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판지면 그렇게 기분나쁠 수가 없었다.

유선방송의 채널을 돌리다보면 유독 게임채널에 푹 빠진때가 있었다. 지금은 스타크래프트를 안하지만 한창 할때는 PC방에서 죽치고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때문에 방송을 95%정도는 이해하고 있다. 가끔 새로운 전략이 나올때면 신기하게 보면서 감탄을 하고는 한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만큼 접근성이 쉽다는 얘기다.

10여년전, 블리자드에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첫 출시 했을때, 호응은 대단했다. 그당시 군제대하고 대학교에 복학생으로 들어가게 되었을때, 파릇파릇한 새내기들은 잘 놀아주지도 않고, 복학생들끼리 뭉쳐서 당구장,PC방으로 유랑생활을 한 때가 있다. PC방 한켠에 비치된 낡고 낡은 게임잡지를 보면서 빌드트리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녀석이 "니 나이가 몇인데 게임이냐~ 게임은!" 이라며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한귀로 흘려들었다. 얼마있다가 나에게 핀잔을 준 그 친구도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서 같이하긴 했지만 그 당시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이라기 보다는 '철부지 오락' 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화면1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화면2


초창기에는 집에서 지지직 소리나는 모뎀으로 인터넷에 접속하여 하루종일 스타크래프트를 한적도 있다. 한달후..전화비 청구서를 보니 23만원, 난생 처음 전화비때문에 알바를 한적도 처음이었다. 스타크래프트 하는 중에는 집전화가 항상 통화중이라 중요한 전화도 몇번 못받아 부모님께 혼난적도 있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근처에 작은 PC방이 하나 생겼다. 그때는 획기적이었다. 컴퓨터 20대 남짓한 창고 같은 작은 공간에 비록 대형TV로 하는 게임이었지만 친구들과 함께 팀배틀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내 마음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시간당 2500원이라는 거금이 아깝지 않았다. 당구 두시간치는것보다 스타크래프트 두시간하는 값이 더 싸게 먹혔으니까.

아직까지 친구들이나 선배들과 술자리를 하다보면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름과 전적, 그리고 게임승률> 등등.. 프로야구를 논하듯이 목청높여 토론을 하고는 한다. '어제는 누가 이겼네, 아 그때 그렇게 쳐들어 왔을때 캐논을 더 지었어야했네.. 등등~' 그걸 듣고 있으면 점점 옛날 생각이 나고는 한다. 친구들을 만나면 아직까지 1차 술, 2차는 PC방에서 스타 팀플레이가 이어진다. 너도나도 '스타나 하자' 라는 말이 입에 배었을 정도로 스타크래프트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워크래프트3

워크래프트 게임화면

한때는 워크래프트3가 스타크래프트를 누를것이라는 예상도 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본 워크래프트3에서는 스타만의 매력은 찾을 수 없었다. 영웅 하나로 전진을 다 쓸어버릴 수도 있고(소수의 경우지만), 스타만큼의 대물량전을 펼 수도 없었다. 어찌보면 스타크래프트보다 더 복잡해 보였기 때문에 두세번 해보고 나서 흥미를 잃었다고 할까? 온라인PRG(MMOPRG)게임도 몇번 했었지만 단시간에 끝나는 스타만의 한판승! 의 매력같은것은 찾아 볼수 없었다. 아직까지 스타크래프트 패치가 나오는걸 보면 이만큼 장수하는 게임도 없는것 같다.

비록 한갓 오락에 불과한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추억이라는 감성적인 단어에 비유하는게 어설플지도 모르지만 내게 있어서는 스타크래프트는 친구들과 술한잔하고 가볍게 즐길수 있는 하나의 놀이문화이고, 과거에 푹 빠져 살았던 추억으로 남는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신규게임일지도 모르지만 20후반~30대 후반정도의 나이를 드신분들에게는 나처럼 하나의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