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아마도 자취 시리즈글만 올리는것 같다. 요즘 컨셉이 이렇다보니, 자꾸 이쪽으로만 눈이간다. 아무튼 오늘도 자취에 관한 작은 실타래를 당겨본다. 잘 풀리지는 않지만 쭉! 잡아 당기면 실래의 끝까지 풀리지 않을까? 기대반 걱정반~

오늘은 자취 선배인 J군과 함께 자취 생활의 진솔한 이야기를 함께 풀어볼까 한다.

자취를 시작하면 이것저것 살것이 많다. 사람이 사는 방이니, 최소한의 식기도구는 기본이요. 가전도구 놓을만한 책장, 옷넣을 서랍장 등등.. 마치 방금 결혼한 신혼부부가 살림살이를 장만하러 가전매장을 둘러보는 것처럼, 자취의 첫 모습도 그 신혼부부들과 별 다를게 없다.

풀옵션 원룸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기본생활용품 구입은 기본이다.

  • 작은냄비 - 라면먹을때 필수
  • 전자렌지 - 냉동식품 먹을때 필수
  • 3~4인용 밥솥 - 그래도 밥은 해먹을꺼니까 필수

등등 부터 시작해서 전기주전자, 다 먹지도 않고 이사갈때 마다 버리는 식용유, 간장 등등..쓰기도 벅찬 종류들이 수두룩하다. 이건 자취용품이 아니라 거의 살림용품이나 마찬기지다.

그런데 자취생활을 하다보면.. 이런것은 없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라는 것들이 몇개 있으니..


1. 옷장 : 니가 내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자취생 옷장
이걸 장롱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옷장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이불은 안넣으니 옷장이라고 표현하는게 맞겠다. 지금 내 방에는 옷장 하나가 있는데...

이 옥탑방으로 이사 오기전에 집에서 필사적으로 가져온 가구중 하나다.

"(어머니) 그냥 옷걸이용 행거 하나 사~ 이거 짐 돼~"
"(나) 돈이 어딨어요~ 그냥 있는거 쓰죠 뭐~"

그런데 자취 10개월 만에 이게 내 발목을 잡을 줄 몰랐다.

부피만 차지하고, 한번 자리 잡은 곳에서 꿈쩍도 하지도, 할 수도 없는 저 큰 옷장을 어떻게 해야할까? 아무리 고민해봐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아예 차라리 천장과 바닥을 두개의 봉으로 고정시켜 놓고, 사이에 봉하나를 걸쳐서 쓰는 옷걸이 행거가 더 나을 뻔했다.

옷이 있던 없던, 벽 한쪽을 꽉 채운 옷장이 요즘 눈엣가시다.


2. 침대 메트리스 : 생활공간 잡아먹고, 사람을 게으르게 만든다


자취생 침대
자취 시작하기 전에 내가 쓰던 침대의 메트리스만 가져왔다. 침대의 뼈대는 버리고 메트리스만 가져온 이유는.. 침대에서 자던 버릇이 있어서 그냥 맨바닥에 이불깔고는 편히 잠을 청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놈의 메트리스가 걸리적 거리기 시작했다.

침대도 아니요, 이불도 아닌것이; 방 한족 구석에 콩~ 박혀 있는게, 접을 수도 없고 치울 수도 없으니 방이 너무 작아 보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메트리스가 방의 1/4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어서.. 생활 공간이 더 작아졌다. 나머지 생활 공간은 책상과, 장롱이 차지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요 작은 옥탑방에 가운데에는 복도가 나 있는 셈이랄까;;?

어느순간, 메트리스위에서 잠을 자고, 메트리스에 앉아서 TV를 보고, 메트리스에 앉앙서 밥을 먹고, 메트리스에 앉아 생활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안되겠다 싶어서 한달도 채 안돼서 바로 버려버렸다. (이것도 그냥 버리지 못하고, 4천원짜리 재활용 스티커를 발부 받아 버렸다.)

메트리스는 생활공간을 좁게 하고, 사람을 게으르게 한다. 아예 침대가 아닐바에는 메트리스를 선택하는것은 비추.


3. 실내용 운동기구 : 16만원짜리 옷걸이?


자취생 실내용 자전거
남자의 로망 중 하나는 근육이다. 울룩불룩한 근육질 몸매는 모든 남성이 꿈꾸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지.ㅋ

자취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한번쯤 집에서 운동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홈쇼핑에서는 하루가 멀다하고~

"이 가격에 만날 수 없는 상품! 비올때나 눈올때나~ 집에서 운동 할수 있는 제품입니다. OO홈쇼핑 단독제휴로 169,000원에 판매합니다. 놓치지 마세요~"

오호라~ 저게 나에게 필요한 제품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벌써 "구매완료되었습니다." 라는 멘트가 수화기(핸드폰) 저편에서 들려온다. "허걱~" 잠시 후회하지만, 그래도 십만원 돈 넘게 들였으니 돈이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나 자신을 안심시켰다.

첫날, 땀이 범벅이 되도록 달린다. 둘째날, 어제 알이 안풀려서 쉰다. 세째날, 술약속이 있어서 쉰다. 네째날, 귀찮아서 쉰다. 다섯째날, 자전거 위에 뭔 그리도 옷이 많이 걸려 있는지.. 그거 치우기 귀찮아서 쉰다. 그 담부터는 쓰지도 않는 게 방 한가운데 차지하고 있는게 걸리적 거려서 방 한쪽 구석에 잘 넣어둔다~ (요게 빈공간에도 잘들어갈 수 있도록 접히는게 최대의 장점이자 단점;; 한번 들어가면 안나오는게 문제~)

뭐 이런 레파토리는 운동기구를 구입한 대부분의 자취생들이 부르는 18번이 아닐까?;;

자취방엔 운동기구가 어울리지 않는다. 자취방은 헬스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느낀다.

나는 왕이다

"나는 게으름의 왕~ 나를 넘어서라~@@"


자취 선배 J군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취는 사람을 게으르게 하고 힘들게 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고비일뿐, 스스로 깨우칠때가 오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지금 나는 그 게으름의 정점에 와있는 듯 하다. 부디 게으름의 정점에서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갈 수 있길 바랄뿐이다. 자취가 힘든이유는 매번 나 자신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란걸 새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