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와서 산지 한달하고도 열흘이 훌쩍 지났습니다. 저녁만 되면 '오늘은 뭘 시켜 먹을까?' , '나가서 친구랑 먹을까?' 매일 고민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켜먹기도 어정쩡해서 거의 나가서 사먹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먹게 되니 자연스레 술도 한잔 먹게 되고, 술안주도 하고 배도 든든하게 채우려니 기름진 음식위주로 먹게 되더라구요. 삼겹살, 돼지갈비 등등..은 이제 기본 메뉴가 된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은 제법 쌀쌀하길래 나가기 귀찮아서, 집 근처에 사는 친구와 함께 방에서 저녁을 시켜먹기로 했습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엔 중국집 메뉴를 선택했는데요. 오늘 같은 날씨에 따끈한 짬뽕국물만큼 어울리는 것도 없었던것 같네요.

음식을 주문하고 30분이 지났을까? 철가방 소리가 철컥철컥 계단 올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배에서는 꼬로록~ 소리가 진동을 하네요. 배달원에게 음식을 하나씩 건네 받고 나니, 자장면 위에 올라가 있는 파란색 비닐의 용도가 매우 궁금해 지더라구요.

자장면 그릇위에 덩그러니 올라가 있는 파란 비닐봉지의 정체는?

손바닥을 대보니 얇고 투명한 비닐이었습니다. 사은품 치고는 너무 빈약한데? 어디다 쓰라고 준지 몰랐습니다. 우선 배가 고프니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정신없이 먹었네요. 

요 비닐봉지는 요건 어따 쓰는 물건인고?


자장면 + 짬뽕 + 탕수육 + 군만두를 주는 세트메뉴를 시켰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다 못먹었습니다. 탕수육과 군만두가 남아 있습니다. 다행히 탕수육을 소스에 찍어 먹어서 나중에라도 먹을 수 있게 깔끔하게 빼두었습니다. 

음식을 다 먹은 후 이렇게 차곡차곡 그릇을 쌓아두고~


그릇을 치우려고 방구석을 찾아 보니 신문지가 없네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벼룩시장이나 교차고 같은 걸 몇장 챙겨둬야 하는데, 매일 깜박 하는군요. 그런데 눈에 띈게 아까 배달원이 건네준 파란 비닐봉지! 봉지를 열고 차곡차곡 쌓아둔 빈 그릇을 넣으니 쏙 들어갑니다.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비닐봉지가 큼지막 하네요. 아마도 그릇의 크기에 맞춰 크게 만들었나 봅니다.

아까 배달원이 건네준 비닐봉지는 다 먹은 그릇을 넣어서 두라는 중국집의 센스!


이렇게 먹고 난 빈 그릇을 넣고 행여나 음식냄새가 날까 입구를 꼭 봉했습니다. 보기도 괜찮고, 눈에 쉽게 띄니 깔끔하지 않나요? 게다가 속이 비치는 투명한 비닐이라서 빈 그릇임을 금새 알아 챌 수 있습니다.

빈그릇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 냄새도 안나고, 위생적인것 같습니다.


보통 신문지를 둘둘 말아 쌓아 두거나 그냥 빈그릇채로 밖에 두는 데요. 가끔 2층에 사는 학생들이 야식으로 저런 음식을 시켜 먹고 자기 방문앞에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나면 아침에 방문을 나설때면 통로는 음식냄새로 가득~ 차게 코를 킁킁거리며 계단을 내려오는 경우도 있씁니다.

배달용 그릇은 1회용이 아니라 몇번이고 씼어서 재활용되는데, 신문지 조차 씌우지 않은 빈그릇이 달랑 문앞에 나와있는 모습을 볼때면, 괜히 찝찝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먹다 남은 국물과 자장면 찌꺼기는 '내가 보면 남은 음식'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지나가다 보면 오물'처럼 보이기도 하니까요.

중국집의 이런 사소한 배려 하나하나가 그 집만의 상도(商道)와 양심을 알 수 있게 해주는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얼마전 자장면의 실체를 소비자 고발에서 본 터라, 괜한 불신과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 중국집은 무언(無言)으로나마 "우리는 위생에 이렇게 신경쓰고 있으니 안심하고 드세요."라고 말하는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중국집의 이런 작은 배려가 무척 마음에 듭니다.

덧) 오늘 저녁에 마트 다녀오는 길에 앞 건물에 이런 그릇이 나와 있길래 한컷 찍었습니다

어제 내 놓은 중국집 그릇

다른방 사람이 내 놓은 빈 그릇.
(저 그릇에 내가 또 먹을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