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중. 제일 바쁘다는 한창 바쁜 저녁시간이 돌아왔다. 이곳은 점심보다는 저녁시간에 손님들이 많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손님들은 물밀듯이 들어왔고, 그 걸 감당하느라 알바생들은 엄청 분주하다. 그중 한 여성손님이 들어와 두리번 거리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많은 쪽에는 시선을 두지 않는걸 보니 일행을 찾으러 온것은 아닌것 같다. 보통 카운터 쪽에서는 인원수를 큰소리로 외치곤 하는데.. 이 손님은 알려 주지 않았다. 아니면 못들은건가? 그래서 손님을 안내하면서 물었다.

"어서오세요. 몇분이세요?"
"저 혼잔데요."
"그럼 여기(홀 중앙 쪽의 트인자리) 앉으세요."
"저기 구석에 앉으면 안되요?"
"저기 더워요, 여기가 시원해요."
"괜찮아요, 저기 구석에 앉을께요~"

손님은 내가 권한 자리를 마다하고 구석자리에 선택했다. 내가 권한 자리는 홀끝자리지만 주방에서 가깝고 주변에 훤히 트인 자리다. 하지만 그 여자 손님은 고집대로 구석자리에서 등을 보이고 앉아 버렸다.

잠시 후.. 주문을 받은 내가 기본음식을 담는 사이에 다른 알바생이 또가서 물었다본다.

"몇분이세요~"
"저~~ 혼자에요~"
"아~네~"

알바생은 물어본것이 미안하다 싶을 정도로 황급히 자리를 비웠고, 나는 혼자온 여성손님의 테이블에 나갈 음식을 마저 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 다른 아주머니께서 또 가서 물어보셨다. 그 아주머니는 그 손님을 테이블을 가리키면서

"여기 상나와라~" 라며 알바생을 다그치셨고, 곧이어 "몇분이세요~?" 라고 또 물으신것..

"저 혼자라니까요. 왜 자꾸 물어보세요~!?"

혼자 오신 손님은 빈정이 상했는지 짜증을 냈다.


몇명인지.. 왜 자꾸 묻는걸까?


flickr_IMG_0553
flickr_IMG_0553 by redslmdr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서 테이블에 손님이 혼자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그걸 본 직원들의 마음이 급해진다.

'언제 들어온거야? 혹시 오래 기다렸나? 컵이 있는걸로 봐서 주문을 받았겠지? 빨리 인원수에 맞춰서 상나가야지~!' 라며 인원수 부터 체크한다.

음식이 나가기전 알바생들은 수차례 그 테이블 주변을 왔다 갔다 거렸다. 사실 구석자리라 음식이 나간 후면 신경쓰는게 소홀해질 수 밖에 없는 자리지만, 음식이 나가기 전엔 구석자리만큼은 특히 신경써야 한다. 그 여성손님은 테이블을 가리고 앉아 버리니 알바생들은 테이블이 보이는 위치에 까지 가서 물컵의 갯수를 확인 할 수 밖에 없다. 알바생들이 뒤에서 알짱거리면서 자꾸 기웃거리고 몇명이냐고 3번이나 물어봤으니 짜증날 법도하다. 적어도 테이블이 보이게 시선을 가게 안쪽으로 두고 앉았다면 이런일은 없었을 터..

손님과 알바생은 무엇을 요구할때나 물어볼때 눈을 맞추는게 굉장히 중요하다. 간혹 홀 끝에서 소주 한병을 시킬때는 손님이 '소주한병이요'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소주병만 들고 흔들어도 주문을 할 수 있다. 알바생은 테이블로 가서 주문받고 냉장고에서 소주꺼내서 다시 가져다 줘야 하는 3회의 동선을 단 1회에 끝내 버려서 좋고, 손님은 재빨리 추가메뉴를 받아 볼수 있어서 좋다. 시끄러운 가게에선 목청껏 소주요! 하고 외치는것 보다 눈을 맞추며 주문을 하는게 더 효율적이다.

이게 아무것도 아닌것 처럼 보이지만.. 이런 식으로 주문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테이블을 맡은 알바생의 입장에선 기분이 좋다. 이것이 바로 손님과 알바생이 교감하는 방법중 하나..~ 손님도 기분이 좋고, 알바생도 기분이 좋은 윈윈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누가하나 짜증을 내 버리면 가늘디 가는~ 교감의 끈은 툭~하고 끊어져 버린다.

만약 구석에 앉은 여자 손님이 내가 권해준 자리에 앉았다면, 직원들과 눈이라도 마주치며 교감을 할 수 있었지만, 등을 지고 앉아 있으니 테이블이 가려서 인원이 몇명인지 재 확인 할수도 없었다. 몇명인지 물어기 싫어도 몇명인지 그 테이블을 확인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식당에서는 손님의 인원수를 대개 컵의 숫자로 계산한다. 손님이 들오자마자 컵과 물수건이 바로 나가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 여성손님은 혼자와서 눈치보이는데 알바생들이 자꾸 기웃거리니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게다가 몇분이냐고 3번이나 물어봤으니.. 신경쓰이는게 짜증으로 번졌을 것이고.. 아무리 맛난 음식이라도 짜증난 상태에서 먹으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을것이다. 맛집이라니 별로네~ 라며 실망을 했을수도;;

 구석자리에서 홀로 밥을 먹는 손님은 등에 "나 혼자 밥먹어요~" 라고 쓰여 있다면 믿을까? 알바생인 내가 보기엔 쓰여 있었다. 게다가 등을 보이고 홀로 앉은 손님에겐 마음을 열고 접근하기 힘들다. 혼자 식당에 와서 남의 눈치를 피하기 위해 하는 자신의 행동은 자신을 점점 두두러지게 만들기도 한다.

식당에 홀로 가는가? 절대 구석자리에 앉아서 벽보고 앉지 마라. 일부러라도 시야가 확보된 자리에 앉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고, 자신을 덜 귀찮게 하는 방법이다.