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이 마지막 휴가라~ 집에서 푹푹 쉬고 있습니다. 금요일에 간이 해독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음주를 한터라.. 주말만큼은 꼭 집에서 쉴테다! 하고 약속도 다 거절하고 나름잠수를 탔네요.

 

늦은 아침.. 일어나 보니.. 언제 부터 눈이 왔는지.. 옥상엔 벌써 신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쌓여 있네요. 아무도 밟지 않는 새하얀 눈을 구경하면서 담배 한대 피우며 나름의 멋진 아침풍경을 보고 있는데.. 옥상에서 쿵쿵쿵 사람 올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두터운 스키잠바에, 목도리는 목까지 얼굴의 반을 가릴 정도로 두르시고, 털모자에 스키장갑까지.. 완전 중무장을 하고 옥상에 나서셨네요. 한손에는.. 눈치우는 삽과 함께 ;;;;;

 

그 순간 저에게 주어진 여섯번째 감각! 식스센스(?)를 발휘해서 앞으로 벌어질 상황이 딱 눈에 들어오더군요. 제 눈앞엔 흐릿한 영상이 순식간에 지나갔는데.. 거기엔 제가 옥상눈을 다 치우고 뿌듯해 하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더군요. 데자부 현상처럼.... 

 

 

"아주머니~ 삽 주세요. 제가 눈 치울께요~"   VS  "제가 요새 허리가 좀 안좋아서...ㅈㅅ"

 

저는 몇초간 요 두가지 갈림길에 섰습니다. 하지만.. 그냥 방에 들어 갈 수가 없었습니다. 방안에 있으면 왠지 뒤통수가 근질근질 할것 같아서.. 차마 그럴 순 없었죠.

 

"내가 해도 되는데~" 라며 실랑이 3번 만에 삽을 건네 주시는 아주머니의 코치를 받으며 옥상 제설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시작할땐 난간에 쌓인 눈높이를 재보니.. 3.5cm정도에서 시작했는데.. 1차 끝나고 보니 4cm.... 2차 작업 시작할때 보니 5cm가 넘게 왔네요.~ ㄷㄷ (한번에 다 치우지~ 그걸 또 나눠 치우냐~ 고 물으신다면. .할말은 없습니다...ㅋ 눈발이 약해지길래... 곧 그칠줄 알았어요.;;)

 

처음 작업하기 전 3.5cm

1차 작업 후..4cm -_-;;

2차 작업 들어갈때..5cm!!

 

이렇게 내리다가는.. 폭설로 옥탑방에 파묻힐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군대 생각나네요. 눈만 온다치면, 새벽에도 불러재껴서 제설작업 했었는데.. 그땐 사람도 많아 재미라도 있었지, 이거 혼자하려니;; 더 힘들더라구요;

 

바닥에 쌓인 눈의 두께 보이시나요 ;;ㄷㄷ

 

 

옥상 바닥에 방수공사 한것 때문에 완전 빙판이 따로 없더군요. 눈치우는것보다 중심잡는게 더 힘듭니다.;

 

 

너무 작업에 몰두한 나머지.. 눈을 보두 1층 쪽 공터에 버리고.. 한컷~

 

 

이게 끝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눈발이 거세지더니;; 완전 함박눈이 또 내리더군요. 안되겠다 싶어서.. 이러다간 오늘 하루종일 눈만 치울것 같아서 일단 1차 작업을 대충 완료하고.. 방에 들어가 있었죠.

 

잠시후... 나와보니.. 아래만큼 또 쌓였네요. 정말 좌절 OTL...

 

 

2차 작업은 좀더 눈의 양이 얼마 없었기에 좀 빨리 했네요. 사실 2차 작업은 안해도 될 정도였지만.. 이게 한번 하고 나니 오기가 생기더라구요. "녹색 바닥을 보고야 말테다!" 이렇게 -_-;

 

 

아무튼.. 이렇게.. 황금같은 주말 오후는 눈치우느라 다 보내버렸습니다. 덕분에 겨울에 땀좀 흘렸네요. 아침까지만해도 숙취때문에 몸이 힘들었는데.. 눈한번 치우고 땀한번 쫙~ 흘리고 나니 개운하네요.

 

근데.. 옥상에 쌓이는 눈 왜 치워야 하냐고 물으니.. 배수구에 응달이 살짝 지는곳이 있는데.. 거기 얼어서 막히면, 겨울내내 답안나온다는 이곳 옥탑방만의 노올~라운 숨은 비밀이 있더군요.;;

 

혹시.. 나중에라도 옥탑방에 살게 되시면요.~ 옥상 배수 잘되고~ 겨울에 눈 안치워도 되는 곳으로 고르세요~.

 

오랜만에 몸을 움직였더니.. 삭신이 다 쑤십니다.@@

 

날씨 겁나게 춥습니다. 감기조심시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