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비시 인상소식에 또 한번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1800~1900원의 기본요금은 이미 2000원을 훌쩍 넘긴 지역도 있습니다. 두달후 부터 서울지역 기본 택시비가 2400원으로 오른다는 뉴스를 듣고나니 조만간 버스비도 오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작년에 작성하다가 시기가 여의치 않아 고이 저장해둔 글을 이제서야 조심스레 꺼내봅니다.

작년 초겨울쯤, 추운날씨에 발을 동동구르며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밤 늦은 시각이라 도로는 한산했고, 빈택시는 거의 없더라구요. 한 30분쯤 지났을까? 겨우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이 택시는 빈차로 달리셨는지, 차안은 썰렁하더군요. 제가 타고나니 그제서야 히터를 틀어주십니다. "어휴, 택시안이 춥네요" 라고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 한마디 던지자 아저씨께서는 미안하다며 손님이 있을떄만 히터를 트니 이해해 달라며 미안한표정을 지으시더라구요. "이렇게 추운데 운전하는데는 괜찮으세요?" 라고 되묻자, 손난로를 몇개 끼고 산다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십니다.

체감경기가 바닥을 친 겨울, 그 한파 만금이나 기사분의 마음도 추워 보였습니다. 몇마디 오가고 나니, 아저씨께서는 물고터진 둑마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주시더군요.

기사분의 부인은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계시고, 불황에 살림이 여의치 않자, 아저씨는 돈벌이 궁리를 하다가 택시를 선택했습니다. 아무 기술도 없는 아저씨에게 전문직종은 바늘구멍보다도 작으니 꿈도 못꿀 일이었지요.

하지만 겨울에 느끼는 경기불황이 더 심했는지, 하루 번돈으로 사납금내면 지갑에 들어오는 돈은 제로에 가깝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돈벌이 수단으로 이 길을 택했지만, 지금은 시간때우기 밖에 안된다니, 조만간 다른 직종을 알아보신다고하는군요.



   기사아저씨 - "택시비  오르면 안되는 이유"


"택시비를 아예 1500원 밑으로 내렸으면 좋겠어. 그러면 손님들이 많이 탈것 아니야. ..... 아니지 그러면 버스비도 내리겠지..~휴.. "예전에는 버스비 오르면 택시비도 올려달라고 시위도하고 그랬지. '왜 버스요금만 올리냐, 택시 요금도 올려달라'... 그런데 이제는 버스비 오르면 속으론 조오치~. 그러면 손님들이 택시를 타거든,~ 기본요금 거리에 두세명 타면 그게 택시가 훨씬 이득이지. 뒷자석에 편하게 앉아서 가지~ 다른사람들과 부대낄일도 없지..근데 택시비만 오르면 죽을맛이지뭐. 허허..(택시비좀 내렸으면 좋겠어~)"

이라며 이내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십니다. 도로위를 달리는 교통수단중 택시의 영원한 라이벌(?)은 버스입니다. 요금은 같이 오르고 같이 내리죠.(내린 적이 있었나?;) 나름대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이것이 이 작년 10월에 하신 말씀입니다. 올해는 택시비만 인상된다고하니 위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네요. 왜 택시비만 올리냐고 시위를 할 판입니다.;
 

손님이 없어 모 대학근처 불법영업중인 택시들도 등장.


게다가 요즘은 손님이 없어서 불법영업중인 택시들이 많이 늘었다고 하는데요. 어제 뉴스를 보니 강원도 원주 모대학근처에는 손님이 없어서 택시들이 불법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시내에 나가도 손님들이 없으니, 외진곳에 위치한 대학교 근처에 틈새시장을 노린것이라고 봅니다. 학교 근처만 일정한 구간을 정해두고 일인당 천원씩 받고 순회를 한다고 합니다. 한명이 타면 천원, 4명이 타면 4천원이라고 하는데, 대학교 앞에는 택시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더군요.

택시비와 버스비, 그리고 지하철요금은 비슷한 시기에 같이 올라야 어느정도 이용자 균형이 맞는데..올해는 택시비만 인상된다고 하니, 분명히 택시 손님은 줄어들것이라는 것이 기사분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 택시를 위한 정책이라고 해도 기사분 입장에서는 그다지 환영할 만한 소식은 아닌것 같네요.

"손님이 늘어야 되는데, 도로랑 신호등만 늘어나니..."라는 우스개섞인 기사분의 말씀에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