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도 뚝떨어지고 , 날씨도 쌀쌀해지고 , 가을이 지나 겨울문턱에 들어서는 이때~ 김장철이 아닌가 싶네요. 저희집도 올겨울 김장을 시작했습니다. 시작은 아니죠. 저번달에 미리 20포기 해두었으니까요.

오늘은 총 28포기를 했네요. 가족들끼리 오손도손 얘기하며 김장하는 재미는 안느껴보신분은 모를겁니다. 요즘 가족들끼리 얘기할 시간이 있으셨나요? 저희 집같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밥상머리에서도 가족들끼리 오손도손 모여서 찌게국물떠먹는 그런 경험은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알아서 차려 먹는거죠.

오늘 김장한다! 고 하면 가족들이 알아서 일찍 집에 들어옵니다. 저녁을 일찍 먹고 7시 즈음 부터 김장은 시작됩니다. 어머니께서 총 지휘를 하시고 아버님은 하는둥 마는둥, 김장하는 시간보다 TV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중간중간 커피를 몇잔을 드시는건지.. 오늘은 커피한잔과 생강차 3잔을 계속 드시네요.ㅎㅎ. 결국 김장은 형님과 저 그리고 어머니. 이렇게 셋이 한셈입니다.

김장하다 보니 가족끼리 이런저런 얘기도..


기본 준비물

김장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는데.. 힐끗보니 어머님이 많이 늙으셨다는걸 깨달았습니다.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피부도 예전만큼 탱글탱글하지 않으시구요. 괜히 죄송스러운 마음에 손만 빨라집니다. 아니 손은 더딘데 마음만 바빠지더라구요.

파썰고, 무썰고, 무채썰고, 마늘다지고, 미리 소금에 재워둔 배추걷는거.. 뭐 무겁운 일은 아들들이 다해서 어머니는 뒷짐만 지시고 편히 지시만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건 약과였습니다.

오늘 배추속 양념장은 제가 버무렸습니다. 배추 채썬거에다가 소금,새우젖,고추가루,찹쌀죽?,생강 등등.. 을 넣고 마구 버무리는데.. 이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고무장갑을 팔꿈치까지 올렸는데도 옷에 죄다 묻고,, 앞치마를 했는데도 요리조리 피해가는 양념장들;;; 이것도 힘들지만 이것도 약과입니다.

배추 '속' 버무리고, 일일이 '속' 넣고.. 완전 중노동!


하나 완성!

쪼그려 앉아서 배추 한잎한잎 양녕장을 묻히고, 속도 어느정도는 넣어줘야 하고.. 이것저것 신경을 쓰면서 배추 한포기 한포기에 속을 넣다 보니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습니다. 이런저런 얘기하고 TV는 귀로보고.. 하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던 모양입니다.

화장실 가고 싶어서 그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허리를 펼수가 없었던 것이죠. 그래도 급해서 화장실쪽으로 걸어가는데..

앞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은..... 할머니들이 허리꼿꼿이 펴고 8자 걸음하시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너무 안움이고 쪼그려서 일했나 싶어서.. 밖에 있던 박스를 대충 접어서 그 위에 앉아서 (의자처럼) 나머지 배추속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일어나는데 어려움이 있더라구요. 김장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아무나가 어머님만! 하는 김장. 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김장은 누가해도 저처럼 허리펼때 헉! 하는 소리를 낼 수 밖에 없을겁니다.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결혼하시고 평생 이런 중노동을 겨울철마다 경험하셨더라는 사실이...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 김치가 이렇게 힘들게 만들어 지는가?

"아들아~ 어깨좀 주물러라"


입에서는 '네~' 라는 대답을 하면서 TV에서 눈을떼지 못하고, 컴퓨터 앞에서 일어나지 못하던 제가 죄송스럽네요. 김장작업 뿐만 아니라 다른것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청소며 설겆이며...

저번에는 설거지를 하는데.. 계수대가 생각보나 낮아서 설겆이 하는 내내 허리가 아팠습니다.

제가 히리가 긴? 탓도 있겠지만 다리길이는 어머니와 비슷합니다. 어머니는 계속 하시던 설거지라 못느끼셧을테지만.. 가끔 설거지하는 저는 허리가 매우 아팠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네 공사장에서 벽돌을 두개 구해다가 계수대(싱크대)안에 넣어드렸습니다. 그 위에는 큰 보울?(그릇?)을 하나 넣어 드렸더니 "아들아~ 편하다~" 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던 어머니 얼굴이 갑자기 생각니네요.

김장 품앗이 다니시는 어머니


마무리에는 쌍화x ~!

품앗이라는 단어는 요즘들이 듣기 힘들어 졌는데요. 요즘도 김장 품앗이를 한답니다. 산악회 일원이신 어머니께서는 이집저집 다니시면서 김장을 도와주십니다.

저희집처럼 가족들이 일사분란? 하게 움직일수 없는 그런 집에 가서 아주머니들끼리 김장을 하시즌데요. 어머니께서 김장 품앗이를 다녀올실때면 허리가 아프다, 어깨가 뭉쳤다. 등등 골골대시는데.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장 해보니 대학교때 제가 하던 노가다보다 더 힘든 작업인걸 깨달았습니다. 저야 저희집 김장만 했습니다만.. 어머니는 이집저집 다니시면서 김장을 도와주셨으니 얼마나 고단하셨을까요?

다음달 월급타면.. 어머니께 작은 선물이라도 해드려야 겠네요.
가족을 위해 제 한몸 사리지 않는 어머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