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8월 중순, 휴가철을 맞아 사람들이 너도나도 지방으로 떠나는 시기.. 친구네 가게에도 물폭탄을 맞은듯.. 손님들이 넘쳐났다. 휴가철이다 보니 일하는 사람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고, 방학 막바지에는 알바생들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긴급 투입된것이 나와 B군이다. 이 가게 사장이 친구인지라.. 도와달라는데 안도와 줄수도 없고 해서 휴가도 반납해 버리고 저녁 파트타임을 뛰었고, B군은 예전에 아르바이트 하던 학생인데 휴가갔다가 돌아온날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투입된 친구다.

8월 중순의 금요일.. 이날은 거의 휴가철의 피크였다. 휴가온 외지손님도 많았고, 금요일이라 가족과 함께 외식나온 지역손님들도 꽤 많았다. 

알바생들이 힘든건 손님이 순식간에 몰리는 것때문이 아니라... 만석인 상태로 계속 유지되는 것이 힘들다. 어차피 카운터 쪽에서 손님의 입장을 조절해 주고 있어서 손님은 한두팀씩 들어오는데.. 한팀나가고 한팀들어오는게 반복되니 가게는 몇시간째 만석인 상태로 유지가 되니 잠시 숨돌릴틈을 찾는게 힘들다고 할까?

"아이고 힘들어라.~B군아 나 어깨좀 주물러줘.."
"형, 어깨 여기 뭉쳤어요."
"아~ 시원하다.~ 돌아봐라 내가 주물러 줄께~"
"됐어요~ 형, 전 어리잖아요~^^*"
"(-_-) 일롸! 꾹꾹꾹!!!!"
"아파요~ㅋㅋ"

"근데 오늘 손님 진짜 많다~ 담배 한대 필 시간도 없네~ 벌써 몇시간째(만석)야~"
"그죠? 점심(12시)때 부터 이래요~.. 우린 아까 점심(3~4시)때 빵하나 먹었어요~ㅜㅡ"
"..."

[B군이 말한 점심(12시)와 점심(3~4시)의 차이점은 이전 글(http://pplz.tistory.com/449)을 참고]

B군이 말한 '우리'라는 사람들은 여기 일하는 사람들.. 나는 저녁시간에 들어오기 때문이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밥을 먹는지, 마는지 몰랐을 때니.. 나름 충격 이었다. 그래서 카운터 쪽으로 가서 사장인 친구에게 가서 대변인으로써? 한마디 하러 갔다.

"(나) 친구야~ 오늘 어제보다 손님 많아?"
"(사장) 어, 이번 주 통틀어서 제일 많은거 같은데?"
"아이고 힘들어라~ 기다리는 손님 몇명이야?"
"한 다섯팀정도?"

'힘드니 손님좀 천천히 들여보내라~' 라고 말하려던 순간 손님들의 얼굴을 보니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더위에도 부채질 하면서 줄서서 기다리는 손님들.. 점심도 제대로 못먹고 서빙하는 직원들을 번갈아 둘러보니 카운터에 서있는 사장입장에선 난감한 상황일 수 밖에 없다는걸 느꼈다. 결국 '그 말'은 못하고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방쪽에서 큰소리고 거친 말투가 오고 가는 소리가 들린다.

"뭐에요?"
"아이 좀 잘 보시라구요~"

깜짝놀라 친구와 나는 방쪽으로 가서 상황을 살폈다. 대충 짐작하기론 가족손님 두팀이 따로 앉았는데 5번 테이블의 꼬마아이가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데도 아이 엄마가 별 컨트롤을 안해서 6번 테이블 손님이 화가 난듯 하다. 방을 보아하니 아이가 소꼽장난을 했는지 물컵이며, 빈그릇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고.. 그 영역이 옆손님 영역까지 한참을 침범해 보였다. 아이는 목청이 터져라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그 순간 식당안의 모든 시선은 방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씨끌벅적하던 분위기는 쥐 죽은듯이 조용했다.

6번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손님은 더이상 옆에서 밥을 못먹겠다며 신발을 신고 나갈 태세였다. 5번 테이블도 아이를 진정시키지 못할 노릇이고, 이 가게 손님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으니.. 더이상 식사를 할 수 없을것 같아 보였다. 5번테이블 손님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 잠시후.. 6번 손님도 음식을 다 먹지도 않고 일어 났다.

너무나 조용한 가게.. 손님은 꽉 찼는데 이렇게 조용하다니..? 갑자기 할일 없어져서 물통에 물이나 받고 있는 B군, 나도 손이 너무 뻘쭘해서 컵정리를 하고 있었다. 평소같았으면 "여기요~ 저기요~"가 빗발치듯 들려야 하는데.. 이 정적이 너무도 오래 가니.. 너무 어색했다. B군이 홀을 빙 둘러보며 빈그릇을 수거해서 새 음식을 채워주러 나갔고, 나는 카운터 쪽에 가서 사장의 동태를 살폈다. 방에서 나온 두 손님이 카운터 쪽에서도 한바탕 난리를 피웠기 때문이다.

"(나) 아까 그 애기엄마가 카운터에서는 왜 소리지렀어?"
"(사장) 어이 없다."
"왜?"
"아까 화나서 먼저 나간 6번테이블 손님있지? 그 손님은 미안해서 내가 반값 깎아 줬거든?"
"반이나;;? -_-;"
"근데 애기엄마가 우리도 다 먹지도 않았는데 왜 안깎아 주냐며 화를 내고 가더라;"
"..으응?;; 그래서;;?"
"만원 깎아줬지..."
"......;"

음식점에 와서 음식을 시키고 나서 다 안먹었으니 깎아 달라니.. 어이 없다. 게다가 6번 테이블 때문에 5번 손님도 반값이나 깎아 줬는데.. 미안하다고 가지는 못할 망정, 그 테이블은 깎아 주면서 왜 자기는 안깎아 준냐고 하다니.. 내가 보기에는 애기엄머가 이왕 X팔린거.. 갈데까지 가보자란 식으로 물고 늘어진것 같다.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한걸 떠나서.. 아까 싸움이 난 순간 이후 부터 식당엔 20분 정도 아무런 주문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아까 B군과 내가 어색해 하던 시간들;;) 나비효과라고 했던가? 한 테이블로 인해 가게 전체 매출에도 작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정이 넘어 가게 셔터를 내리면서 친구는 입구에 소금을 촥촥~ 뿌린다. 친구는 화난 이유는 매출때문이 아니라 아까 작정하고 물고 늘어지는 그 손님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해 보였다.

카운터에서 손님들 컨트롤 하랴, 직원들 컨트롤 하랴, 가끔 등장하는 해비급 손님들을 상대하랴.. 어찌보면 음식 나르고, 설겆이 하는 일보다 카운터에서 손님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일이 더 어려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