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친구와 PC방에 다녀왔습니다. 1차에서 고기를 너무 많이 섭취한 결과, 위장팽창?으로 인해 더 이상 집어 넣을 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소화도 시킬겸, 근처 당구장을 찾았습니다. 서너군데 정도 둘러 보았는데 '불황'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결국 빈 자리를 찾지 못해서 당구장은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하고 근처 PC방을 찾았습니다.


   저녁을 먹고 일부러 찾아 간 고급 PC방


"오늘 이 주변에 사람이 많은 것 같으니, 비싸 보이는 피시방으로 가자"
"왜?"
"비싼 데는 사람 없을 거 아냐~ 돌아 다니기 귀찮다."
"...(음.. 천잰데?)"

'요금이 싼데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할테고, 비싼데는 사람들이 그래도 덜 바글거릴것이다'. 라는 친구의 주장에 바로 OK~하고 외관상 제일 멋져 보이는 곳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몇백원 차이이지만, 그래도 이용요금이 싼 PC방 보다는 한두시간을 해도 몇백원 더 지불할 용의가 있었기에 흥쾌히 응한것이죠.

아니나 다를까, 시간당 1500원 하는 PC방에 들어가보니 손님이 반 정도 밖에 없었습니다. 타일이며, 책상, 컴퓨터 까지 모두 검은색! 휘향찬란한 인테리어를 하고, 천장과 벽은 프르스름한 불빛이 간접조명역할까지 해주니 궁전에 들어온 느낌이더라구요. 알바생의 안내에 따라 붙어 있는 자리에 앉아서 컴퓨터를 켠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바생이 다가와 '커피,홍차,녹차 있는데 뭘로 드릴까요?'라며 주문을 받네요. '허허~ PC방 서비스 많이 좋아 졌구만' 이라고 감탄을 하며 커피 세잔을 시켰습니다.

스타를 몇판 붙고 나니 의욕상실, 전의 상실한 저는 30여분 정도 남은 시간동안 '오랜만게 가보는 PC방 서비스 좋네' 라는 제목으로 블로깅을 할 마음이었습니다. 익스플로러를 켜고~ 블로그에 로그인을 하고 몇자 적고 있는데, 제 옆자리의 빈 테이블을 알바생이 치우러 왔습니다.


   알바생이 책상 위를 청소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책상만" 닦더라.


옆자리 꼴초손님 책상 위.

사실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이 얼마나 담배를 피워대는지, 뿌연 연기에 모니터가 희미해 보일정도였습니다. 저도 담배를 피우긴 하지만, 그 분은 연달아 몇개피를 피우시는지 .. 옆에 앉아서 그 분 가기만 기다리는게 고역이었습니다.

알바생은 재떨이와 손걸레, 분무기가 담긴 쟁반을 들고 와서 옆 손님 나간 자리를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떨이에 골인 못시킨 담배재를 걸레로 빙 돌려 쓸어내더니 키보드를 거꾸로 들고 탁탁탁! 치면서 키보드 안에 들어간 이물질을 뺐습니다. 현란한 손놀림에..'헉! 고순데..' 라는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곁눈질로 유심히 살펴 봤습니다.

그러더니 분무기로 다시 한번 책상위에 무언가를 칙칙 뿌리더니 책상위만 한번 더 닦고 가는 겁니다. '책상만 닦나? 키보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우스는 안닦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깜빡한건가~ 그럴 수도 있지뭐~' 라며 넘겼습니다. 그런데 화장실 다녀오면서 아르바이트생이 청소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니,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우스에서 반질반질 광택이 나는것은 닦아서 그런것이 아니다.


시간이 얼추 다 되어서 피시방을 나서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PC방에서 제일 더러운 것은 마우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키보드는 손가락 끝부분이 닿는 것이지만, 마우스는 손바닥으로 전체를 감싸니 피부와 닿는 면적이 제일 넓으니까요.
 
제 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화장실 다녀와서 손은 씼었는지 모르겠지만, 마우스 만진 손으로, PC방에서 과자도 먹고, 햄버거도 먹고, 라면도 먹고, 그 손으로 담배도 피우는데 말이죠. 게다가 몇시간 마우스 잡고 있으면 손에 땀도 나기 마련입니다.


   PC방 마우스, 공공시설 세균수 순위 2위!


한국소비자원 따르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중 세균검사를 했더니, 1위가 대형마트 카트 손잡이이고, 2위가 바로 PC방 마우스 였다고 합니다. PC방 마우스에 있는 세균 수는 버스손잡이나, 화장실 손잡이보다 두배정도 많은 세균이 붙어 있다고 하니... 쉽게 넘길 일은 아닌것 같습니다. 요즘 대형마트는 살균 소독기를 돌린다고 하는데, 2위를 차지한 PC방 마우스는 다른 대안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피시방 마우스에서 광택이 나는 이유는 닦아서 그런것이 아니라 안닦아서 찌든 사람의 기름때인 것입니다. PC방만 다녀오면 손이 끈적끈적하고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일까요? 여러사람의 손을 거쳐간 PC방 마우스, 키보드를 한번에 몰아서 청소하지 말고, 손님 나갈때 마다 닦아주시면 더 쾌적한 환경에서 PC방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C방 알바생이 청소한 옆 자리 책상 위, 유난히 마우스만 반질반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