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TV를 돌리던 중 건조한 날씨를 대비한 여성용 마스크팩 홈쇼핑 광고가 눈에띄었습니다. 어머니께 작은 선물을 해드리려고 이것저것 생각하던 중이라 이 마스크팩 광고에 시선을 고정하고 유심히 보았지요. 쇼핑호스트의 말대로라면 이런 기회는 다시는 없을 것 이고 이 마스크팩은 현존하는 마스크팩중 최고 품질임을 강조합니다.

모 연예인을 내세운 하이모시기 마스크 팩! 기존 부직포 마스크팩과의 차별화를 둔 제품이라는데, 어찌나 설명을 꼼꼼하게 해주던지 귀에 쏙쏙 들어오더군요. 쇼핑호스트은 현란한 입담을 과시하며 소비자에게 '지금 바로 수화기를 들고 주문하라'고 암시를 주고 있는 듯 했습니다. 저 역시 그 암시에 걸려들어 어머니 선물 품목중 상위권에 넣어두려고 마음을 먹으려던 찰나에..

쇼핑호스트는 준비된 판대기를 보여주며 4월은 상대습도가 낮아서 매우 건조한 달임을 다시한번 강조합니다. 그걸 보던 저는 '맞아맞아 요즘 비도 안오고 가뭄에 날씨까지 건조하지~' 라며 맞장구를 치던 중 한가지 이상점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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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자료 밑에 적힌 작은 글씨인데, 여성 쇼 호스트의 손에 가려 잘 안보였지만, 분명히 2000년도 자료였습니다..제 눈을 의심하면서 해당 홈쇼핑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이전방송 보기로 다시 확인해보았는데 2000년도 자료 맞네요.

위 쇼호스트는 기상청에서 만든 상대습도에 대한 평균치를 낸 자료를 들고 4월의 건조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이것이 최근자료인가?  해서 관련자료를 찾아보니, 쇼 호스트 분이 보여준 막대 그래프 조차 엉터리더군요. 실제로 기상청이 2001년에 발표한 한국기후표[각주:1]의 상대습도를 보면 위 그래프가 너무 과장되어 그려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좌측 홈쇼핑 방송, 우측 한국기후표 @기상청 한국기후표


"저는 겨울이 더 건조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이 표를 보니 봄철이 더 건조하더라구요. 
게다가 4월이 제~일 건조합니다. 이럴때 생각나는것은 팩이죠~!? ...(이하 상품설명)"



4계절중 봄이 가장 건조하고, 그중 4월은 가장 건조한달이라고 설명하는  이 쇼호스트의 설명 중 잘못된 부분이 있습니다. 1971~2000년의 통계자료를 낸 기상청의 한국기후표에 따르면 봄철과 겨울철의 상대습도는 67%로 동일합니다. 2~3월의 상대습도는 65%로 동일, 4월의 상대습도는 64%로 1%밖에 차이가 나질 않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의 사진를 비교해 보면 홈쇼핑용 4월달 그래프가 유난히 축소되어 진것을 볼 수 있습니다. 2월과 3월은 65%로 같은 높이의 막대여야 하는데, 3월의 막대그래프틑 더 길게 표현되었습니다. 그러니 그 옆에 있는 4월의 막대그래프가 유난히 작아보이네요.

홈쇼핑은 정직하고 공정해야 합니다. 돈이 오고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방송보다도 공정과 정직이 필요하다는 말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공중파도 아닌데 뭐 어때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요. 유리한 부분은 과장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하는 그런 홈쇼핑 방송은 신뢰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그간 홈쇼핑에서 들이내밀던 통계자료들, 각종 상품평들에 대한 신뢰에 금이가기 시작하는군요. 굳이 저런 엉터리 통계 그래프를 보여주지 않아도 이 달이 건조한 것은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저걸 안 보여줬으면 샀을지도 모를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언뜻보면 화룡점정(畫龍點睛)이 될뻔한 기상청 통계자료가, 괜한 사족(巳足)이 되었습니다.
  1. 한국기후표는 기상청 보도/해명자료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후표 22쪽) http://web.kma.go.kr/open/info/notify/1170654_1195.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