를 했나 봅니다.

분명 결혼 당사자들에게는 일생에 한번뿐인 추억이 되는 결혼 절차중 하나죠.
요즘 이런 함절차는 많이 생략을 하는 편인데 생략을 안하기로 했다면 적당히 즐기고, 주민들에게도 충분이 알렸다고 봐요. 익살스러운 모습도, 신랑측 신부측 친구들이 실랑이 하는 모습도 처음에는 정겨워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아파트 단지내에서 한시간 반동안 함사세요~라고 외치는건 너무한거 아닙니까?

저도 친구들 결혼식에 함팔러 갈때 적당히 상황봐가면서 했었는데.. 이 신랑측 친구들이 좀 과한면이 있네요.
아니면 신부측 친구들이 너무 설렁설렁 대했던가~ 이럴땐 재치있는 친구가 꼭 필요한데 말이죠.

아파트 단지내에서, 특히 밤늦은 시각에 함 팔때에는 적당히 해주는 센스가 필요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