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으로 이사오고 나서.. 휴일 아침마다 저를 깨우는 소리가 있습니다. 휴일 아침만큼은 전날 과음으로 인한 숙취가 덜 깬터라.. 늦잠한번 퍼질러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런 제 마음은 아는냥 모르는냥~ 그 분들은 초인종을 누르는 것도 모자라, 현관문을 쿵쿵 두두리기 까지 합니다.

'난 니가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누구세요~" 라고 물으면 문을 열때까지 자기가 누구라고 대답도 안합니다. "아..네~..." 라는 대답만 연신 내뱉습니다. 몇변을 누구냐고 물어도 '네'라는 대답뿐이군요. 제방 현관문에는 밖을 확인할 수 있는 구멍이 없어서 문을 열고 확인을 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열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열어보면 근처 예수님 믿으라고 오신 분들, 영적인 기운을 드리겠다고 오신 분들, 우유홍보, 신문 홍보등등 다양한 분들이 오시더군요.

우유나 신문홍보 하시는 분들은 처음에 한 두번 정도 오시길래  제가 '오지 말라'고 딱잘라서 말 한이후에는 다시는 오지 않으시는데요. 반면에 종교홍보 하러 오시는 분들은 번갈아 가면서 오는차에 미칠지경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그분들이 오셨습니다. "누구세요~" ... "태ㄱ! 쿨럭쿨럭~", '택? 택배?....' 실은 태라고 말한건지.. 뭐라 말한건지 잘 안들렸지만.. 혹시 택배아저씨가 오셨나? 하고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제 눈에 보이는건 조끼를 입고 상자를 들고 계신 택배 아저씨가 아니라.. 퇴마사 같은 분들이 오셨네요. 남자분은 검은양복에 머리는 올백으로 말끔히 넘겼고, 여자분은 검은치마에 신부화장 못지 않게 진한 화장을 하셨습니다. 교회에서 나오신것 같지는 않았고,, 아무튼 이상한 느낌이 문득 들었습니다.

"누..누구세요?" 라고 묻자 온화한 미소를 띠면서 "아~ 안녕하세요. 저희는 영적인 기운을 전해드리러 왔습니다. 좀 얘기를 드리고 싶어서요~" 라는 말에 "됐습니다.~" 문을 닫으려는데 갑자기 남자분이 발한쪽을 문사이에 집어 넣는 바람에 못닫았습니다. 저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몸은 70도 정도 굽은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 버렸지요. "제 말좀 들어보세요. 이 기운 한번 받아 보시면면 몸이 정말 가벼워지니.. 오늘은 간단한 것만 해 드리고 가겠습니다." 라며 자꾸 보챕니다. '오늘은? 그러면 다음에도 온다는 말인가;; 정말 집요하군!'

제가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연신 내뱉으며 혹~하게 만들더군요. 남자랑 여자가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중간에 제가 말할 타이밍은 전혀 없습니다. 그런식으로 세뇌를 시키는건가요? 한참 듣고 있던 저는 당연히 한귀로 모두 흘려 버렸지요. 그 사람들이 말하는 단어하나, 조사 하나는 머릿속에 하나도 남기지 않았습니다.

못견딘 저는 고개를 30도 떨군채, 눈을 치켜뜨고 한마디 했습니다. "경찰 부릅니다." 제 무표정한 얼굴이 먹혔는지.. 머뭇 거리시더라구요. 물론 부를 생각은 없었죠.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가라'라는 의도로 이야기 한것이니까요. 하지만 한마디만 더했으면 진짜 불렀을 지도 모르겠네요. 제 핸드폰에는 근처 파출소 전화번호가 저장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결국 그 분들은 제 방을 떠나셨지만 1층까지 내려가시면서 10개 남짓한 방들을 죄다 훑고 가시더군요. "띵동" "누구세요" "아~네~...." , "띵동" "누구세요" "아~네~...."  라는 소리는 거의 메아리 처럼 들립니다. 그 소리가 안들릴때쯤 옥상에 나가서 담배한대 피우며 그사람들의 동선을 살펴보니.. 팀을 짜고 이 동네 원룸은 모두 훑고 다니나 봅니다. 다른 일행이 다른 건물에서 나오는 모습도 보이고 손가락으로 위치를 지적하는 모습도 보이더군요.

휴일아침마다 찾아오는 이런 분들을 때문에 불쾌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