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샤워를 하려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반신거울을 보며 나름 몸매를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살이 좀 붙은것 같아서.. 혼자 속으로.

 

'음.. 양복을 입어야 하는데, 좀 낄것 같은데?'

 

하고 내심 걱정반, 근심반의 눈초리를 날리며, 무심한 뱃살을 톡톡치는 중에.. 문득..

 

'가만.. 이쯤되면 양복입을 일이 하나 있었는데? 뭐지? .....뭐지?...'

 

제 기억엔 이맘때 쯤이면 양복입을 일이 한번 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들었지만, 당췌 생각이 안나더군요. 은근히 엄습해 오는 이 불안감;;; 샤워를 다 하고 나와, 달력을 보는데, 4월달에는 표시된 흔적이 없습니다. 이상하다 싶어, 달력을 거꾸로 넘겨 3월달을 확인하는데.. 아뿔사.. 3월 말에 빨간색으로 동그라미가 쳐있고, "결혼식" 이라고 써있는걸 발견했네요.

 

허걱!

 

순간 하늘이 노래지고, 세상에서 혼자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 아무도 전화를 안해줬지? 왜! 왜!? 왜~~~~~!?'

 

솔직히 제 자신이 깜빡하기도 했지만, 다른 친구녀석들이 아무도 언질을 안해준데에 약간 섭섭하더군요. 친구들 다 모이는 결혼식인데, 나만 빠졌다는거에 대해, 친구들이 느끼는 배신감과, 저 또한 친구녀석들의 연락이 없었다는 섭섭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네요.

 

그런 섭섭한 마음도 잠시, 부랴부랴 핸드폰으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속으론

 

'아냐, 분명히 결혼식이 연기되거나, 했을꺼야! 그래서 연락을 안했던 거겠지! 제발.ㅜㅡ'

 

이라며 속으론 내심, 결혼식이 다음달로 연기되었기를 바랬죠.

 

하지만, 친구와 통화를 끝내고 얻은 결론은 "결혼식에 너만 안왔더라" 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결혼식에 누가 오고 누가 안왔네를 떠나서, "저만 안 간 친구 결혼식" 이 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왠지 두렵군요.

 

통화를 끝내고 곧장 다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친구녀석은 일명 우리들 사이에 연락망의 허브로 통하는 친구라.. 왜 나한테 전화를 안해줬냐고 따질 참이었지요.

 

"야~ OO결혼식 했다며! 왜 나한테 미리 전화 안해줬어!?"

"했는데~ 안받던데?"

"언제!?ㅜㅡ 전화 안왔었어! ㅡㅡ;"

"전날 했자누! 몇번이나 했는데.ㅡㅡ; 난또 바빠서 일부러 안오는 줄 알았지?"

"전화 안왔다니깐.ㅜㅡ (문자메시지라도 남기지;;)"

 

알고보니, 제가 저번에 감기를 앓아 끙끙알아 누웠을때, 약먹고 핸드폰을 꺼둔채로 하루종일 잠만잔날이 있었거든요. 그때 전화를 했나 봅니다. 전적으로 제 책임이 되어 버렸지요.

 

"너 안왔어~ ㅁㅁ 왔던데?"

 

ㅁㅁ 라는 친구는 왠만해선 얼굴을 안들이미는 친구인데, 그 녀석 이름뒤에 붙은 "도"라는 조사가 왠지 강렬하게 느껴지네요;

 

어쩌지~ 어쩌지~ 하면서 결혼한 친구녀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고 해야하나~ 아니면, 이대로 슬슬 멀어지는건가 하고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의 연락망 허브인 친구녀석에게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음.. 그러면~ 일단 부조금은 내 통장으로 넣어, 어차피 좀있다가 퇴근하면서 들러서 전해주면 되니까~ 그리고.. 그때 통화하면 되자너~ ㅇㅋ?"

"으..응.. 알았어~"

 

라며 온라인입금을 바로 시켜줬죠.

 

잠시후 전화가 왔습니다.~

 

"피플아~ 뭐~ 이런걸 보냈어~ㅋ"

"..... 아니.. 내가 안가려고 한게 아니라, 깜빡했네.."

"아.. 난 또 바빠서 안온줄 알았지~"

"정말 미안, 진짜 진짜 깜빡했어.ㅜㅡ"

"괜찮아.ㅋ 담에 함 내려와~ 술한번 하자~"

"ㅇ.ㅇ;"

 

친구 결혼식날 몸이 너무 안좋아서 가지 못했을 지언정, 미리 전화라도 넣어줘야 했을텐데, 전화를 꺼두는 바람에 연락을 할 수가 없었으니, 전적으로 제 책임이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쉬운 내색은 안했지만, 쪼~끔은 섭섭했겠죠?;;

 

담번에 내려가면, 밥한번 거하게 사줘야 겠네요. 섭섭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풀리려나요?; (여자들은 이런경우 얼굴도 안보는 사이가 종종 된다고 하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