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하고도 겨울을 두번째 맞게 된다. 그간 별탈없이 잘 지내온 것 같아.. 내심 기쁘다. 사실 자취는 내 인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디딤돌이라 생각했었는데.. 실제 자취를 해보니 디딤돌보다는 발을 구르기 위해 신발끈을 조이는 과정이라고 해두어야 겠다. 마법의 지팡이를 손에 쥐기만 하면 모든 마법을 쓸줄 알았는데.. 지팡이를 손에 쥐어보니.. 산더미 같은 마법주문을 외워야 함에 풀썩 주저 앉았다는 표현이 맞을까? 아무튼 이제 산더미 같은 마법주문들도 어느덧 익숙해졌으니.. 나름 뿌듯하다.

자취를 하면서 빨래만큼 순환주기가 빠른것은 없었다. 월세는 한달마다 돌아오고, 청소는 일주일을 안해도 잘 티가 안나지만, 빨래를 며칠만 안하면 입을 옷이 없다. 그래서 빨래는 최소한 3일에 한번은 해줘야 한다.

얼마전 히트앤런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김귀향님께서 보내주신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이라는 책을 읽고는 아차~ 싶었다. 빨래는 자취생에게는 피와 살과 같은 존재였다는 것을 다시금 일깨워 주게 된 것이다.

일전에도 블로그에 빨래글을 연신 올렸던 적이 있다.

그 글을 올리면서도 "빨래? 남자인 내가....;;" 빨래에 대해 이렇게 자세히 쓰는것도 쪼잔해 보이기 한 시점에서부터 옥탑방 관련글은 서서히 줄어들게 되었으니 '대한민국 20대, 자취의 달인'이란 책이야 말로, 옥탑방 생활에 다시금 의미를 부여해 주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자취와 밀접하지만, 남자란 핑계로 멀리하고 싶었던 단어. '빨래'


빨래와 청소야 말로 자취생활의 꽃(?)이다. 음식은 돈을 주고 시켜 먹을 수 있지만, 빨래와 청소는 돈을 주고 시키기엔 자취생의 입장에선 말도 안되는 소리. 내 몸을 조금만 움직으면 충분히 할 수 있지만, 귀찮은 것들이 바로 빨래와 청소가 아닌가 싶다.

특히 여름이면 수건이 남아나질 않는다. 옥탑방의 여름더위에 수건의 회전율은 최고치에 다다른다. 시원함을 느껴보고자 금방 빨았던 수건으로 몸을 닦고 다시 빨래통으로 직행!~;; (물에 젖어 시원한 느낌도 있지만, 촉촉히 젖은 수건에는 피죤냄새가 살아있기 때문에 상쾌하다.) 그러니 젖은 수건만 쌓였지, 마른 수건은 거의 없다. 수건을 사면 되지 않느냐~? 맞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슈퍼에서 처음 물건을 고를때 망설이듯이, 수건을 구입해 본적이 없는 나는 상자에 담긴 반짝반짝 빛이 나는 수건 앞에서는 어린아이가 된다.


세탁기 노하우 몇가지


요즘은 세탁기의 종류도 다양하다. 한가인의 '버블 너무 조아~'라는 광고카피는 자취생들에게는 사치이지만, 한번쯤 써보고 싶긴하다. 게다가 요즘엔 열풍건조로 뽀송뽀송 말려주기 까지 한다니~ 언제 저런걸 써보나 싶다.

하지만 자취생에게는 저런 디지털화(?) 된 방법보다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이 어울린다. 오늘은 그 아날로그적인 방법 중 매우 기초적인 법을 적어 볼까 한다. 사실 이런 기초적인 방법을 몸에 익히는데에는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1. 세탁기안에 빨래를 100% 채우지 마라.


그놈의 귀차니즘이 뭔지~, 그리고 세탁기만 돌리려면 술먹으러 나오라고 전화가 오는지 모르겠다. (사실 전자의 이유가 좀 큼;) 그러다 보니 세탁물은 하나둘씩 쌓이게 되고, 어느덧 한바구니가 되어 있었다.

세탁기에 빨래를 넣으니 빨래서 다소 봉긋~하게 올라올 정도로 가득 찼다. 두번에 나눠 빨기 귀찮고 해서 물을 넣어 세탁물의 숨(?)을 죽이고 손으로 꾹꾹 눌러주니 양이 좀 줄어 보이긴 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나는 뚜껑만 닫길 정도면 세탁기 안에서 빨래가 해결 되는 줄 알았다.; 세탁물을 고(高)에다 맞추고 세탁기를 돌리는데..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쌩쌩 돌아가는게 아니고 뭔가 둔탁하게 돌아가는 소리? "돌아가기만 하면 됐지~" 라 생각하고 60분 후 뚜껑을 열고 하나씩 꺼내는데;; 왠걸 빨래 색깔이 세탁전,후가 별 차이가 없다. 이것저것 꺼내보니 세탁이 된게 아니라 그냥 물에 넣었다가 뺀 느낌이다. 게다가 허연 세제가루가 아직 남아 있었다.

2. 물 수위 조절이 빨래의 성공을 좌우한다.


고로 세탁기는 70~80%만 채우고, 세제를 푸는 처음단계의 물 수위는 중으로 넣고, 다음에 헹굼물은 고로 맞추는 센스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적은 물에 풀린 세재가 더 진하니 때가 잘 빠지고, 헹굼물은 고로 해놔야 잘 행궈진다. 양이 더 적을때는 한단계 낮추면 된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시간동안 어디 갈 생각하지 말고,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에 귀를 귀울여야 한다.

"수건이 없어서 마른 걸레로 닦아 봤다." (26살 홍모양,  반지하녀 , 자취의 달인 中)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탁기가 자주 돌아가면 자취생은 깔끔해 진다는 것은 진리~, 그리고 자주 돌리면 돌릴수록 세탁기가 동전을 뱉어 내는 횟수도 잦아질테니~ 자주 둘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