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친구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휴가철이라 식당이 엄청 바쁜데, 일손이 모자르니 와서 좀 도와주면 안되겠냐는 것이다. 퇴근 후 딱히 할 일도 없고, 집에서 블로그 스킨을 뜯어 고치거나, 빈둥빈둥 노는 시간이 아깝긴 하던 찰나, 단번에 OK해 버렸다. 절친한 친구의 부탁을 들어준다기 보다는 친구의 고생이 눈에 훤히 보였기 때문에.. 도와준다는 의미에서 친구의 식당에서 일을 하기로 했다.

간단한 서빙이지만, 내 가게처럼 일을 해주어야 한다. 단순이 돈을 받고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친구의 얼굴에 적어도 먹칠은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릇을 하나하나 나를때도 친절,신속,청결.. 등등 신경써야 할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어렸을때부터 서빙에 단련된 몸?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쯤은 식은죽 먹기~. 어느정도 손님들을 다루는 노하우는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몇시간만에 적응했다.

첫날은 안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종아리며 팔이며 온몸에 알이 배겨서 밤잠을 설쳤다. 게다가 얼마나 왔다 갔다 했는지.. 발가락엔 물집도..;;

밤에 잠이 안올때는 '내가 왜 사서 고생인가? 블로그나 열심히 키우는게 낫지 않나?'하는 후회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녁에는 발길이 자연스럽게 친구네 식당으로 향한다. -_- 발길이 자연스레 친구 식당으로 옮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손님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황을 목격한 이후.. 그 상황이 어떤지 알기 때문에 다른 핑계를 대며 못가겠다고 말할 수도 없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이유들도 있다.


투잡 1, 사람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생활에서 벗어나 잠시 다른 세상을 엿보는 느낌?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신선한 경험이다. 하루종일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들.. 항상 웃으면서 형~오빠~ 해주는 알바생들.. 그리고 각양각색의 손님들 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손님으로 들어가서 볼때랑, 그들 사이에 서서 볼때랑 완전 다른 느낌이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라주는 사람들 이지만, 알고보면 그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곳에서 6년째인 A아주머니는 자식 둘을 대학에 보냈다고 하고,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B군도 다음학기 등록금을 위해 일하는 중이라고 한다.

이들 사이에 서 있으면 내가 왜이리 초라해 지는 걸까? 나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비록 일한지는 며칠 안되었지만 이들사이에서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투잡 2, 내 능력의 한계를 재설정 한다.


요근래에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몸을 움직여 본적이 거의 없다. 아마도 군대 유격훈련이후엔 처음일 것이다. 제 3자의 강압에 의해 몸을 혹사시켜 본 경험은 그리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지랑이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병장에서 들리는 조교들의 구호'와 '발디딜 틈이 없는 식당의 손님들의 부르는 외침' 사이에 공통점이 있지 않은가?

한시간도 되지 않아 온몸은 땀으로 젖고,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손님들의 목소리는 수색대 조교들의 목소리보다 더 강압적이게 느껴진다. 한두명이 아니라 수십명의 조교들이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하도 정신없이 불러재낄때는 식당에서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빠진다면 친구사이의 신뢰는 금이갈 것이고, 다른 일하는 사람들이 더 힘들어 질테니.. 그럴 수는 없다. 그런 무책임한 사람이 되긴 싫다.


투잡 3, 돈을 두배로 번다?



평상시엔 저녁만 되면 돈이 나간다. 밥을 먹던, 술을 먹던.. 밥과 술을 같이 먹던지 간에.. 아무튼 돈이 나가게 된다. '천원짜리 김밥을 한줄'에서 부터 '1차,2차,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아침은 거의 거르는 편이기 때문에.. 생활비의 반이상은 저녁이나 주말에 쓰는 편이다. 그중 제일 큰 지출을 차지하는것이 바로 저녁 술자리 약속이다. 기분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2,3차로 이어지는 술자리를 내는 날이면 정말 큰 타격이다.

하지만 요 며칠.. 저녁 약속을 잡을 일이 없게 되었으니 예상치 못한 목돈이 나갈일이 없게 되었다. 지갑은 며칠째 두둑한 상태로 챙상속 깊숙히 잠자고 있다. 게다가 알바비까지 받으니 1석2조가 아닌가..~ 그리고 며칠 일하는 도중에서 블로그 소재를 몇개 건졌다는 점까지 합치면 1석 3조? ^^

몸은 피곤하지만 얻는것이 많은 투잡~!
투잡족들이여~ 오늘도 힘차게~!

요 며칠 컴퓨터 할 시간도 없이 바빴습니다. 밤에 집에 들어오면 바로 푹~ 쓰러졌답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렀더니 되게 어색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