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와 빨래란 반비례 관계에 있다. 자취의 질을 높이기 위해선 세탁기를 열심히 돌려야 한다. 잠시 미루었다가는 금새 꼬질꼬질 해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기 귀찮은 것이 빨래요, 그래도 해야 하는 것이 빨래다.

오늘은 빨래감중 제일 작은 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빨래감중 제일 작은 놈은 양말이다. 한번에 두개씩 나오니 기본은 2인분인 셈이다. (뒤집어서 신으면 해결됨.)

옥탑방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빨래는 대부분 어머니 몫이었다. 나는 옆에서 살짝 거들뿐, 널고 개는것은 대부분 어머니께서 하셨다. 소파에 앉아서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빨래감을 정리하는 어머니께서는 가끔 한마디씩 하신다.

"너 자꾸 양말 뒤집어 벗을래~?"

그게 그거인 비슷한 양말

사진1 , 제일 하단 관련 사진

이 말은 내가 아주 어렸을때 언어를 인지할때 부터 듣던 소리니.. 뒤집어 벗으면 안되다는것을 알면서도 정작 양말을 벗을때면 손가락 하나만을 이용해서 쏙~ 벗겨내는 습관은 버릴 수가 없다. 손가락 하나만 이용하면 정말 편하게 벗을 수 있는데, 왜 굳이 뒤집어 벗지 말라고 하셨을까? 갤때 다시 뒤집으면 되는데 그게 뭐 귀찮다고~;; 투덜대면서 뒤집어 벗은 양말을 다시 원상태 대로 돌려서 세탁기에 넣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새인가 부터 양말을 신으려고 양말서랍을 열었는데.. 양말이 모두 뒤집혀 있는 채로 정리되어 있는게 아닌가.. 순간 어머니께서 세탁방법을 바꾸신줄 알았다. 신발깔창에 닿는 쪽보다 발바닥에 닿는 쪽을 더 깨끗하게 세탁하기 위해 일부러 뒤집어서 세탁기를 돌리신 줄 알고, 나는 그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깔창에 닿는 면이 더 더럽지 않을까~ 하고.. 나는 다시 양말을 뒤집어 벗기 시작했다. (내가 뒤집으면 어머니는 다시 뒤집으실 테고, 결국엔 원상태로 빨래가 될테니.. ㅋ 나름 머리를 쓴셈이다.)

"어머니~ 서랍에 있는 양말이 왜 다 뒤집어 있는거죠?"
"글쎄~ 나는 그냥 세탁기에 넣고 돌렸는데~ 우리집에 뒤집어 벗는 사람 너 밖에 없잖아~!"
"아니에요~ 요새 양말이 자꾸 뒤집어서 정리되어 있길래, 전 아예 벗을때 뒤집어서 벗어 놓았어요~(자랑스러운 말투로)  어머니께서 일부러 뒤집어서 빠시길래.."
"아니다. 난 그냥 그대로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

순간 머리가 몽롱해진다. 뒤집고 뒤집히고 또 뒤집고~;; 도대체 어디서 부터 뒤집힌걸까? 생각하다가 포기했다. 마치 닭과 달걀의 우선순위를 정하는것처럼 어려운일이다. 아무튼 이 사건의 결론은 내가 뒤집어서 벗은 양말은 그대로 세탁기를 거쳐 서랍속에 정리되어 있던 것이었다.

그 후... 양말을 왜 뒤집어 벗으면 안되는지는 자취생활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다. 벗을때는 뒤집어 벗는게 너무 편할 지 몰라도, 빨래를 갤때는 그거 하나하나 다시 뒤집는데 귀찮다. 1일때 그것을 뒤집는것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100일때 뒤집는것은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게다가 양말 속 거친 부분이 손을 조이는 느낌은 그다지 좋지 않다. 한번은 뒤집어 벗은 양말을 다시 뒤집기 귀찮아서 그대로 서랍장안에 넣어두었는데, 아침마다 양말을 뒤집어 신고 출근해야 하는 씁쓸한 기분은 잊을 수가 없다.

디시인사이트 미갤러스 갤러리의 늅늅님께선 "남자들의 양말 뒤집어 벗기 이론"에 대한 독자적 연구 중이라고 하시니.. 아마도 남자들의 양말벗기 이론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은것 같다.

양말을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똘똘 말아서 벗어 던지는거져?

뇌세포에 입력이라도 돼 있는겁니까!!
아니면 양말벗기 뉴런이라도 존재 하는건가여!!
그것도 아니면 뇌가 양말처럼 생겨서 그렇습니까!!!
(설마 -_-~;;)

이 양말벗기 이론에 대해서는 섣불리 결론은 못내리지만, 해결책은 내릴 수 있다.

결론은 "니가 벗고, 니가 빨고, 니가 널고, 니가 개고, 니가 신으면 된다." 이 방법은 양말을 제대로 벗을때까지 계속~. 그러다가 양말을 뒤집어 신어도 보고, 짝짝이로 신어도 보고 해야 이 버릇은 고칠 수 있다.



자취생활 TIP : 평상시 신는 양말은 같은색, 같은 모양으로 살 것. 민무늬면 더 좋음. 그놈이 그놈같으면 정리할때 빡심; 분명히 아침엔 '그놈'과 '그놈'을 신었는데, 퇴근후 회식자리에서 신발 벗어보니 하나는 '그놈'이고 하나는 '이놈'인 경우가 종종있음.(사진1)

그동안 뒤집어 벗은 양말을 다시 뒤집어 주시느라 수고하시는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