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저녁, 마트에 다녀왔다. 군것질거리를 사기 위해 저녁 늦게 산책?도 할겸해서 겸사겸사 가게 되었다. 대형마트를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다보면 배가 출출해지기 마련.. 게다가 통로에 줄지어 마련된 시식코너에서는 지글지글 각종 요리들이 '나 한번 먹어봐요~' 라며 손짓을 하기 때문에 그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다.

만두가 맛있게 튀겨지고 있는 시삭코너에서 발길이 멈췄다. 기름냄새가 코를 마구마구 자극하고 있었고  위액이 주체 할 수 없을 만큼 뿜어댔다. 순간 엄지와 검시사이에 살포지 놓여 있는 가느다란 녹색의 물체...;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윗턱과 아래턱이 마구 운동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중얼중얼) 맛있다~ 공짜라서 더 좋아~♡'

기름기 있는 음식을 먹었더니 입안이 텁텁하다.

그래서 옆의 커피 시식코너쪽로 가서 소주잔 만한 종이컵에 따라주는 냉커피를 한잔 먹었다. 커피 한모금으로 입가심을 한후.. 주위를 둘러보니 그 옆에는 사과를 보기 좋게 썷어 놓은 접시가 있었고, 시식코너를 담당하는 사람도 없었다. 눈치보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쑤시개로 시식음식을 뒤척이는 아저씨


'일인용'과 '일회용'의 미묘한 차이 @직찍


이쑤시개를 들고 한입에 들어올 만한 사과를 타겟으로 정한후 한번에 깊숙히 쿡~ 찔러 넣는다. 그런데 옆에 있는 한 아저씨께서 이쑤시개 하나를 집으시더니 사과 한쪽을 콕 집어서 자기 입에 넣는다. 이에 질세라 나도 하나 더 콕 찍었다.; 잠시 후.. 
"(아빠) OO야~ 일루와 사과 먹어라"
"(아들) 싫어~"
"(아빠) 되게 맛있어.. 일루와~"

아이 아빠는 칭얼대는 아이를 살살 달래면서 시식코너 접시위에 놓인 사과를 요리조리 파헤치며 작은 크기의 시과를 고르고 있었다. 그걸 본 나는 이쑤시개를 내려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저 이쑤시개.. 아저씨가 아까 입으로 쪽~ 빨던건데 -_-;;'

'일회용 이쑤시개'라고 적혀 있지만.. 과연 이게 일인용인지 일회용인지도 의문이 가는 순간이다. 문득 어제 뉴스에서 본 신종플루 사망자 소식이 불현듯 머리를 스쳐갔다. 마트를 둘러보니 갑자기 밝은 조명으로 환했던 마트가 잿빛 색깔로 보이기 시작한다.


   시식음식을 손으로 마구 집어 사람들


옆쪽에 있는, 거봉을 내 놓은 시식코너를 보니 사람들이 손으로 마구 집어 먹고 있었다. 딸을 데려온 부부는 시식코너 앞에 카트를 세워두고 거봉을 하나하나 공략하기 시작했다. -_-;

마트에 놀러온 한 가족이 손으로 집어 시식하고 있다. @직찍


카트 손잡이야 말로 세균 덩어리.. 게다가 요즘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는 데도 마트 어디를 둘러봐도 신종플루에 이에 관한 경고문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누구는 손을 깨끗이 씼으라고 열변을 토하고, TV에는 신종플루엔자로 인해 마스크, 손세정제가 날개돋치듯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은 딴판이었다. 

적어도 신종플루로 사망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마트측에서도 제대로된 대응을 해야 하지 않을까? 몇달간은 아예 시식코너를 치워버리는게 더 안전할것 같다.


   질병관리 본부 홈페이지, 한때 접속자 폭주로 서버 다운 


접속자 폭주(?)로 다운된 질병관리 본부 홈페이지 (9.4 오전 한때)


이 글을 쓰면서도 신종플루 환자수가 전국에 몇명인지 확인하려 질병관리본부에 접속하려는데 아예 접속이 안되고 있다. 그래서 보건복지부 콜센터(☏129)에 직접(!) 전화를 걸어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 접속이 안된다고 하니.. 그제서야 확인을 하고 접속자가 많아서 서버가 다운되었으니 빨리 복구되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접속자 폭주 맞아요?'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콜센터 아가씨의 목소리가 고와서 참았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가 폭주(?)할만큼 인터넷에서는 관심이 뜨거운데.. 막상 사람들이 많은 밀집지역에 가보면 딴세상에 온 착각이 드는것은 왜일까..?

신종플루 환자수가 5천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리고고 있는데도, 너나 할것없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것 같아서 마음만 불안하다. 안철수 아저씨한테라도 빨리 백신을 만들어 달라고 빌고 싶은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