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으로 이사온지 한달이 다 되어 갑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작년 1월 말 부터 이삿짐 정리하느라 눈코뜰세 없이 정신 없었는데 말이죠. 이사오고 이주일 정도 지나니.. 여기가 옛날부터 내집인 엉덩이가 바닥에 찰싹~ 붙어서 안 떨어지더라구요. ^^

'독립'이라는 미명하에 딴 살림을 꾸려서 그런지, 옥탑방은 제게 지상낙원과도 같았습니다.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것, 시간과 공간에 구애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등의 장점들이 옥탑방이라는 공간의 장점보다는 생활패턴이 자유로워졌다는 장점에 묻혔던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독립'에 들떠서 보지 못했던옥탑방만의 단점이 슬슬 눈에 보이기 시작하네요.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음식냄새, 짬뽕도 아니고, 부대찌게 냄새도 아니여~


평일 저녁만 되면 계단을 오를때마다 음식냄새가 강해집니다. 제가 사는 원룸은 복도쪽에 주방이 있어서 주방 환기구가 복도에 나와있습니다. 

1층에서 된장국을 끓이고, 2층에서 햄을 굽고, 3층에서 고기를 굽는 다고 치면, 계단을 올라올 수록 점점 강해지는 냄새를 맡게 됩니다.4층에 홀로 있는 제 방의 현관문 앞에 서면 이상 야릇한 냄새를 맡게 되는데요.

이건 짬뽕냄새도, 부대찌게 냄새도 아닌것이~ 기름진 냄새가 꾸물꾸물 방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 제 방은 공기가 탁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녁에 방에 들어 왔을때 이 냄새에 적응하는데 한시간 정도 걸리는것 같습니다.

여름이면 옥상으로 통하는 현관문을 열어 두고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냄새를 모두 옥상으로 내보낼 수 있겠만, 아직 날씨가 쌀쌀해서 그럴 단계는 아닌것 같습니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배가 등에 붙을 정도로 허기 질때 저런 냄새가 올라오면 달려가서 초인종을 누르고 공손히 한마디 던지고 싶을때도 합니다. "저기요, 김치 볶음밥에 참기름을 많이 넣으셨네요.^^ (꿀꺽!)"


   옥탑방의 구조상 어쩔 수 없네. 사방에서 들리는 소음의 정체는?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허리케인이 되어서 돌아올 수 있다는 나비효과 이론을 아시나요? 제 방이 딱~ 그런 경우 입니다. 1층에서 쿵~ 이라는 소리가 들리면 4층에서는 꽈~릉! 이라는 소리로 들리거든요. 소음이 계단을 타고 메아리 치면서 증폭이 되는것 같습니다. 

원룸 주인아주머니께 살짝 언질을 던져보니, 겨울이라 복도 창문을 닫아두어서 그렇다며, 여름에는 괜찮을 거라도 하시네요.

이 뿐이 아니라 옥탑방이라는 공간의 특성 때문에 항상 소음에 노출이 되어 있습니다. 네모 반듯한 구조로 된 제 방에는 1)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울리는 소리 , 2) 앞 2차선 대로변 , 3) 뒤 골목길 , 4) 현관 반대쪽 측면은 다른 원룸 에서 나는 소음이 들리는 데요. 4)번을 제외 하고 1),2),3)번에서 나는 소음은 항상 들을 수 밖에 없습니다. 대로변이나 뒷골목에서 나는 소음은 꾸준히 들리는 거라 인지를 못하겠는데요.  불규칙하게 들리는 1)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소음은 사람을 깜짝깜작 놀라게 하네요.


   지금 겨울인데? 심상치 않은 옥탑방의 높은 온도.. 여름이 걱정!


지금 겨울 맞죠? 그런데 보일러가 낮에 한번도 안돌아 갈 수가 있는건가요? 낮에 보일러를 15도에 맞춰두고 지내는데요. 실내 온도는 17~18도 에서 안내려 갑니다. 정오를 조금 지나면 순간 19도 까지 올라기기도 하구요. 

일전에 3층에 사시는 주인댁에 내려가 봤을때는 그 방의 실내 온도가 16도였거든요. 겨울이라 가스비도 안들고 좋긴 하다만은.. 여름에 쓰는 에어콘 전기료로 가감이 될런지 의문입니다.

아무리 집을 잘 지었다고 해도 옥탑방은 옥탑방인가 봅니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아래층 온도보다 1~2도 정도 높으니 말이죠. 한여름에는 어떨지 은근히 걱정이 되네요. 단단히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 말씀드려서 차양막이라도 쳐달라고 해야 할것 같습니다.

다행인지 몰라도 아직 곰팡이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곰팡이 문제를 많이 지적해 주셨는데요. 하루에 두세번은 환기를 시키고 낮에는 손톱만큼 창문을 열어두고 다녀서 인지 몰라도 아직 곰팡이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옥탑방에 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넋두리를 해봤습니다. 모든 옥탑방이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 '옥탑방은 별로야~' 라는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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