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이 발행된지도 두달이 조금 넘었다. 하지만 실제로 만져본건 얼마 되지 않는다. 굳이 5만원권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었고 대개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지갑에는 보통 3~4만원이 전부였다.

몇달전에 지갑에 들어온 5만원짜리 지폐. 은행에서 직접 받아 온 빳빳한 5만원권의 촉감이 좋아서 지갑 속에 묻어 두었다. 그렇게 지갑속에서 일주일 가량을 묵혀 두었다. 며칠 후...


2만원어치 통닭 시켰는데.. 잔돈없는 알바생, 결국 다음날 온라인뱅킹으로 입금;


치킨 배달
늦은 밤, 저녁을 일찍 먹어서 그런지 배가 출출했다. 뭘 먹을까 고르던 중.. 그날따라 바삭하게 튀긴 통닭이 땡겨서.. 후라이드 한마리와 맥주 1000cc를 시켰다. (참고로 대답잘~하는 메이커 치킨이 16000원이고 맥주 1000cc는 4천원..)

20분정도 지났을까? 옥탑방 입구 쪽에 천장에 달린 전등이 번쩍~ 하고 자동으로 켜지더니.. 헬멧을 지긋이 눌러쓴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 온다.

"통닭 왔습니다." 라는 말이 떨어지기 전에 먼저 현관에 나가서 그 알바생을 맞이했다. 내가 불쑥 튀어 나오자 깜짝 놀란 알바생은 엉겁결에 '여..여기요~' 하며 작은 상자와 맥주 1000cc 병을 건넸다.

나는 트레이닝복 주머니에 미리 넣어둔 5만원짜리 지폐하나를 건네주었는데.. 알바생은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저기.. 잔돈 없으세요? 제가 잔돈을 안가져 와서.."
"네.. 카드 밖에 없는데.. 혹시 카드기 가져 오셨나요?"

요즘 메이커 치킨집은 이동식 카드기를 가지고 다녀서.. 몇번 긁어 봤는지라.. 당연히 가지고 다니는 줄 알았다.

"카드기계 안가져 왔는데.. 어쩐다..;;"

배달온 남학생(?)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고 못하고 있었다. 나도 주문할때 미리 5만원권 지폐라고 말을 못한게 미안했다. 잠시후 알바생이 '요 앞 편의점에 가서 바꿔온다'는 말에 괜히 고생시키는것 같아서 잠시 기다리라 하고 다시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사장님과 직접 통화를 했다.

"제가 현금이 5만원 밖에 없는데.. 알바생이 잔돈을 안가져 왔네요~ 제가 내일 아침에 온라인으로 붙여 드릴까요?" 라며 치킨집 사장과 타협(?)을 봤다.

자칫하면 알바생만 고생시킬 뻔했네~@@ 만약 그랬으면 뒤에서 욕했을지도 ㄷㄷ;


아까운 택시비, 52200원..


택시 미터기
통닭집 알바생 구출사건(?)이 있은지 며칠 후.. 밤 늦게 택시를 탔다. 술은 마셧지만 취하지 않은 상태(응?ㅋ)라..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뒤쪽에 앉아서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얼추 집근처에 다 왔을때.. 미리 천원짜리를 꺼내서 준비하고.. 100원씩 올라가는 미터기에 따라 한손에 움켜쥔 동전을 하나씩 하나씩 떨구며 택시비를 준비하고 있었다.

"아저씨 저기~ 편의점 앞에 세워주세요" 하고는 미리 준비해둔 택시비를 쏜살같이 건네주고는 내려버렸다.

'그래~ 오늘 알콜이 조금 부족한데~ 맥주나 한캔 더 먹고 자야겠다!' 라고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를 신나게 고르고 계산하려는 순간, 아차! 싶었다.

지갑안에 들어 있어야할 신사임당 할머니가 안보이는 것이다. !! 이는 분명히 아까 택시비 계산할때 5만원짜리 지폐가 있는걸 인식하지 못하고, 천원짜리 뭉치에서 3장을 꺼내 손에 쥐고 있다가 택시비로 ㄴ낸것이다.

만원자리는 푸른색계열이가 어두운곳에서 봐도 어느정도 식별이 가능하지만, 오천원짜리 와 오만원자리 지폐는 붉은계열이라.. 어둔운 곳에서는 쉽게 구별이 가질 않았다. 게다가 5만원짜리 지폐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터라.. 5만원짜리 지폐가 지갑안에 들어있을거라는 인식조차 못하고 있던 실수도 있다.

에고.. 결국 3200원내야 할 택시비를 52200원이나 냈다. 그날 밤에 먹은 맥주가 얼마나 쓰던지.. 살다가 이렇게 쓴 맥주를 먹어 본적이 없다. '5만원이면... 내 일주일치 식비를 쓰고도 남는 돈인데...' 택시기사분도 내가 미리 택시비를 준비하느라 부스럭거린걸 알고는 지폐3장이니 천원짜리 겠지~ 하고 받은 것 같다.

아무튼.. 그날 이후.. 절대 5만원짜리 지폐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차라리 만원짜리 5장을 가지고 다니는게 속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