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자리는 축하해줄 목적으로 참석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자리는 주변 지인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요즘 주말마다 결혼식에 다니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의 인사를 하는 중에 느낀점을 몇개 있습니다.

결혼식뿐 아니라 연락없이 지내오던 친구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날때, 어떤 인사를 나누시는지요. 보통은 "어, 오랜만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 등등 상투적인 인사로 시작해서 개인사를 집중적으로 질문을 하곤 합니다.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인사를 하던중 제가 받은 질문, 혹은 제가 던진 질문이 만든난감한 상황을 3개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Daum 영화, 내 여자의 남자친구 중에서..


"어머님, 아버님은 건강하시지?" 라는 질문에 "울 아버지 몇년전에 돌아가셨어.."


초등학교때 티격태격싸우던 놈이었는데, 이번에 친구 결혼식에서 만났으니. 거의 20여년 만에 만난 셈입니다. 기억속에서 잊혀질랑 말랑했던 친구였는데, 어른이 되어서 만나도 얼굴을 예전 그대로 있더군요. 와~ 오랜만이다. 얼마만에 보는 거니? 라며 악수를 하고는 제가 "어머니 아버지는 건강하시지?" 라고 묻자 친구가 나름 썩소를 짓더군요. "아버지 돌아가신지 언젠데~..." 라는 말에 저는 너무 난감했습니다. 괜히 친한척 하려 집안 어르신들의 안부를 물은게 후회가 되더군요. "부모님은 건강하시지?" 라고 물었으면 그나나 나았을지도.. '어머님, 아버님' 이라고 콕찝어서 물었으니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요즘 어디다녀? 요즘 뭐해?" 라는 질문에 "..응... 그냥.. 뭐."


갑자기 모 광고의 카피가 생각이 나네요.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말에.. 저는 ...." 사실 이 광고카피는 그리 썩 맘에 들지 않습니다. 친구의 삐까뻔쩍한 차를 보며 부러워 하는 남자의 눈이나, 그걸 자랑이라고 떠벌리는 남자의 모습에는 인사를 나누는 순수한 의도는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요. 그 상처는 언젠가는 제게 돌아올 날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요즘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도 이친구가 무슨일을 하는지 모르는 이상 절대 위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괜한 자격지심을 심어줄까봐, 혹은 괜한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친구를 건너건너 물어보고는 하는데요. 제 친구들도 경기불황이나 청년실업을 피해가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장사하는 놈은 몇달전에 가게 문을 닫았고, 백수도 몇명보이고, 직장 다니는 놈도 월급 감봉에, 삭감에..... 좋은 소식은 별로 없더군요.


"너 결혼했니?" 라는 질문에..."어.. 했었지.."


친구들끼리 뒤풀이를 하고 있던 중, 한 친구가 헐레벌떡 뛰어 옵니다. 일이 있어서 예식을 못봤다며, 미안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던 친구.. 이 녀석도 대학교 1학년때 보고 처음보는 것이니 거의 10년 만이네요. 다른 친구들과도 연락없이 지냈던지, 연예인 뺨치는 외모를 가진 이 친구의 등장에 뒤풀이 자리는 한껏 화기애애해 졌습니다.

몇년전에 이 친구가 결혼한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그때는 제 개인사정으로 참석을 못했던지라, 미안한 마음에 옆자리로 가서 말을 건냈습니다. "미안하다, 결혼식에 못가서... 와이프는 잘 지내?" 라는 질문을 던지자 친구의 얼굴은 굳어지더군요. 그 친구의 입에서 나온 "헤어졌어." 라는 짧은 말에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제가 던진 질문에 그 친구의 표정은 굳어졌고, 화기애애하던 결혼식 뒤풀이 분위기는 갑자기 다운되어 버렸네요. 이미 이 소식을 알고 있던 친구들은 옆구리를 쿡쿡찌르며 눈치를 주고요. 일이 있다며 잠시후 자리를 뜨는 친구를 그냥 보낼 수 밖에 없던 저는 쥐구멍이라도 숨고싶은 심정이었답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는 이렇게 급!친한 모드로 접근하면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그 친구의 개인사를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 않다면, 다른 친구에게 미리 물어보거나 수박겉핥기 식으로 빙빙 둘러 말하며 인사를 나누는 방법이 현명할 수도 있겠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본론부터 말하마!' 라는 식으로 질문을 던진다면 곧 쥐구멍을 찾고 싶은 심정이 드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