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백수대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행정인턴을 뽑아 청년층의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펼친다고 행정인턴제를 실시했다. 그당시 평소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고 있던 대학교 후배 A군은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었다.

나이 서른이 다되었는데 집에서 용돈타쓰기도 눈치가 많이 보인 시기라... 그는 친구들과 함께 청년인턴에 지원했고, 4명의 중 두명만 행정인턴에 합격했다고 한다. 얼마전 만난 A군과 제작년에 일반행정 공무원으로 합격한 친구와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소위 말하는 '공무원 집단'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행정인턴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 주었으니..

(대화체로 쓰려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냥 씁니다.)


행정인턴 한달, 할 일이 없어~ 


행정인턴으로 출근한지 한달째.. A군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간혹 복사해오라는 요청이 있긴 하지만.. 그 조차도 하루에 한두건 시킬까 말까..? 심지어 같이 근무하시는 높으신 지위에 계신 분?은 '딱히 시킬일이 없으니, 책가져와서 영어공부나 해라' 라며 충고하시곤 했다고 한다.

자 그럼 현직 공무원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


@내 여자의 남자친구 中


행정인턴에게 핵심적인 일을 주지 않는 이유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니 책임을 행정인턴에게 지을수 없고 본인이 지어야 하기 때문에 막상 일을 넘기려고 해도 껄쩍지근 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복사 같은 단순노동일만 시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해도 충분한 일을 행정인턴에게 넘겨 버리면 친구는 책상위에서 볼펜이나 돌리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행정인턴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현직공무원이란 사람은 놀고 있으니 윗사람 눈치도 볼법도 하다.


행정인턴은 화이트칼라인가 블루칼라인가?


대개 행정인턴이라 하면 화이트 칼라(White Collar)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화이트 칼라(Blue Collar)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화이트 - 중립 - 블루 라고 되어 있다면 중립과 블루라는 모집군에 속해 있다는 이야기다.

행정인턴으로 들어오고 나서 시간이 점점 흐르고.. 행정인턴인 A군은 책상위에서 컴퓨터 만지는 일보다 땀을 흘리는 일이 많아 졌다고 한다. 자세한 이야기는 특수 케이스라 생략...

자 그럼 현직 공무원인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


정부에서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만들어 주고, 각종 스킬?들을 익히게 해주겠다며 뽑은 행정인턴이지만, 막상 행정인턴을 뽑아놓고 보니 시킬이 없다는 이야기다. 심지어는 행정인턴을 봄에 뽑은 친구네 과에서는 가을에 해도 될 조사사업을 봄에 해버렸다. 왜? 행정인턴이라고 뽑아는 놨지, 일은 시켜야 겠지~ 할 수 없이 가을에 해도될 사업을 봄에 집행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지금 친구네 과 스케줄에는 가을 스케줄란이 텅~ 비어버렸다고 한다.


A군이 행정인턴으로 얻은것은 뭐?


딱히 말하자면 현재 행정인턴으로 근무중인 A군은 한마디로 후회하고 있다. 90만원도 안되는 돈을 받아가며 10개월이란 시간을 흘려 보낸 것이다. 행정인턴을 시작할때는 마치 취직이라도 하듯 좋아 했지만, 막상 행정인턴이 끝나갈 무렵이 되니.. 다시 백수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앞이 까마득하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다시 공무원 수험서를 집었다고 한다. 굳이 얻은게 있다면.. '드러워서 시험쳐서 당당하게 공무원 되겠다'는 오기라고나 할까? 하긴 그런 오기라도 얻었으니 공친건 아니지만, 행정인턴의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결과다.


행정인턴 3명중 2명 취업성공?


오늘 점심때 다시 A군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저녁약속을 잡았다.

"A군아~ 뉴스보니까 행정인턴 3명중 2명 취직했다는데~ 뭔 소리냐 이게~"

라며 A군에게 물었다. 이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기 위해서는 제대로된 정보가 필요한데 A군 말만 듣고 뉴스를 보니 내용이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형, 나도 봤는데.. 우리 그거 보고 웃었다. ㅋㅋ  제대로 다시 봐봐."


다시 뉴스기사를 살펴보니.. 제목은 "행정인턴 3명중 2명 취업성공"이라고 나왔지만, A군 말대로 본 내용은 제목과 딴판이었다. 내용을 살펴보니 8월 기준으로 퇴직한 행정인턴 중 2/3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1만9242명 중 4335명이 퇴직했으며, 이 중 64.7%인 2806명이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올해 초에 행정인턴으로 들어온 인원은 보통 10월~12월 경에 행정인턴 계약이 끝난다. 따라서 8월 이전에 퇴직을 했다면 퇴직한 행정인턴들은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행정인턴때문에 취직했다기 보다는 행정인턴은 백수라는 명찰을 뗄수 있던 그늘 같은 곳이라고 보는게 적당할 것. 아직 1만5천여명 정도가 올해 말이면 행정인턴이란 꼬리표를 떼고 사회로 복하는게 더 큰 과제로 남았기 때문이다.

위 기사 제목만 보자면 행정인턴을 거친 사람들 중 60%이상이 취업했다는 내용에 행정인턴 제도가 성공이라는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그전에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미리 준비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아시다시피 취업전망은 그다지 밝지가 않다. 올 겨울.. '행정인턴, 열에 여덟은 다시 백수로' 라는 기사가 뜨지 않을까?

실무경험을 쌓게 해주고,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해 주겠다는 행정인턴제도, 현재 행정인턴으로 근무중인 A군에게는 먼나라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