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족이 들어왔다. 정신없이 바쁜 터라.. 오는 손님은 그다지 반갑지 않다. 하지마 내색을 하면 아니 되기에.. 항상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4분이요. 이쪽으로 앉으시겠어요~ ^^"

라며 손님을 안내하는것이 첫번째 임무다. 자리를 안내하고 나면 물컵과 물, 그리고 물수건을 준비해서 다시 손님 상으로 간다. 그제서야 주문을 받는 것이 내 임무다. 근데 아이 엄마로 보이는 손님의 표정에 불만이 가득이다. 불만보다는 짜증이었나?

"밖이 더 시원한것 같네요. 아저씨 에어컨좀 최대로 틀어주시고, 선풍기좀 가져다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물 한컵 마셔보더니) 물좀 시원한 걸로 다시 가져다 주세요. 주문 조금있다가 할께요."
"네.."

이런 경우는 자주 있다. 요 며칠 찜통 더위라.. 밖이 엄청 덥다. 게다가 손님으로 가득찬 식당안은 그 불판 열기때문에 에어컨을 틀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한다. 당연히 손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수도 있고, 그것을 잘 받아 주는 것이 서빙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비록 방금 받은 물이지만 얼음이 받쯤 차 있있어서 금새 시원해 질텐데.. 어쩌겠는가... 새로 가져다 줘야지.-_-

"여기 물이요. 주문 하시겠어요~?"
"우선 저거저거 1인분씩 주시고, 아이들 먹는 밥은 따로 만들어 주실 수 있나요?"
"네?"
"참기름이랑 김이랑 깨랑 넣어서.. 비벼 먹이게요."
"주방에 말해 볼께요."

주방에 가서 아주머니께 말씀드리니.. 뚝딱 만들어 주신다. 냉면그릇에 밥한공기 툭 털어놓고, 참기름 휘 두른다음, 참께 솔솔 뿌리고 김기루를 슥~ 뿌리니 양으로는 푸짐해 보이는 애기밥?이 만들어 졌다.

서빙을 하러 나가면 그 순간만큼은 긴장을 해야 한다. 홀에 발을 디디는 순간 여기저기서 불러재끼는 소리에 귀담아 들어야 하고, 물달라, 음료수달라, 반찬 좀 더 달라 등등.. 추가되는 주문도 잘 기억해야 한다. 간혹 까먹으면 손님 입장에서는 매우 섭섭하기 때문이다.


알바생은 손님의 노예가 아니다.



그런데 그 애기엄마로 보이는 손님의 주문은 도를 지나쳤다. 아무리 손님은 왕이라지만.. 짜증가득한 얼굴로, '나는 왕,너는 나의 노예' 라는 식의 말투는 가관이다. 그 테이블이 모든 서빙알바를 전담한것도 아니고 물수건 세번, 물 세번, 반찬 추가 네번, 바빠죽겠는데 붙잡고 반찬이 짜네 마네.. 투덜대는 데.. 미치는 줄 알았다. 아예 기본반찬은 세팅을 세로 해주는게 더 빠를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중에 다른 알바생에게 들으니 자기도 그 테이블만 몇번을 왔다 갔다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투덜댄다. 아마도 그 손님이 원래 까다로운 성격이었는지, 그날 따라 신경이 예민했나보다.

애기엄마가 또 물을 시킨다. 옆에 분명 물통에 물이 반쯤 차 있는데도 그 물엔 얼음이 다 녹았다고 안마시려나보다. 일부러 물통 두개를 들고 가서 테이블에 놓으면서..

"뒤에 있는 물통은 주시겠어요?" 라고 말하며 "더 필요한것 없으시죠?" 라고 물었다.

더 필요한것 없냐는 말에는 '손님, 제발 한꺼번에 시키세요.' 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었다. 서빙알바는 손님이 주문하면 다 가져다 준다. 물, 반찬, 물수건 등등.. 요즘 휴가철이라 항상 만석 가까이 유지하는 음식점에서는 상치우고, 상차리는 일보다 그런 자잘한 주문을 받는게 더 피곤하다. 그 테이블에서 쏟아지는 주문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다른 테이블에서 주문한걸 두개나 잊어버렸다.

더 필요한것 없으세요?라고 물은 의도는 진정 손님을 위해 하나라도 더 가져다 줘야 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그날 내 입에서 나온 말의 의도는 '손님 제발 그만..., 다른 일 좀 할게요' 였다.

계산하며 나가는 그 손님의 뒷모습을 보고 깍듯이 인사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남의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일이 쉬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응?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