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옥탑방 이야기를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몇달전에 일어난 이야기를 재구성한 리얼 스토리 입니다. 등장하는 인물을 비방할 의도는 없으며, 남녀 자취생들에게 교훈?을 남기고자 적습니다. 한 글에 다쓰려니 너무 길어서 2회로 나누었습니다.

나는 옥탑방에 살고 있다. (한번만 더 말하면 100번째? 퍽~) 누차 이야기 했지만 옥탑방이라는 곳은 하늘과 가까운 곳이라, 아래쪽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장점(?)이 있다. 퇴근 후 석양빛을 보면서 커피한잔과 담배 한개피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곳이랄까? 이 사건은 올해 여름날에 일어난 실화다.

여름이 문턱까지 다가온 6월 초 어느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6시 칼 퇴근을 했다. 퇴근길에 저녁으로 때울 김밥 한줄과 컵라면 하나를 사는것도 잊지 않았다. 저녁약속이 없을때는 집에서 간단히 저녁을 때우기엔 1500원짜리 김밥 한줄만큼 싸고 간편한 것이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옥탑방 문을 열자 마자 나를 제일 먼저 반겨 주는것은 후끈~ 달아오른 텁텁한 공기.. 도선생때문에 창문을 열고 다니지도 못한다. 3층이라면 그나마 나을지도 모르지만, 옥탑방 창문은 옥상쪽으로 나 있어서.. 도선생이 들락날락거리기에 수월했다.

그리고 옥상은 이 원룸에 사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쉽게 출입을 할수 있는지라.. 나만의 공간을 훔쳐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블라인드까지 촥~ 내리고 다닌다. 그래서 항상 퇴근후에는 환기가 필수다. 방에 들어오자 마자 창문을 죄다 열어 젖히고, 선풍기를 이용하여 더운 공기를 빼놓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그 시간동안 옥상에 앉아 냉커피와 함께 담배한대의 여유를 느끼는 시간이 정말 꿀맛같다. 구속되지 않는 자의 여유, 그것은 퇴근 후 옥탑방 옥상에서 담배와 커피로 부터 시작된다.


잠시후.. 건너편 3층 구석방의 컴컴했던 유리창에 깜빡깜빡 형광등이 켜졌다. 항상 저녁시간만 되면 나의 코를 자극하는 매콤한 김치볶음밥을 해먹는 그 처자....; 그 처자도 창문을 죄다 열어 환기를 시키고 있었다.

그 처자는 나와 거의 같은시간에 출근하고, 같은시간에 퇴근을 하기 때문에..은반친구(은근히 반가운 친구)라고 해두자. 사실 나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지만 라이프사이클이 비슷한 이유에서 왠지 동질감이 느껴진다. 출퇴근시간에, 슈퍼에서, 집근처에서 등등 얼굴은 몇번 마주쳤지만,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쌩까고 지내는 아주 돈독한(?) 이웃 사촌 사이다.

샤워할 동안에 소비될 칼로리를 채우기 위해 우선 깁밥 한조각을 집어 먹고, 서둘러 욕실로 들어갔다.(욕실=화장실, 그때그때 이름만 바뀌는 공간) 보일러는 꺼둔 상태지만, 옥상의 열기로 인해 미지근한 물은 5분도 채 안 나오기 때문에 시간계산을 잘해서 샤워를 해야 한다. 샴프하고, 비누칠 할 동안에는 물을 꺼두는 센스~! 안그러면 찬물로 샤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여름에도 찬물로 샤워는 못함;;)

5분내외의 짧은 샤워 시간이지만, 욕실내의 습한 공기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다. 샤워를 했는데도 그 후덥지근한 습기 때문에 땀인지 물기인지 모를때가 종종있다. 그래서 샤워 후 수건으로 물기를 닦는 동시에 욕실문을 열어두어야 한다. 욕실은 밖에선 보이지 않는 코너에 있기 때문에 누가 볼 사람은 없으니~ 안심..

"아~ 시원하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오는 순간만큼은 더위에 찌든 옥탑방이 그렇게 시원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이순간은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은듯하다. 아직 속옷을 입기 전이라 더 시원하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이때 냉커피 한잔은 옵션이다. 

사실 옥탑방으로 이사 온 후, 샤워 한다음에 속옷을 입지 않고 말리는게 버릇이 된지라.. 그때도 속옷을 입기 전이었다.

헤어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린 후 창가쪽을 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실제론?

내 눈에 목격된 것은 바로 건너편 처자의 모습이었다. 그 처자도 샤워를 마치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만의 공간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가 나를 본것은 아니다. 내가 그녀를 본것이다. 건물 구조상 옥탑방은 그 처자가 사는 원룸방보다 더 높은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녀가 나를 본다고 해도 아마 나 머리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 방의 창문의 네 꼭지점을 다 볼 수 있다.


아무튼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샤워하고 나온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로..;; 마치 아담과 사과를 주고 받는 이브처럼..

그 순간 하늘이 핑크핏으로 물들면서 세상의 시계가 멈춘 줄 알았다. (시계가 멈추길 바랬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