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집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부모님이 계신 집에 가니..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네요~ 후암~.. 시간맞춰 밥나오지~ 간식거리도 많지~.. 42인치 HD TV는 안구도 정화시켜 주지~ 정말 주말엔 부모님댁에서 푹푹 쉬다 왔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댓가는 따르지요. 어머니께서 저녁모임에 다녀오신다면서.. 만두를 빚어 놓으라는 특명을 내리고 나가셨습니다. 이런일은 뭐~ 한두해 있는 아니기에.. 1박2일을 보면서 쉬엄쉬엄 빚고 있었지요. 혼자 만두피 빚고, 속넣고 하려니.. 여간 귀찮은게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30개 정도 빚고.. GG를 쳤답니다.(역시 만두는 혼자빚으면 재미가;;)

결국.. 1박2일이 끝날 때쯤에 돌아오신 어머니와 함께 만두를 빚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이 터진것은 잠시 후..

이미지컷 @pplz


안방에서 주무시던 아버지께서 거실로 나와 냉장고를 여시면서.. 어머니께

"(후암~) 장갑 사왔어? 나 내일 등산갈때 껴야 되는데~"
"어.. 어~ 사왔지.. 검은봉지 어디뒀더라~"

하더니 어머니는 검은봉지에서 장갑 두개를 꺼내십니다.

"하나는 내꺼고, 하나는 당신꺼야~ 자~ 받아."
"....."

그런데 장갑을 받으신 아버지 표정이 뭔가 갸우뚱~하시는 모습입니다. 장갑두개를 번갈아 보시는듯 하더니.. 가격이 붙어있는 태그를 떼어내시면서..

"..... 근데 당신께 왜 더 좋아보여?"
"(뜨끔~).. "
"내껀 좀 투박한거 같은데.;;"
"으이그~ 내껀 여자용이잖아~ 당신이 이런거 끼면 안어울려~"
"그래도 재질부터 다른거 같은데 뭐~.."
"(푸흡~)..뭘 달라~ 비슷하구만~ (못 들은척... 만두를 계속 빚으심.;)"

제가 딱봐도 어머니께 좀 좋아보이긴 했어요. 쎄무재질로 되어 있었고, 아버지껀 투박한 검은색 장갑이었거든요. 30년 이상을 같이 살았기 때문에.. 어머니 표정만 봐도 다 알수 있죠.

조용히 만두를 빚던 어머니께서..

"사실... 당신껀 12,000원 짜리고, 내껀 15,000원 짜리야.~ㅋ. 에이그~ 얼마 차이 않나~"
"흐흐.. 그러면 그렇지~ 딱 봐도 벌써 달라보이는거야~.. 뭐~ 됐어~ 이정도면 훌륭해~ㅋ"
"담에 하나 더 사올께. 어치피 당신 장갑 하나로 안되잖아~"
"됐어~ 됐어~ 이거면 돼~"
"장갑빨면 뭐 낄라구~ 담에 하나 더 사올께~"
"(방에 들어가시면서 흘리는 말투로..) 아니~ ~...~"

아버지께서 문을 닫고 들어가시자.. 어머니는 배꼽이 빠질세라 깔깔거리며 웃으시네요.~ 저도 덩달아 웃으면서.. 

"뭐가 그렇게 웃겨요?ㅋ"
"저 양반이... 점쟁이 빤스를 훔쳐 입었나~ㅋㅋ 어떻게 알았지?"
"제가 딱 봐도 엄마께 더 좋아보여요~ㅋ"
"그러니~?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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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근소근) (사실 내껀 2만원짜리거든.ㅋㅋ)"
"앜~ㅎ.ㅋ.ㅎ.ㅋ."

아버지께서는 평소에도 옷이며 속옷하나도 직접 안사시고, 어머니를 통해서(?) 구입하는데요. 그러다보니.. 어머니께서는 나름의 요령이 생긴것 같습니다. 한번은 아버지의 겨울점퍼를 구입하면서 10만원 넘는 돈을 쓰셨는데.. 아버지께는 8만원짜리라고 뻥을 치시기도 하죠. 비싼거 사오면 뭐라 그런다나~ㅋ
싸도 문제, 비싸도 문제라... 적당히 가격을 맞추는 센스~

아무튼 만두속 주무르듯이 가격을 올리고 내리는 어머니만의 노하우는 못따라 잡겠습니다. ㅋ. 집에 걸어오면서도 한참을 피식거리며 웃었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