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하객명단의 내이름에 두줄 간 사연

지난 일요일에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그 덕분에 하루전날 친구들이 대거 몰려올라오는 바람에 제 옥탑방은 완전 초토화가 되었죠; 전날부터 술을 어찌나 먹었던지.. 4놈이서 자면서 내뿜은 술냄새가 그 다음날에도 안빠지더군요;

아무튼 전날 해장도 할겸해서 해서 집근처에서 뚝배기 해장국 한그릇씩 해치우고 난 후, 결혼식장을 향했습니다. 12시 예식인데.. 조금 늦는 바람에 '신부입장' 부터 봤네요;

먼저 온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부조금을 내는 곳에서 봉투와 펜을 받아서 한명씩 개인부조를 했습니다. 어제 먹은 술이 안깼는지; 친구들이랑 인사하느라 마음이 바빴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여기요~"
"네. 감사합니다.~ 식권 여기 있습니다.~"
"예~"

부조금을 내고 식권을 받아서 친구들 무리에 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왠걸 식권색깔이 다른겁니다. 저는 빨간색 식권이었고, 다른 친구들은 파란색 식권이네요. 순간! 저만 식권색깔이 달라서.. '혹시 다른 결혼식에 부조금을 낸건가;;?' 라는 최악의 시츄에이션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식권에는 신랑신부이름이 적혀 있었으니.. 그건 아니었습니다.

나만 식권이 다르다? 라고 궁금해하자.. 한 친구가

"너 오른쪽에 냈어? 왼쪽에 냈어?"
"나.. 이쪽(오른쪽)"
"왼쪽에 내야지~ 오른쪽은 신부측이잖아~"
"....."

"우린 색깔이 달라~"

결혼식 다니면서 이런적은 또 처음이네요; 평소엔 축의금내는 곳에 무심코 냈었는데;; 이게 신랑신부측으로 나누어져 있다는것은 인지하고 있지 못한것이었죠.

이걸 어쩐다... ① 어차피 곧 부부가 될텐데.. 아무한테나 가면 어때?라는 의견과, ② 그래도 축의금은 곧 하객명단이니.. 정확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고민하다가 결국 ② 번을 택했습니다.

"저기.. 아까 축의금을 냈는데.. 잘못 낸것 같아요."
"............... 성함이.."
"피플이요"
"(뒤적뒤적~) 식권번호가 어떻게 되시죠?"
"123번이요."
"아.. 5만원이군요. 돌려드려야죠~ ㅎㅎ"

축의금 냈다가 돌려받으려니.. 이거 왠지 찜찜하더군요. 죄송하단 뜻을 전하고 다시 축의금을 주섬주섬 받아서 신랑측에 다시 냈답니다. T^T. 축의금 명부에 적힌 제 이름위엔 영광의 상처가 났더군요.ㄷㄷ.. 파란색 식권을 받고 친구들 무리에 끼니 그제서야 동질감?이 느껴지는 야릇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마 신부측에서 나중에 하객명단을 보다가 제 이름위에 두줄이 쭉쭉 그어져 있는 걸 보고는 궁금해 하겠죠?; 이담에~ 집들이할때나, 아이 돌잔치 할때.. 상세히 설명해드릴께요~ ㄷㄷ;

뭐~ 누구는 5만원 축의금하려다 실수로 5천원한장 달랑해서.. 원성을 샀다는 일화도 들리던데.. 그보단 양호한 실수 아니겠어요~; ㅎㅎ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