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박중훈 쇼에서 정우성이 출연했습니다. 2회에 출연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지만, 고 최신실씨의 생일을 기리기 위해 한타임 밀렸던 것인데요. 어제 박중훈쇼의 정우성은 소년같은 이미지를 벗은 진지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더군요. 나이는 세월의 흔적이라고 했던가요? 어제는 정우성에게서 세월의 흔적을 옅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정우성 하면 생각나는 영화가 무엇인가요? 최근에 '놈놈놈'이란 영화를 찍었지만 저는 1997년, '비트'가 생각이 나는데요. 그때 본 정우성의 반항적인 모습은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주황색 가로등이 비치는 텅빈 도로위를 두손을 놓고 오토바이를 타면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장면이 제일 압권이었던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때의 독백도 정우성이 직접 작성한 거라고 하니, 민이의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더 커진것 같네요.

하지만 이런 반항아의 소년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토크쇼 중간중간 보여지는 그의 진지한 모습에서는 다른 모습을 볼수 있었습니다. 교육에 대한 일침,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신용불량자가 된 예를 적절히 섞는가 하면, 악성댓글에 대한 그의 생각, 한국 영화계와 한류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 의외로 '날카로움'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의 눈빛만큼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날카롭더군요.

   날카로운 눈빛으로 받는 오해와 진실.
정우성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그의 '눈빛' 인데요. 어떻게 보면 날카롭기도 하고 어떨때는 눈물이 왈칵 쏟아질것 같기도 한 묘한 매력을 가진 눈빛은 정우성만의 매력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1회때 나온 장동건편에서도 느낀점인데, 렌즈를 쓴건지 모르겠는데.. 이들의 눈은 의외로 촉촉하더군요.

예전 정우성의 지인의 인터뷰를 보면 그 눈빛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았다고 하네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정우성이 눈이 약간 들어가 있어서, 정우성은 편안하게 시선처리를 하는것인데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볼때에는 부담스럽게 보일수도 있다고 합니다. 박중훈의 눈빛에 대한 질문에 정우성은 "하루종일 이러고 있으면 쥐나요." 라며 눈을 부릅뜬 표정의 익살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한국 영화계에 대한 쓴소리도 거침없이 한다.
놈놈놈의 영화를 보면 말타고 총쏘는 장면이나 기차의 유리를 깨고 들어가는 장면등, 위험한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실제로 후자의 장면에서 정우성은 손목에 부상을 입은 사건도 있었습니다. 박중훈의 '이런 상황은 어쩌면 영화인으로서의 삶을 못걷게 될 수 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지자 영화계의 문제점을 하나씩 집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영화계의 사고시 보험절차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배우가 사고를 당해 쉬게되면 막대한 제작비가 추가가 될 수도 있고, 아직까지 이런 보험문제대 대해 누구도 개선하기 위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라고 진지한 답변을 해주더군요. 드라마와 영화를 좋아 하는 시청자의 입장으로서는 새로운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인으로서 이런 문제는 우리끼리의 문제이니 팬들에게는 좋은 결과물에 대해 평가를 받으면 되지,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해서 만들었으니 알아 줬으면 좋겠다. 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할때에는 영화인들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얼마나 큰지 어렴풋이 짐작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매혹적은 눈빛처리로 시를 낭송하다.
정우성이 여성을 유혹할때? 어떤 방법을 사용할까요. 사랑스러운 노래를 부를까요? 박중훈이 노래를 해달라고 부탁을 하지만 정우성은 노래를 못하니 시를 하나 읊어 주겠다며 "사랑하라, 한번도 사랑하지 않은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의 시를 읊기 시작합니다.
세트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고, 정우성의 목소리가 세트를 가득 메우는 장면에서는 같이 보던 어머니께서도 숨을 죽이시더군요. 시 낭송을 하고서 "조금 떨렸네요ㅎ" 라는 표정은 청순한 청년의 이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라는 것은 배우의 혼이 담긴 하나의 작품입니다. 물론 여러 상황변수들이 잘 조합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런 상황변수들은 배우의 혼을 이끌어 내기위한 필요조건에 불과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오늘 제가 본 정우성의 진지함과 익살스러운 매력은 정우성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바꾸어 주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중퇴라는 과거에 비친 아쉬운 눈빛
정우성이 고등학교 중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고1이라는 사실은 처음 알았네요. 어찌보면 정규과정인 고등학교를 중퇴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박중훈의 질문에서 정우성은 "나중에 자식들이 고등학교 중퇴를 요구해도 꼭 정규과정을 밟게 하겠다"면서 아쉬운 속내를 내비쳤는데요. 정우성 자신의 현재의 성공이 고등학교 중퇴가 이유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나를 성공의 케이스로 삼지 말라며 사뭇 진지한 멘트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혹시 모를 중고등학생들의 탈선에 바리케이트를 친것이라 보여집니다.


   마지막으로 박중훈쇼에 대해서....
박중훈쇼가 진행이 매끄럽지 못한것은 사실입니다. 보는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함을 기대할수 없는게, 박중훈은 MC전문도 아니고 한명의 배우에 불과 합니다. 그에게서 완벽한 진행을 요구한다면 이건 유재석에게 멜로물을 찍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는것 같습니다.

지금 박중훈의 MC진행 수준은 바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단계씩 위로 오를 수 있는 변수가 존재한다는 점이 아직은 박중훈쇼를 버릴 수 없는 미련을 남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박중훈쇼의 히든카드는 게스트에 맞춰져 있지만, 언젠가는 박중훈이 쇼의 주인공이 될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저는 좀더 두고보기로 했습니다. 방청객분들과 일일이 악수 하는 장면도 박중훈쇼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겠죠? 다음주 김태희편도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