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휴일 잘 보내셨나요? 25일이 목요일이라서, 주 5일 근무하시는 분들은 금요일의 업무가 부담되시는 분들도 계실테고, 금요일까지 몰아서 쉬는 곳도 있을텐데요. 저는 크리스마스를 집밖에서만 보내고 이제야 들어왔습니다.

25일 오후에 크리스마스를 맞아 친구가 놀러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데 꽤 수척해 보이더군요. 저는 금요일도 쉰다길래, '징검다리 휴일이라서 금요일까지 같이 쉬나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녁시간이 다 된지라 배도 출출해서 근치 고기집에 가서 저녁먹으면서 한잔 하기로 했습니다. 
 
대학교 동창 중에서도 매우 친했던 친구라 한달에 한두번씩은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사이입니다. 그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석달간의 구지기간을 거쳐 자동차 부품 관련업계에 들어갔습니다. 그당시에는 연봉에 3천이 넘는지라 친구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았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경기가 불황인지라, 특히 자동차 업계는 세계적으로 불황의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라..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술 한잔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들...


"휴가야? 내일(금요일) 회사 안가도 돼?"
"어. 나 1월 초까지 휴가야"
"와~ 좋겠다."
"이게 좋은건지 모르겠다. 사실은 월차 쓴거거든."
"어? 그래?"
"무급휴가나 다름 없지 뭐. 자의반 타의반으로 회사분위기가 안나오는 분위가라서... 요즘 일이 없어. 그 밑에 있는 하청업체들은 줄 도산하는거지 뭐!"

내년 1월 4일까지 휴가라는 말에 '우와~ 부럽다' 라고 하자, 속내를 털어 놓더라구요. 사실 그동안 모아둔 월차를 쓰기는 했지만, 다른 부서들은 무급휴가를 쓰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20% 의 감봉이 있다는 소문도 있고, 그쪽 업계가 현재 시베리아 벌판 같이 싸늘한 분위기라 어쩔수가 없다며 한잔 들이카는 친구가 왜 그리 가엽게 느껴졌던 걸까요? 그 말을 듣던 저도 쓰디쓴 소주한잔을 벌컥 들이켰답니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전화하면 바쁘다며 나중에 통화한 기억이 나는데.. 순식간이네요.

저는 뉴스에서 힘들다,자동차 업계가 어렵다 라는 이야기만 접했지, 이런 깊은 사실들은 처음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관심이 부족했던게 아닌가?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드네요.

회사 동료에게 걸려온 전화받는 친구


"회사 선배 이야기를 들어보니 IMF때에도 이렇지는 안았대. 그때는 길어야 1년 빡세게 고생하면 회복전망이 보였는데.. 얼마전에 외국에 출장 갔다가 놀란게 세계적으로 거의 밑바닥이 보이는 수준이라.. 마음 단단히 먹고 있지. 그래도 우리는 다행인게, 바로 옆에 있는 공장은 문 닫은지 오래다."

제가 보기에는 그의 사회생활에서 첫 고비를 만나는 순간이 었습니다. 그것도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자동차 업계의 불황이라는 거대한 복병을 만난 것이죠. 이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취직후 그렇게 기뻐했는데.. 첫 월급 타고서는 멋진 양복을 차려입고 한턱 거하게 쏘던 친구의 든든한 어깨가 이제는 추위에 움츠려 들듯이 작아보였습니다. 징글벨을 틀어주는 거리가 왜 이리 어색하게 느껴질까요? 형형색색의 전구를 켜고 손님을 유혹하는 가게들의 모습이, 회색빛 사진처럼 차갑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보낸 크리스마스중 제일 우울한 크리스 마스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