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피해야할 TV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토,일 낮시간대에 방송되는 영화리뷰프로그램이다. 토요일 - SBS <접속! 무비월드> , 일요일 - MBC< 출발! 비디오여행>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SBS가 방송편성을 하기 전에는 위 두 프로그램은 일요일 동시간대에 방송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두 프로그램이 다루는 영화의 종류가 너무 겹치는게 많아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었다. 예를 들어 SBS가 1-2-3-4 순으로 영화를 소개한다면 MBC는 1-3-2-4 순으로 영화를 소개하는 식이었다. 소개할 영화의 종류가 그렇게나 없었단 말인가? 게다가 한달간 같은 영화가 다른 코너로 여러번 중복 소개된 적도 있어서, 영화를 보기 전에 예고편 만으로 영화의 스토리를 암기할 정도가 되기도한다.

출발 비디오 여행 / 접속 무비월드

출발! 비디오 여행 / 접속! 무비월드


두 프로그램의 특징은 초반에 흥행작품을 하나 잡고 집중적으로 소개한다는 점이다. 지난 21일에 방송된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예로 들자면 방송시작부터 7분간 <쌍화점>의 예고편 소개가 있었다. 다음 무비에 올라온 <쌍화점> 홍보영 예고편 동영상이 1분 42초인걸 감안하면 엄청난 분량의 내용을 소개해 주고 있는 것이다.

쌍화점 홍보용 예고편 플레이타임 / 1분 43초


게다가 예고편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줄거리의 인과관계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내레이션까지 더해져서, 영화의 흐름은 머리속에 쏙~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예고편을 통하여 영화의 줄거리를 습득하고 나면 정작 극장에서 실제로 영화를 볼때 흥미도는 반감되고 만다. 그리고 영화를 기다리는 기대감도 확실히 떨어진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전체적인 스토리를 미리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TV영화정보 프로그램을 스포일러라고 해야하나?

위 프로그램에서 방송되는 영화를 보고 실망한 영화가 두개 있다. 바로 <점퍼> 와 <트와일라잇>이다. 미디어를 통해서 엄청나게 쏟아지는 예고편들은 나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았다. 개인적으로 SF,판타지,액션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욱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하. 지. 만...

내레이션에 낚인 경우
극장에서 <점퍼>를 봤는데 정말 극장에서 본 영화의 내용은 모두 위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이었다. 혹시나 뒤에 반전이라도 남겨두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했건만, 친절하게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는 암시까지 해주시는 내레이션 때문에 <점퍼>에서 그다지 큰 흥미를 얻을 수 없었다.

예고 동영상에 나온 액션이 전부 일 줄이야;
트와일라잇>의 경우는 일전에도 리뷰를 했지만 액션보다는 멜로에 치중을 둔것이라 생각한다. ([TV / 영화] - 트와일라잇, 공포를 멜로에 잘 버무린 영화) 하지만 위 프로그램에서는 액션위주에 급박한 상황이 전개될것 처럼 소개를 했다. 그래서 나는 액션위주의 영화겠구나~ 라고 극장을 찾았지만, 엮시 낚였다. <트와일라잇>에서 보여준 액션장면은 위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예고편이 다 본것이었다. 허망했다. 정말.ㅜㅜ

두 프로그램이 점점 경쟁을 하다보니 조금이라도 희소성있는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애쓰는것 같다. 예고편 영상 만으로는 습득할 수 없는 정보를 내레이션이 전달해 주기 때문에, 영화한편을 보여 주는 듯한 예고편은 흥미를 유발할수 있지만 정작 영화에 대한 기대감과 흥미도는 떨어 트릴수 밖에 없다.

영화만큼이나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예고편>을 통하여 영화정보를 습득한 사람들은 극장에서 영화를 볼까? 안볼까? 영화의 홍보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적당한 수준의 예고편을 소개하는 점은 좋지만 그 수위가 너무 높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영화계의 불황을 탓하기 전에 영화정보TV프로그램의 수위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