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사람들 2009. 2. 16. 07:07 일상 이야기
토요일 저녁 친구를 만나 늦은 저녁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조금 걷기로 했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토요일 오후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구요. 길거리에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주변 상가들도 텅텅 비어 있는 모습입니다.

걸으면서 힐끔힐끔 가게안을 들여다보니, 주인들은 거의 카운터에 앉아서 장부정리를 하거나, TV를 보고 계셨습니다. 손님 없는 가게안에서 TV를 볼 수 밖에 없는 상점 주인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제 친구네 분식점도 가게월세와 집세가 두달치가 밀렸다고 하니, 듣는 제가 가슴이 아픕니다. 선뜻 손을 내밀어 도와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15분 정도 걷다보니 컴컴한게 상권이 보입니다. 재개발 지역도 아닌데, 건물 전체가 어두운 모습입니다. 괜히 그쪽으로 더 걸어가기 싫더라구요. 그래서 "야~왔던길로 돌아가자, 저긴 아무것도 없네" 라며 온길을 다시 되돌아 가며 눈으로 쇼핑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발걸음을 돌리자마자 정적을 깬 친구의 한마디..,

"에휴~ 여기 저기 죄다 세일이구만~, 다음 주에는 옷이나 사야겠다."

불황 속 대한민국, 365일 세일중

점포마다 할인해준다는 세일(SALE)문구를 붙여 두었다.


아까 올때는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느라 인식하지 못했나 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상점들 마다 형광색 도화지에 세일문구가 붙어 있더군요.

한집건너 한집 붙어 있는게 아니라, 연달아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불황은 불황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게는 손님 하나 없고, 주인은 창밖을 내다보며 길 가는 사람을 구경이라도 하듯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마네킹이 손님을 맞이 하고, 마네킹이 손님인 냥 물건을 사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가게안의 모습은 썰렁했습니다.

세일 하는 곳만 골라서 찍어 놓은 것이 아니라 한걸음 옮길때 마다 찍은 사진입니다. 걸으면서 셔터를 눌러서 그런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50%~70%SALE, 폐업정리, 완전폐업, 창고대방출! 90% 세일! 이라는 문구도 드문드문 보이더라구요.

불황 속 대한민국, 365일 세일중

SALE문구를 붙여 두지 않은 점포를 찾기 어려울 정도.


자영업 10곳중 1곳 폐업이라는 뉴스를 봤지만, 한집건너 한집 세일문구를 붙여 놓은게 아니라, 세집건나 한집 정도만 세일문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싸게 드릴게요, 물것좀 사가세요" 라며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정작 손님들을 찾아 볼 수 없었던 점포들의 모습은 이번 반짝추위에 더 힘들어 하는 모습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컸습니다. 이번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찾아올때, 불황이라는 매서운 한파도 물러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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