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카드 하나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카드 사용이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물론 저도 카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용카드는 괜히 빚지는 기분이 들어서 일부러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체크카드용 통장을 만들어서 적금과 공과금을 제외한 돈을 넣고 그 돈으로 한달 생활비를 쓰자는게 제 신조입니다. 지출 목록과 비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장점 때문입니다.

제 생활 패턴으로 보자면 카드로 긁는 장소는 거의 일정합니다. 집근처 작은 마트, 20분 걸아나가야 있는 대형마트, 밥값, 술값.. 이외에는 거의 없죠. 약속이 없는 날은 밥도 집에서 거의 시켜먹거나 간단하게 때우는 수준이라 대부분 마트에서 군것질거리나, 맥주, 담배, 등등을 사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한달을 이러고만 살면 적금 한두개를 더 부을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제 생활에.. 가끔은 회의가 듭니다.

바로 이놈의 술버릇 때문이죠;


   "에잇! 오늘, 기분이다!!! 내가 계산할께!"


저는술만 먹으면 먼저 나가서 카드로 계산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저저번주에 친구 결혼식때문에 하루전날 서울에 올라간 적이 있었는데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만나니 분위기도 UP~! 되고, 술도 얼큰히 먹었지요. 지금 생각만 해도 이날은 남녀불문하고 참석률 80%이상의 동창회 수준으로 재밌게 놀았습니다. ^^*

물론 1차는 결혼하는 신랑이 큰턱(?) 쏘고 먼저 자리를 떴지만, 남은 친구들은 그룹을 지어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대학동기들, 중학교, 초등학교 동기들, 사회에서 맺은 지인들등등... 이미 안면이 있는 사람들끼리 각자 다음자리로 이동했지요.

술을 엄청 먹어서 모두 기억은 안나지만, 2차의 술자리가 끝날 무렵, 제가 솔선수범(?)으로 나가서 카드를 샥~ 꺼내서 계산한 기억은 납니다. 한층 UP~!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한턱 쏜셈이지요. 다른 친구들이 반반씩 내자며 지갑을 뒤적거리는데, 제가 쌍수를 들고 말렸다지요.!? ㅜㅡ;;;

"아니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정도 쯤이야! 하하하 괜찮아 괜찮아~ 넣어둬 넣어둬~";;;
.
이런 ㅄ  -_-'

그 다음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친구들 말을 들어보니 제가 아주 많이 오버를 했더군요. 편의점에 들어가서, 휴대용 세면백을 개인당 사고 친구들에게 하나씩 선물(?)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허허;; '내가 결혼해? 내가 친구들 다 챙겨?ㅎㅎ' 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아침에 그 사실을 알고서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지만 웃는게 웃는게 아니라는 거..;;


   다음날, 수두룩한 카드전표만큼보니.. 띵~한 기분.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난 기쁨은 그 날 뿐이었습니다. 다음날 제 안주머니 속에 꾸깃꾸깃 들어있는 카드전표를 보니, 어제 내가 왜그랬을까? 하는 후회가 밀물듯이 밀려오더군요.

물론 제가 헛튼돈 쓴건 아닙니다. 제가 산 술, 세면백-_-, 라면,김밥 등은 누군가가 잘 먹고, 잘 썼으니까요.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 올라오는 후회는 막을 수가 없네요.

한달 생활비가 거의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자취생에게는, 너무도 가혹한(?) 마이너스 생활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저번달 부터 계속 마이너스 생활을 하고 있던 터라, 하루만이라도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비단 이 경우 뿐아니라, 누가 밥사준다고 그래도, 저는 혹시 몰라 꼭 카드를 챙겨가곤 합니다. 술이 어느정도 들어가고 자리가 끝날때가 되면 밥사준다는 사람과 카운터 앞에서 몸싸움을 하곤 하지요.

서로 자기가 내겠다고;; 가끔은 저도 계산할때 신발끈을 고쳐매고 싶기도 하지만, 버릇인지 습관인지 술만 먹으면 먼저 계산하는 버릇때문에, 다음날은 몸보다도 마음이 더 아픈적이 많군요..ㅜㅡ


   그나마 다행인건, 신용카드가 아닌 체크카드라는 점.. 


그나마 다행인것은 만년 마이너스 재정상태는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에 신용카드가 있었다면 월급은 고스란히 저번 달에 사용한 카드빚을 메꾸는데 썼었겠죠. 하지만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대부분의 결제를 체크카드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일은 아직까진 없습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신용카드도 하나 가지고 있지만, 매월 월회비만 꼬박꼬박 낼뿐;; 올해는 거의 사용한 적이 없군요.

체크카드의 장점은 일반신용카드와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고, 신용카드처럼 막연한 금액을 사용하는게 아니라 통장에 있는 돈을 사용하는 것이니, 그만큼 소비,지출이 눈에 확연히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가입비나 연회비가 없으니 부담도 덜하다고나 할까요? ^^

신용카드도 좋지만, 체크카드를 메인으로 하고 신용카드를 서브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소비를 하는 방법임은 확실한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