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친노트가 처음 방영되었을때, 화해와 용서라는 소재가 참신하게 느껴졌다. 연예계 전반에 걸쳐 있는 그들만의 기싸움을 TV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은 기발했기 때문이다.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몰래 엿보는 맛은 어느 프로그램에서도 느껴볼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김구라가 나와서 진행을 한다는 점은 더욱 군침을 돌게 했다. 김구라 하면 누구인가? 인터넷방송 시절 뒷담화의 황제였다. 김구라는 거친느낌의 단어들을 탁월하게 집어서 사용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화해와 용서라는 소재의 절친노트를 방송한다니. 기대감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문희준은 인터넷악플의 최대 피해자였다. 악플이 악플을 낳는다고... 문희준에 대한 악플은 하나의 문화처럼 되어버렸으니까.. 거기에는 김구라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그들사이에 묘한 감정대립이 있다고 보는게 맞겠다. 절친노트의 방송소재로는 무엇보다 참신했기에 절친노트에 대한 호응과 그 이후 방송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서지영과 이지혜의 감정 대립도 한때 큰 이슈였다. 한때 톱을 달리고 있던 샵이 해체되는 이유가 되었으니 말이다. 샵이 해체되고 나서 그녀들은 솔로활동을 하기 시작했지만, 동시에 출연한 적은 없었다. 각자 솔로곡을 들고 시즌별로 번갈아 가면서 출연할 만큼 서로에 대해 인식하는 면도 컸다. 그런 그녀들까지 서로 화해하게 만들어 준것이 바로 절친노트! 비록 처음에는 어색한 화해였지만, 회를 거듭할 수록 점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만족한다.

그 이후 Re.f 맴버들사이에 오해가 있었는지 몰랐다. Re.f 의 계약기간만료와 재계약을 둘러싸고 배신과 오해라는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더욱 놀라웠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식으로 화해를 하는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이런 식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접근방법이 그나마 절친노트에 대한 기대를 져버리지 않게 해주었다.

하지만 원더걸스의 출연 이후로 절친노트의 소재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절친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다. 절친을 위한 화해라는 소재 대신 출연자의 인기도에 치중한 섭외라고 생각한다. 소희와 유빈이는 단지 어색한 사이였을뿐... 절친의 히든카드인 강건너 불구경하는 그런 재미는 볼 수 없었다.


어제 방송된 절친에서는 김구라를 다시 재활용했다.( MC가 방송소재로 이렇게 빈번하게 활용되는 경우는 절친을 따라올 예능이 없을것이다.) 김구라의 과거의 잘못을 용서받는 그런 소재는 이제 별 호응을 일으킬 수가 없다. 2008년 김구라는 영화더빙,라디오,TV를 통틀어 13개의 프로그램이 출연을 했고 2009년에는 라디오를 제외하더라고 5개의 TV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중급 연예인이 되어버렸다. 김구라의 용서를 거절하기에는 김구라가 방송계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너무 커졌으니 방송계의 선후배라는 점때문에 김구라의 잘못을 용서할 수 밖에 없다. 비호감 시절의 김구라라면 모를까? 지금의 김구라는 화해신청→승낙이라는 뻔한 결말이 예고된 그렇고 그런 방송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김구라가 광대역할을 하면서 용서를 구하는 시트콤같은 장면은 이제 지루한감이 느껴진다.

김구라가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절친이 아니더라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많이 볼수 있다. 김구라가 독설모드에서 화해모드로 캐릭터를 변경을 하자 무릎팍도사에서는 비록 전화통화이긴 하지만. 김구라와 김선아의 화해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절친노트는 연예인들의 화해의 장이라는 소재를 이용함에 있어서 김구라만을 계속 재탕하고 있는 것이다. 절친노트는 분명 화해의 장이라는 훈훈한 이야기를 담을 터가 조하은 땅을 가지고 있다. 이런 좋은 땅에 위에 짓기 쉬운 오두막집만 짓지 말고 높은 빌딩도 세울수 있는 그런 절친노트가 되길 바라며, 김구라만의 절친노트가 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