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4식구가 같이 살던 아파트를 떠나서 부모님과 각각 떨어져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인터넷도 며칠간 못하고 블로그 구경조차 할 수가 없어서 너무너무 답답했습니다.ㅜㅜ

부모님은 부모님 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각각 새 집을 찾아서 이사를 하게 된 것인데요. 이제는 어머니께서 끓여 주시는 따뜻한 된장찌게도, 까만콩이 들어가 있는 고슬고슬 쌀밥도 매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어린아이가 입에 물던 막대 사탕을 잃어버린 마냥 아쉽기만 합니다.

이사할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3차원적?인 시각으로 집의 구조와 잡동사니들의 위치를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것이 가장 어렵더라구요. 눈앞에 보이는 사소한 물건들 뿐만 아니라.. 항상 그 자리에 위치하고 있던 장롱, 선반, 서랍장 등등.. 게다가 그 안쪽에 있는 엄청난 양의 옷가지, 이불, 각종 서류철... 이 모든것들을 옮긴다고 하니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요.

포장이사 하면 편하지 않을까? 해서 여기 저기 알아봤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사후에 짐이 어디있는지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들이 많아서 포기했습니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다시한번 느끼게 된 점은 이사할때만 되면 꼭~ 말다툼이 난다는 사실! 이사할때 만큼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파워가 더 세집니다. 집안 구석구석 어머니 손때가 안탄데가 없으니 모든 작업이 어머니의 지휘아래 척척 이루어져야 수월하거든요. 아버지께서 잠깐 잔소리겸 핀잔겸 투덜대셨는데 어머니께서 신경이 예민해 지신터라 크게 화를 내셨습니다.

옛말에 남편은 부인이 자기를 버리고 갈까봐 이사짐을 실은 트럭 보조석에 일찌감치~ 먼저 올라 타서 기다린다는 얘기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이번에 아버지께서도 새로 이사갈 집의 주소도 모르고 계셨거든요.;; 어찌 그리 무관심 하신지...;;


   버려야돼? 말아야돼? 버릴때는 과감히!


작은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에 짐을 하나라도 줄여야 하는 상황입니다. 버릴것은 과감하게 버리자고 가족끼리 저녁먹으면서 다짐?을 했건만.;; 정작 버릴 것들을 고르는 데 고심하느라 한참 걸렸습니다. 오래된 침대며, 베란다에 있는 곰팡이 핀 작은 서랍장, 사 두고 몇번 안본 VTR;; 등등

제일 버리고 싶었던것은 오래된 책들입니다. 책장의 크기가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책장을 반으로 줄이면 짐이 1/5는 줄어드는 상황! 책을 버려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걸로 엄청 다퉜네요. 5년간 한번도 펴보지 않았던 책들을 모두 버리고나서야 맘 한편이 후련해 지더라구요. 정작 이사오고 나서는 버린 물건들은 찾지도 않을 거면서 왜 그리 버리지 말라고 만류를 했는지.... 버릴때는 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집이 넓어 장식용으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 책들도 몇년전에는 다 돈 주고 산건데..차 트렁크에 가득 싣고 가서 헌책방에 문의하니 받지도 않는다고 하네요. 끈으로 묶어서 내 놓으니 하루도 안되어서 실어가시더라구요.


   은(silver)가구가 네 것이냐? 금(gold)가구가 네 것이냐?


이사짐을 총 3파트로 나눠야 하기 때문에 가구를 분배? 해야 합니다. 자기가 쓰던 가구는 자기가 가져가야 하고. 거실에 있던 자잘한 가구들은 미리 누가 가져가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서로 자기가 이사할 곳에 대한 구조만 머리속에 그리고 있다 보니 이것저것 가져갈 가구를 마음속에 찜해두니 답이 안나옵니다.

서로 자기가 가져가겠다고 하니 어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끝이 납니다.; 결국은 대부분의 가구들은 부모님께서 가져가셨지만요.

대학교때 친구와 같이 학교 근처에서 자취했었는데.. 이때부터 자기 물건은 확실히 챙기는 습관이 생긴것 같습니다. 대학생활동안 총 4번의 이사를 했는데.. 1년 정도 빼고는 나머지는 모두 친구와 자취를 했네요. 그때는 이사짐 쌀때 귀찮아서, 혹은 깜빡해서 제 짐을 못챙기고 친구가 가져가 버린 적도 많이 있습니다. 저한테도 친구의 짐이 들어오긴 했지만.. 제 짐을 친구가 가져가 버린게 더 많이 있네요. 나중에 다시 받자니 귀찮기도 하고 쉽게 옮길 수 있는 물건도 아니고 해서 그냥 마음 묻어버렸습니다.


   "거긴 나중에 내가 할께~" , "나중에 언제~!!? (버럭!)"


이사하기로 받아둔 날이 몇시간 후, 코앞에 닥쳤는데도 천하태평이신 아버지.. 어머니와 저는 이사짐 싸느라 바쁜데 아버지께서는 여유롭게 커피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계셨습니다. 어머기께서 안방 화장실을 둘러 보시더니..

"아니 여기 짐도 안싸고 모하는거야? 지금 새벽 1시 넘었는데 빨리 하고 자야지~!"
"거긴 내가 나중에 할테니 놔둬~"
"나중에 언제~ 아침에 이사짐 실으러 아저씨들 오신다고 했는데 그전에 빨리 해놔야지!"
"......."

어머니께서 방을 닦으시거나 청소기를 돌리려고 하시면 아버지께서는 꼭 저런 말씀을 하십니다. "거긴 내가 할테니 그냥 놔둬" 라고요.. 가끔은 저도 그런 말을 하지만요;;

어머니께서 버럭 화를 내시자 아버지는 아무말씀도 못하시고 묵묵히 반대쪽 벽만 바라보시더라구요. 결국에는 아버지의 몫으로 떨어졌단 안방 화장실 청소는 어머니께서 하신 셈이 되었습니다. '이구~ 좀 같이 하시지..~'. 이번 이사하면서 어머니께서 제일 고생하셨네요. 글 제목은 '싸우는 이유 3가지'라고 달았지만.. '고생하는 사람 따로있다'는 내용이 되어 버렸네요. ;;

아무튼 이렇고 저런 우여곡절 끝이 무사히 이사를 마쳤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방안 구석구석 짐이 꽉 차 있었는데.. 이제 어느정도 짐정리가 되어서 커피한잔에 블로그할 만큼의 여유도 생겼구요.^^ 처음으로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고 할까요? 꽤 아늑한 기분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