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이끄는 건 주인공이라면 감초역할을 하면서 분위기를 환기 시켜 주는것은 조연의 몫이다. 조연중에는 코믹한 분위기를 주는 사람들과, 주인공의 인생을 종잡을 수 없게 만드는 악연을 맡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코믹한 분위기는 모두 주인공들이 떠맡았고, 악한연기를 하는 조연들은 주연급 못지 않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것 같다.

얼마전 끝난 '아내의 유혹'에서는 악녀 신애리를 등장시키면서 인간의 바닥이 어디까지 인지 여실없이 보여주었다. 매회 등자하는 대부분의 출연자 들이 눈을 부릅뜨고 목청껏 고함지르는 장면은 빠지지 않고 등장했고, 드라마 중간에 등장한 민소희 마저도 그 대열에 합류 하였다. 그녀들이 보여준 악녀의 모습은 인간의 바닥에 잠재된 부분중 악한 부분만 뽑아서 여실없이 보여주었다면 그에 비해 요즘 등장한 악녀들은 조금 다른 면이 있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신애리와 구은재, 민소희의 대사를 떠 올려 보자. 그녀들은 항상 '복수해 버리겠어!, 내가 가만히 있을것 같아?! 다 폭로해 버리겠어!' 라며 대 놓고 윽박을 지른다. 이건 다음에 어떤 장면이 등장할것이고, 다음회의 이야기를 예고하는 것과 같다. 물론 처음에는 이런 예고성 대사들이 신선한 자극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회가 거듭할 수록 반복되는 예고편 대사는 시청자들을 무감각하게 만들뿐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더 표독스러운 복수극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자극했다. 후반부에는 이런 자극들도 무덤덤하게 다가와.. 엄청난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녀들에게는 교활한 악녀 보다는 둔탁한 악녀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뉴스뱅크F 서비스가 종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악녀들은 좀더 교활해 졌다. 그래서 더 무섭다. 찬란한 유산에의 백성희(김미숙)과 선덕여왕 미실(고현정)역이 바로 악녀 역을 맡은 무서운 여자들이다. '찬란한 유산'의 백성희는 조용하면서도 치밀한 악녀다. 아내의 유혹의 악녀들은 드러 내 놓는 연기를 한다면, 백성희(김미숙)은 꾹꾹 숨겨두는 악녀 연기를 한다. 돌이킬수 없는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면서도 알리바이를 어찌나 잘 꿰던지, 찬란한 유산을 보던 중에도 백성희의 말을 들을때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핑계를 잘 만들어 내고있다. 물론 제 3자인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때는 헛점 투성이지만, 주인공의 입장(고은성)에서는 흠잡을데 없을 정도로 알리바이가 확실하기에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게다가 진실과 거짓 사이에 방황하는 그녀의 딸 유승미(문채원)까지 자신의 대열에 합류시켰다. 그나마 천사라 밑었던 유승미가 갑자기 돌변한 이유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당분간 유승미는 악녀 대열에 낄 것으로 보인다. 백성희의 알리바이를 대부분 꽤 뚫고 있는 유승미가 찬란한 유산의 꼬인 실타래를 푸는 키가 될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선덕여왕 악녀

인자하게 웃지마!


'선덕여왕'은 이요원이다. 미실은 그에 맞서는 최대의 악녀이자 주연급이다. 미실은 권력에 눈이 멀고, 권력을 앞세운 악녀이다. 명석한 두뇌를 이용하여 작전을 짜는데 명수이다. 정작 자신이 하는것은 없고, 수하에 있는 남정내들을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데 이용한다.('이용'이라 쓴 이유는 언제든 미실의 걸림돌이 되는 시점에는 버릴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래야 캐릭터가 산다.)

'선덕여왕'이란 드라마가 사극을 바탕으로 하기때문에, 높은 지위에 있는 미실이 권력을 휘두를 수 밖에 없는 점을 감안 하더라도, 그녀의 미래를 보는 안목은 '찬란한 유산'의 백성희 보다도 더 치밀하고 교활하다. 뛰어난 미모와 색공술[각주:1](?)이 무기라는 그녀, 미실은 그 어떤 악녀 보다도 권력이 있다. 그 힘이란 나름 합법적인 권력이라 더 무섭다. 아직 메인급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은 터라 미실의 악역이 더 빛을 발하고 있다.

 드라마를 이끄는것은 주인공 들이다. 소시지 볶음에 들어가는 소시지가 맛있는 이유는 양념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속 악녀, 악남 들이 바로 그 맛있는 양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소시지 볶음이 맛있다~' 라고 말하지 '소시지 볶음의 양념이 맛있다~' 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은 맛있는 드라마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양념이다.

드라마가 끝난 후 기억에 남는것은 주인공이지만 그 주인공을 기억에 남게 하는것은 악녀의 역할이 크다. 아내의 유혹은 싸보이는 악역을 연기해 보였다면 위 두 드라마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명품 악을 연기하는 그녀들이기에, '찬란한 유산'과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주는 매력이 더 큰것 같다.

  1. 색공술이 뭘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