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 시설.. 철이 없어 뭘 모를때.. "책값 삥땅" 치는거... 많이 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책산다고 책값 받아서 그 돈으로 용돈삼아 쓰곤 했더랬죠. 아마 저 말고도 다른 분들 이런경험 많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사춘기때 멋부리고 싶어서.. 옷하나 더 사입고 싶고, 짧은 빡빡머리였는데도 뭘 그리도 멋을 부리겠다고 미용실은 일주일이 멀다하고 들락날락 거리기도 하고.. 밥먹고 돌아서면 금새 배고파 지는 왕성한 식욕때문에.. 군것질도 많이 하고.. 이러다보니.. 중고등학교땐 항상 돈이 부족했었습니다. 매월 초에 한달 용돈을 얼마씩 받지만.. 받는 날부터 일주일이면 그 돈을 금새 써버리곤 했었죠. 월말까지 빈털털이로 지낼 수가 없었기에.. 나름 고안해 낸 방법이 바로 "책값 삥땅" 치기 랍니다.
삥땅 :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어야 할 돈의 일부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일을 속되게 이르는 말.
(ㅎㅎ '삥땅'이란 단어가 어색해서 사전찾아보니.. 있네요~!비록 속된말 이지만..-_-;)
고등학교 시절엔 문제집 하나에 만원돈 남짓 했던것 같습니다. 보충수업은 기본적으로 문제집 하나씩 있어야 했고, 모의고사 문제집, 영어는 기본서외에도 맨투맨 시리즈도 샀어야 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국영수의 경우에는 문제집에 정말 많은 투자를 한것 같네요. 그 틈을 타.. 한두권씩 "공갈" 문제집을 끼워서 돈을 더 타고는 했었죠.
"엄마, 문제집 뭐뭐~ 사야되니깐 돈좀 줘~"
"얼마..?"
"음.. 한 4만원이면 될것 같은데?"
"돈 없는데........ 카드 줄께. 카드로 사라"
"카드로 사면 할인 안해줘... 돈으로 줘~"
"...."
카드로 사라는 어머니 말씀에 뜨끔해서.. 현금으로 사야만 할인해 준다는 얼토당토 않는 핑계까지 만들어 대면서 딴 주머니 차기 계획을 가끔 쓰곤 했습니다. 집안 형편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이.. 내 주머니 안에 들어올 4만원만 생각할 철없을 때였죠.
*
그런데 2주전쯤, 친구들과 삼겹살 집에서 술자리겸, 송년회겸 조촐한 저녁을 먹고 있는데.. 건너건너 테이블에서 아주머니들이 모임을 하고 계셨습니다. 어찌나 목소리가 컸던지.. 그분들 이야기는 조사 하나까지 다 들릴 정도였죠. 그런데 그분들 이야기중.. 바로 자식들의 "책값 삥땅" 치는 일화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그 대화를 쭉~ 들어보니 뜨끔하더군요.
한 아주머니 말씀이..
"야~ 나도 학교 다닐때 다 해본거야. 엄마한테 책산다고 돈받아다가, 집에는 친구책 빌려서 보여주고 이거 샀다고 뻥치고~.. 그거 나도 다 해본거야.. 알면서도 당해주는거지..ㅋ 저번엔 우리애가 진짜 다급하게 책사야 한다고 하길래.. 5만원을 줬다? 그런데 며칠 있다가 아들 옷장 정리하는데.. 못보던 메이커 옷이 막 나와.ㅋ"
"자.. 책값... 공부 열심히 해"
뭐.. 길게 말 안해도 아시겠죠? 한마디로.. "알면서도 당해준다" 였습니다.
저 중고등시절에 그리 넉넉치 않은 한달 고정수입에.. 4가족이 매달려 있었는데요. 모르긴 몰라도 갑자기 책산다고 몇만원씩 달라고 하면.. 집안 경제권을 담당하시는 어머니께선 좀 타격을 입으셨을 거에요. 지금 제가 월급쟁이가 되어.. 한달 두세번씩 경조사에 참석해보니.. 뜬금없이 나가는 지출이 은근히 타격이 된다는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되더군요. 모르긴 몰라도.. 그 당시 야금야금 딴주머니 찼던 저 때문에 부담좀 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당시 저희 어머니도 알고 계셨겠죠~? "우리 애는 아닐꺼야~ "하며 무조건 믿으셨다면.. 그게 더 죄송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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