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주말예능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무한도전'과 '1박2일'은 독특한 컨셉으로 무난한 출발을 보였습니다. 무한도전은 '의좋은 형제'와 '의상한 형제'를 교대로 내보내면서.. 멤버들의 마음을 쥐라펴락하는 기염을 보였고, 1박2일은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재투입시키면서 '의외성'의 컨셉을 제대로 보여주었죠.

 

모든 예능에는 대본이 존재하고, 거기에따라 움직이는게 원칙입니다. 리얼을 표방하는게 주말예능의 컨셉이 되어버린 시점부터는, 대본안에 있는 의외성이란 변수가 얼마만큼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배우들이 잘 소화시켜내느냐에 따라 예능의 성패가 좌우될 정도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재석, 강호동이란 투톱을 내세워 각 방송사들은 앞다투어 그들의 이름을 딴 방송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유재석의 무한도전과 강호동의 1박2일이 왼손과 오른손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만한 간판프로그램이 아닌가해요.

 

무한도전의 컨셉은 완벽한 짜임새입니다. 짜임새란 표현을 썼지만, 여기엔 계획형 예능과, 편집형 예능이라는 특징이 잘 묻어있죠. 무한도전 맴버들은 대본이라는 박스안에 가둬진 햄스터 같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무한도전에도 맴버들 각각에게 요구되는 '의외성'이란 변수가 존재합니다만, 어느정도 범주안에서 예상할 수 있는 모습들입니다.

 

 

의좋은 형제들, 의상한 형제들의 방송을 보면서.. 한순간에 맴버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게 바로 무한도전의 '계획형예능'의 힘이 아닐까해요. 맴버들의 심리까지도 의외성의 범주안에 넣고, 철저히 계산된 모습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는 것은 무한도전만의 철저한 계획형 방송의 특징이 되어버렸습니다.

 

1박2일은 예능프로그램중에서도 가장 '의외성'이 많은 예능입니다. 아예 '의외성'을 전제로 둔 예능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에요.  멍석만 깔아주고, 그 위에서 잘들 놀아봐라~ 하는 식의 의외성의 범주가 상당히 넓은 예능이지요. 그러다보니 1박2일은 맴버들의 개개인에게 주어진 책임감은 그 어느 예능보다도 막중한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멍석안에서만 노는 1박2일 맴버들이 아니죠. 그 멍석 자체에도 다양한 변수를 마련해 주는 1박2일 제작진들의 센스가 돋보입니다. 가끔 그 멍석은 감동의 도가니도 되었다가도, 한순간에 재미로 바뀌어 웃음을 주는 묘한 매력이 숨어 있기도 합니다.

 

 

어제 방송에서는 박찬호의 등장이 멍석의 또다른 변수였습니다. 통닭을 사들고 와서 인사만하고 가기로 했던 박찬호가 1박2일에 합류해서 하룻밤 자고 가는 바람에.. 이미 준비된 멍석은 박찬호라는 변수때문에 사라져 버리고 말았죠. 하지만.. 박찬호라는 변수는 그 무엇보다도 성공적이었어요. 박찬호라는 히든카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1박2일의 멍석에 깔린 의외성 변수였지만, 매해 되풀이 될것이라는 기대감까지 안겨 주었으니까요. 1박2일은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기분일겁니다.

 

무한도전과 1박2일의 공통점은 이러한 의외성이 다분한 변수조차 철저한 계획속에 넣거나, 유동성있게 다루면서도 겉으로 티를 안낸다는 점이에요.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짜고쳐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의외성이라는 변수를 철저한 계산하에, 포괄적으로 관리하는것은, 다른 예능이 가지지 못한 1박2일과 무한도전의 장점입니다. 

 

2010년에도 기존예능을 갈아치우고, 수많은 예능프로가 생길겁니다. 그런 프로그램들이 적어도 리얼을 표방하면서, 전국각지로 떠나며 자연을 세트삼아 방송을 만들때에는 이런 '의외성'이라는 변수를 잘 다룰필요가 있습니다. 말로는 리얼이라고 하면서 우후죽순 생겨나는 예능프로들이, 세트장 밖의 토크쇼가 되어버리지 않기 바랄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