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드라마 1회 분량이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1회는 한시간, 단위였던 상식이 깨어져 버린것입니다. 심지어는 90분까지 연장되는 경우도 있고, 가끔 2회연속방송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자정을 훌쩍 넘기는 시각이 부담스러운 적도 있습니다. 드라마 시작할때 시청률과 끝날때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야금야금 늘어난 방송시간은 방송사의 제살깎아 먹기 밖에 안되는 것입니다.

현재 드라마 방송시간은 어떻게?


월화드라마
KBS2 오후 9시 55분 ~ 11시 5분 / 70분 편성 <그들이 사는 세상> 
MBC  오후 9시 55분 ~ 11시 15분 / 85분 편성 <에덴의 동쪽>
SBS  오후 9시 55분 ~ 11시 15분 / 85분 편성  <떼루야>

수목드라마
바람의 나라, 종합병원 , 바람의 화원 / 오후 9시 55분 ~ 11시 5분 / 70분 편성

드라마는 전쟁이다.

물론 이 시간이 정확하게 지켜지지 않습니다. 전후로 몇분 땡기거나 늦어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30초,1분,2분씩 늘리고 있는게 현실이죠. <떼루아>가 첫주 방송에 시선을 끌기 위한 작전임을 감안한다면 <에덴의 동쪽>은 중후반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1시간 30분 가량의 방송분량을 잡는다는것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질질 끌기 작전이 아닌가 싶네요.

요즘 <에덴의 동쪽>에 대한 평을 보자면 썩 만족한다는 시청자의견보다는 그 반대 의견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사전 제작이 아닌이상 방송분량이 늘어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드라마 제작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방송시간 채우자니 쓸데없는 대사만 줄줄 늘어나게 되고, 같은 대사를 계속 반복한다던가, 드라마 스토리상 전혀 관계 없는 장면을 끼워넣는 방법을 사용하게 됩니다..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떨어지게 느껴져서 흥미를 잃게 되는게 아닐까요? 드라마 시간이 늘게되면서 또 늘어나는것은 드라마 제작비입니다. 주연배우의 늘어나는 출연료에 한몫을 하게 된것도 드라마 방송분량이 늘어나게 된것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에덴의 동쪽>이 이런 역효과를 많이 본것 같습니다. 초반 엄청난 호응을 일으키며 첫회를 방송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는 뭔가가 부족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벌써 11시 를 넘기자 끝나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무슨 대화를 그렇게나 많이 하던지, 대화없이 표정만 잡는 장면에서는 "저 장면 너무 오래끄는거 아닌가?" ,"저 대사를 몇번씩 하는거야?" 라는 뉴스도 나오기도 했죠.

드라마 80분시대의 도래라는 말이 생긴지 얼마 안돼었는데 이제는 90분 시대로 접어드는 것일까요? 드라마를 보는건지 영화를 보는건지 모를 정도로.. 매회 마다 늘어나는 방송시간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렇다면 드라마만 그럴까요? 요즘 주말 저녁에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부담은 드라마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예능 90분보다 드라마 90분이 견디기 힘든 이유


<무한도전>은 80분, <패밀리가떴다>는 90분의 러닝타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1시간 31분 이라는 플레이 타임을 볼때면 이걸보느니 영화를 한편 보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정작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어느순간 끝나 있다는점이 있습니다.
그이유는 각 코너별로 시간대가 알맞게 분배 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고 봅니다. 패떴의 경우 초반 집구경 - 일손돕기 - 게임 - 음식재료 장만 - 음식하기 - 게임 등의 방법으로 각 코너별로 몇십분씩 할당이 되어 있습니다. 앞,뒤코너는 인과관계가 적기 때문에 어느 하나를 보지 않아도 다른코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죠. 개인적으로 드라마 90분 보다 더 알차게 시간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반대로 드라마는 한 줄거리를 죽~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모든 사건은 거미줄 처럼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놓치게 되면 구멍난 드라마를 보게되는 셈입니다. 초반부터 꾸준히 시청해온 애청자라면 모를까, 하루만 드라마를 놓치게 되면.. 다음드라마의 이해가 어려워 질수 밖에 없습니다.

<드라마를 말하는, 드라마>인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다보면, "방송시간 늘리기 작전은 너네가 먼저 시작했잖아" 라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경쟁방송사를 언급하는 대사가 기억이 나네요.

늘어나는 방송시간에 알찬내용을 담지 못하면 그것은 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눈치보며 시청률 끌어잡기 작전을 보여주기 보다는 알찬내용으로 시청률을 잡는게 더 쉽지 않을까요? 시청자의 머리속에 듬성듬성 구멍뚫린 큰 거미줄을 심어주기 보다는 작고 알찬 내용의거미줄을 심어주는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