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말한 쫑이라 함은, 마늘쫑같은 반찬류의 단어가 아니라, 당구의 용어중 "쫑"이라는 단어에요. 일상적으로 당구장에서 자주 쓰는 단어가 일본식 단어가 대부분이니, 그 중 "쫑"이란 단어는, 내가 친 공이 목표공을 향해 달려가다가 다른데서 굴러오는 공과 부딪혔을때, 쓰는 단어로, 일반적으로 "쫑"이 나게 되면, 당구공이 내가 원하는 방향에서 틀어지기 때문에 그 턴은 실패할 확률이 높죠. (반면에 "쫑"이 나서 목표공을 맞추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땐 "재수(좋다)~" 라고 하기도 하는데~)

 

설연휴 마지막날, 부모님댁에서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기로 하고, TV를 보고 있는데, 아버지께서 즐겨보시는 당구프로가 케이블 방송에서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형, 저 이렇게 3부자는 당구장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군대 휴가나왔을때, 종종 당구장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게다가 당구 프로그램이라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보는 타입이라, 부엌에서 음식준비하시는 어머니는 나몰라라, 당구 삼매경에 빠져 있었는데....

 

 

TV를 힐끗~힐끗~ 쳐다보시는 어머니께서

 

"(어머니) 에그그~ 났네~"

"(TV보던 3부자) ....(ㅡ,.ㅡ;) 잘못들었나? "

 

 

우리 3부자는 조용히 어머니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손에는 전 뒤집는 길다란 나무젓가락을 든채로, TV를 주시하고 계신거에요.

 

"(어머니) 저거 쫑난거 맞지?"

"(나) 어..엄.마..."

"(아부지) 다..당신.. 당구.. 칠 줄.. 알..아....?"

 

"알자~ 나 소시적엔 야마까루(야까마루? 야까노마? 야마까노? 이런 뉘앙스의 단어였는데; 아시는분 댓글로~) 라고 자주 쳤었어~"

 

"(3부자) ........"

 

어머니를 희안하게 쳐다보는 우리 3부자의 눈초리가 더 희안하다는 식의 눈치를 주면서, 

 

"그땐 만화방에 미니당구대가 있어서.. 그냥 친구들이랑 치다보니 재미들더라고~ 지금은 다 까먹었는데, ㅋ"

 

"날좀 풀리면 복지회관에서 당구강습도 해준다네? 그거 배워볼라고~"

  

"오...... 엄마..!~ (어머니란 존재를 다시 보게 됐음)"

 

사실, 제가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당구라는거.. 스포츠라기 보다는,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라는 딱지를 뗀지 몇년 안된지라, 당구장에 대한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머니 소시적이라함은, 벌써 삼사십년 전일인데, 그때는 오죽했겠습니까~ㅋ

 

"엄마가 말한 좀쳤다는게~♪"

"이 정도는 아니겠지~♪"

 

그냥 어머니란 이유로, 자기 취미며, 각종 여가생활은 못하시고 지금껏 가족을 위해 보내오셨는데, 환갑이 다 되어서야 여유가 생기셨는지,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게 많으신 눈치입니다.

 

저번달에 저 컴퓨터 새로 샀을때, 제가 예전에 쓰던 구닥다리 컴퓨터 버리려면, 달라고 하시길래 모니터만 하나 더 사서 설치해 드렸는데, 그걸로 다음에 있는 산악회모임 카페 삼매경에 빠지셨네요.~ㅋ

 

조만간 환갑을 바라보시는 울 엄니.. 당구배우고 싶으시다는데.. 멋지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