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외식메뉴중 하나인 자장면은 저희 가족에게도 한달에 한두번 먹게 되는 외식메뉴였습니다. 하지만 옥탑방으로 이사온 뒤로는 자장면이 한달 정도 주식이 되어 버린 적도 있었죠. 대개 밖에서 밥을 먹고 들어오거나, 사가지고 들어오니, 집에서는 거의 밥을 안해먹게 되더라구요.

한두달 줄기차게 자장면만 먹고나서 질릴때쯤~ 해서 자장면은 배달메뉴에서 제외시켰는데도... 한달에 한번 이상은 먹고 싶어 지는게.. 묘한~ 매력이 있는 음식입니다. 한때는 혼자 세트메뉴를 시켜 먹은 적도 있었죠.(관련글 : 자취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들)

며칠전에도 저녁약속을 잡은 친구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한 바람에.. 집에서 혼자 저녁을 시켜 먹어야 할 판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게.. 자장면..~ 자장면이 질리니 '간짜장'을 시켰답니다. 그런데 이 원룸건물 2층에서 음식이 담긴 빈 그릇을 문앞에 두었다가 도둑고양이 2마리가 몰래 들어와서 복도를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사건이 있었어요. 그래서 '먹고 난 배달음식을 복도에 두지 말아달라'는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간짜장 한그릇과 공기밥을 배달시키고 나니..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이름을 보니 아까 그 친구녀석이었습니다.

자장면

vs 

맥주

(특정단어는 제외한 후 순화시킨 대화 내용임.)
"왜 OO야. 너 때문에 짜장면 먹는다. ㅆ"
"아~ 쏘리.. 갑자기 서류를 어쩌구~ 저쩌구"
"ㅇㅇ됐어. 왜?"
"저녁먹고 나와~ 맥주 사줄께~"
"맥주?.. (화색이 돌면서~) 알았어 ~ "

전화를 끊고 생각해 보니 간짜장 배달그릇을 가지고 올때까지 방에 있을 상황이 안될것 같았습니다. 그릇은 밖에 두면 또 도둑고양이들이 들어와서 난장판을 만들어 놓을지도 모르는데;; 라는 생각에.. 대책을 강구하고 있었는데.. 찬장에 빈 냄비 하나가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

잠시 후.. 계단 올라오는 소리가 쿵쾅쿵쾅 나더니..

"짜장면 왔습니다.~"
"네~ 잠시만요~"

냄비 크기에 놀라지 마시길.ㅋ 네모난 라면은 부셔넣어야 겨우 들어가는 소형냄비임;

간짜장 다 먹고 난 다음 밥도 비벼 먹었으니.. 맥주를 맛나게 먹기는 글렀음.ㅋ


그릇을 하나씩 내려놓는 아저씨에게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미리 준비해둔 칼이랑 냄비를 꺼냈죠. 그리고는 그릇을 쌓은 랩을 칼로 콕찍어서 찢은다음 바로 냄비에 덜었습니다. 단무지는 1회용 그릇에 담겨와서 그냥 빼뒀죠.

"아저씨~ 빈 그릇 가져가세요~"

'너 도대체 뭐하니~?' 라는 눈초리로 쳐다보는 아저씨는

"어익쿠~ 감사합니다.!~"

라며 빈접시를 철가방 안에 넣으셨습니다. 아마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눈가에 눈물이 약간은 글썽이지 않았을까? 하고 예상해 봅니다.^^

다른 배달음식은 몰라도 중국음식은 음식에 비해 그릇 수가 적잖아요. 저 처럼 하나만 시키는 사람은 짜장면 그릇하나에 단무지 그릇 하나니.. 달랑 두개만 오는데.. 빈그릇을 바로 드리면 그걸 찾으러 다시 와야 하는 불편함도 없으니 배달하는 사람입장에서도 일손 하나 던 셈이지요. 저도 괜시리 자장면 한그릇만 시켜서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것 같구요.

배달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분은 아시겠지만, 무엇을 가져다 준다는것은 쉬울 지 몰라도 다시 그릇을 찾으러 간다는것은 특히 짜증나는 일입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아파트 5층에 올라가서 음식배달한 후 내려와서는 휴~ 하고 한숨돌릴지 몰라도 다시 그릇찾으러 와서는 헉~ 하고 올라가야 하니까요.

 도둑고양이 때문에 빈그릇을 복도에 둘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었는데, 이 방법이 중국집 배달원의 짐을 덜어주기도 하니 일석 이조인가요~^^. 자장면을 한두그릇 주문할때는 미리 그릇을 준비해두고 바로 비워 주는 방법은 중국집 배달원을 춤추게 할 수 있습니다. 30초의 미학이죠~^^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누르면 제가 춤을 춥니다.


으쌰으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